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죄가 없어요
먼 옛날 올림포스의 궁전에서 신들의 잔치가 열렸습니다. 잔칫상에 오른 것은 넥타와 암브로시아 그리고 황금 사과였습니다. 넥타는 불사의 생명을 만드는 술이고, 암브로시아는 육체를 늙지 않게 하는 음식, 황금 사과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해 주는 과일이었습니다.
상을 차리고 음식을 올리는 것은 님프들이었는데, 그 중 가장 어리고 귀여운 님프가 사과를 올리는 일을 맡았습니다. 신들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사과가 하나 모자랐습니다. 신들은 열두 명인데 사과는 11개밖에 없었습니다. 님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장난을 좋아하는 한 여신이 당황하는 님프를 보며 속으로 웃었습니다. 귀여운 님프를 놀려주려고 사과 하나를 감추었던 것입니다. 아내인 헤라와 다투어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제우스는 님프를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님프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몸이 벌벌 떨렸습니다.
"훔쳐먹지 않았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제우스가 차갑게 말했습니다.
"부디 제 몸을 갈라서라도 속을 조사해주세요."
님프가 무릎을 꿇고 빌어도 제우스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님프는 큰 소리로 울면서 올림포스 궁전을 뛰쳐나갔습니다.
님프는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하소연했습니다.
"저는 죄가 없어요. 부탁이니 어서 제 몸을 가르고 뱃속을 봐 주세요."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눈물을 흘리며 떠돌아다니는 님프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았습니다. 며칠이고 몇 주일이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걷는 동안에 다른 말은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불쌍히 여긴 꽃의 신은 님프를 봉선화로 만들었습니다.
부드러운 가을 햇빛 아래 열매는 익어서 검어집니다. 그리고 그 검은 열매는 누가 만지려고 하면 그 즉시 탁 터져서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다 내보입니다. 열매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멋 옛날의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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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손톱에도 물들이구요
ㅎㅎ 고운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