[문학칼럼] 오영수의 '고무신'이 말하는 순수한 사랑
민병식
오영수(1914~1979)는 193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동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1949년 35살 늦은 나이에는 단편소설인 ‘남이와 엿장수(고무신)’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입선하고 이듬해 단편 ‘머루’가 당선되어 등단함으로써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나서게 되었다. 총 150여 편의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모두가 단편 소설이며 주로 소박하고 토속적인 인물들이 두메산골이나 외딴 어촌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로, 한국적인 따뜻한 인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머루’, ‘윤이와 소’, ‘갯마을’ 등이 있다.
사진 네이버
고무신‘의 본래 제목은 ’남이와 엿장수‘ 였으나, 교과서에 실리면서 ’고무신‘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고무신이란 제재를 사용하여 시적으로 표현한 절제의 미가 돋보이는 단편 소설이다.
철수네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남이(18세)가 빨래를 하러 간 사이 영이와 윤이는 남이가 마루에 말리려고 놓은 옥색 고무신을 가지고 엿으로 바꾸어 먹는다. 그 날 저녁, 철수가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있을 때 영이와 윤이가 옆에 와서 투정을 부리며 남이가 자신들을 때리고 꼬집었다고 일러바친다. 남이가 평소 아이들에게 해꼬지하는 성격이 아닌 걸 아는 철수는 남이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묻는다. 남이는 영이와 윤이가 자신의 옥색 고무신을 엿바꿔 먹었다고 말하자 철수는 다시 찾던가 사주겠다고 말하고 화난 남이를 타이른다. 다음 날 남이는 엿장수에게 자신의 옥색 고무신을 내놓으라고 말하자 엿장수는 고분고분 친근하게 대답하며 찾아보고 없으면 새 신을 사주겠다고 말한다. 이 때 갑자기 벌 한마리가 남이 주위로 날아들더니 가슴께에 앉는다. 엿장수는 남이 가슴에 앉은 벌을 손으로 덮어서 잡다가 벌에 쏘여 콩콩 구르고 남이는 이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한다.
그 이후로 엿장수는 영이, 윤이에게 엿을 그냥 주거나 마을에 더 오래 머물며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 가기도 하고 그 날 저녁에 다시 한 번 더 지나가기까지 한다. 어느 날은 멋까지 부리며 오기도 하였다. 엿장수가 철수네 집 대문 앞을 기웃거리다가 철수한테 들키기도 하지만 철수는 엿장수인 줄 모른다. 동네 사람들은 동네 곳곳에서 도둑을 봤다며 그렇게 동네에는 도둑 소문이 돌지만 도둑맞은 물건은 없었다.
어느 날 남이 아버지가 철수네를 찾아와 남이를 자기 동네의 뱃사람에게 시집을 보내겠다며 남이를 내일 아침에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다음 날 아침 철수의 아내가 남이의 옷들을 챙겨 주는데 진작 남이는 가기 싫은 듯 자꾸 다른 말을 하며 안 가려고 한다. 철수가 남이에게 영 별로면 다시 오면 된다고 타이르니까 그제야 남이는 자신의 물건을 챙겨 떠날 채비를 한 후 영이와 윤이를 데리고 엿장수에게 가서 엿을 사준다. 결국 남이는 전에 못 보던 새 옥색 고무신을 신고 아버지를 따라 마을을 떠나고, 엿장수는 울음고개에서 떠나가는 남이를 바라본다. 남이도 울음고개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엿장수를 보지 못한다.
소설 속에서 엿장수는 영이와 윤이에게 친절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남이와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수한 엿장수와 남이는 따로 만남을 갖게 되고, 남이 역시 엿장수를 향한 마음이 진심이었기에, 철수의 집을 떠나 혼인해야 된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밤새 울어 눈이 붓는다.
이 작품의 미학은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가슴속에 숨기고 소리 없이 이별하는 남녀의 감정을 절제된 서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이와 엿장수는 모두 하류 계층의 토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두 남녀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은 옥색 고무신을 매개로 하여 함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근본적인 핵심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선하고 고귀한 사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의 사랑이야말로 남이의 아버지나 철수로 대표되는 현재의 애정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답고 귀한 사랑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글로나마 되새기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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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순수함이란 계산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듯 합니다.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신비의 맛도
포함되어 있는듯 하구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무엇이 어떻게 다가오든지 감내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곧 순수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옳으신 말씀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