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귀검신(弓鬼劍神)제18장 무사(武士)에게 보낼꽃은 없다 -1
"헉헉! 지독한 놈들! 주군 조금만 참으십시오" "허허, 나 때문에 자네가 고
생이 많구먼..."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제 목숨은 이미 예전에 주군 께
바친 것입니다."
"고마운 말이지만 그들의 추격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 군."
"아닙니다. 희망을 버리지 마시옵소서. 조금만 더 가면 소 림입니다. 소림사
에 직접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그늘에서 잠시 은거를 하고 있으면 그들 또한 감히 경동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어둠을 뚫고 숭산을 오르는 세 사람이 있었다. 주군 이라 불리던 노인
은 이미 그 상처가 심해서인지 한 젊은이의 등에 업혀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실로 처참했
다. 한쪽 팔 은 어디로 이미 사라지고 눈 또한 상처를 입었는지 굳게 감 겨 있
는 사이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배의 상 처가 심했는데 가슴에서 배에 이르는
대각선의 칼자국을 따
라 그 안의 장기가 보일 정도로 끔찍한 상처였는데 이런 상 처를 입고도 살아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노인을 따라 가는 수하글 또한 정상적인 몸이 아니었다. 모르면
몰랐지 노인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직 자신이 모시
던 주군을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만을 가지고 지금껏 버텨오는 중이었 다.
"주군, 숭산입니다. 잠시만 더 참으시면 그들의 추격을 뿌 리칠 수 있을 것
입니다."
"내 살아서 꼭 한번 숭산에 오른다는 생각을 하곤 있었지 만 이런 몰골로
올 줄이야....허허허"
"천릉(天陵)자네도 힘을 내게 조금만 더 참으면 쉴 곳이 있 을 것이야."
"염려 마십시오. 헌데 대주님의 상세가 가벼워 보이지 않 습니다."
"이까짓 상처가 나를 어찔 할 수는 없지. 자네 또한 만만 치 않게 상처를
입었지 않은가.."
"그놈들이 우리 를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패천수호대(覇天守護 隊) 딴곳으로
보내지만 않았어도...."
"그들을 그곳으로 보낼 땐 이미 계획이 선 이후지. 그나마 자네와 나만이라
도 남아 있어서 다행 아닌가? 급하네 어서 서두르세"
그들은 노인을 업고 그들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숭 산을 오르기 시작
했다. 소림! 소림만이 그들을 살릴 수 있었 다. 그들과 주군의 입장에선 소림의 힘을 빌린다
는 것은 치 욕이었지만 지금의 치욕은 복수의 칼을 세우기 위해선 능히 참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게나. 친구!"
흠칫, 달려가던 장년인의 신형이 벼락을 맞은 듯 떨렸다.
그리고 발작하듯이 물었다.
"혈류도(血流刀) 냉악(冷岳)! 자네까지?" "미안하네. 하지만 한곳에 머물러
있기엔 그곳은 너무나 좁다네"
"자네의 야망이 큰 것이겠지...
"...."
"어찌 주군의 은혜를 져버린단 말인가?" "할말이 없네, 내가 무슨 말을 하
겠는가?"
냉악은 시선을 돌려 사천릉의 등에 죽은 듯이 업어져 있는 노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군,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너무 많이 억눌려져 있
었습니다"
"허허,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지..."
노인은 미동도 없이 그저 허허로운 음성만을 내뱉었다. 냉 악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주변의 숲에서 피빛 무복 을 입은 무사들이 나타났다.
"혈참마대(血斬魔隊)까지... 자네는 정말 주군을 해하려는 마음을 굳혔구
만."
"어쩔 수 없다네. 그리고 이곳은 이미 천라지망(天羅地網)으로 덮혀 있다네.
미안하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주군을 내려놓으 시게. 더 이상 그분을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네
"
"닥쳐라! 나 독고적(獨孤籍)이 있는 한 그리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령(死靈) 독고적, 그래 평소의 자네라면 감히 어떤자가 자네를 해할 수
있겠나? 하지만 자네의 지금 상태는 내 수하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몸, 고집을 꺾도록 하게.
냉악이라는 자의 입에서 사령 독고적이라는 이름이 언급 됐는가?
사령(死靈) 독고적(獨孤籍)!!
이 이름이 마도무림에서, 아니 전 중원의 무림에서 차지하 는 위치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작금의 무림은 정확 하게 이분되어 있었다. 무림은 현재 구파일방(九派
一幇)과 정 통의 세가(世家)들을 중심으로 한 백도문파(白道門派)와 패천 궁(覇
天宮)을 중심의 흑도문파(黑道門派), 그리고 정사중간의 군소문파(群小門派)로 이루어져 있
었지만 군소문파의 힘이 그다지 크지 못한 범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 중원은 양분되
어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했다. 특히 구양풍을 추종하는 무 리들이 세운 패천
궁은 이미 전 흑도의 모든 문파를 자신들의 발 아래에 무릎 꿇리고 사실상 통일을 이루어냈다.
흑도가 패천궁을 중심으로 통일되자 백도의 여러 문파들은 혹여나 그들이 중
원제패의 야욕을 부리지는 않을까 하여 긴 장의 눈으로 그들의 다음 행보를 주시했다. 그러
나 백도의 지도자들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패천궁은 자신들의 영역에만 힘을 기를뿐 백도와의 충돌은 웬만해서 일으키
지 않았다. 물론 흑, 백도 의 간헐적인 충돌 은 있었지만 그것이 대규모의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무엇보다 소림의 무공에 한번의 실패를 맛본 패천궁의 성주 궁양풍이
소림의 무공을 꺽지 못하는 한 충돌은 없다고 천명 한 것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지
만 흐르던 물이 고 이면 반드시 썩게 마련이듯이 문제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
타났다.
일,이년두 아니고 그런 명령이 벌써 사십여년 이나 지속되 어 오자 원래가
호전적인 흑도의 무인들은 그들의 지존의 명 령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구양풍의
절대적인 힘 을 직접 목도했던 흑도의 무림인들은 어느새 뒤로 물러나는 세대
가 되었고, 지금의 흑도를 지탱하고 이끌어 나가는 사람 들은 대개가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들
과 한참 야망을 불태울 장년의 나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불만 세력들이 감히 준동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성주의 친위대(親衛隊) 패천수호대(覇天守護 隊)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릴적부터 선발
되어 최고 의 무공과 영약들을 지급 받고 키워져 온 그들이었다. 개개 인의
능력이 그들 나이의 흑도 무림인 중에서 이미 최고 였 다. 그러한 인물로 이루어진 패천수호
대는 그 이름대로 패천 궁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하는 집단이었다. 대주와 부대
주를 중심으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오로지 성주의
명만 따를 뿐이었다. 과거 흑도에서 내노라하는 문파였던 환 사성(幻邪成)이 구
양풍의 명을 어기고 단독으로 태산파(太山 派)를 공격했다가 이들에게 단 하룻밤만에 멸문
지화(滅門之 禍)를 당한 일은 너무나 유명한 일이었다. 그렇게 막강한 패 천수
호대를 이끄는 수장이 바로 사령(死靈) 독고적이었다. 그 런데 그런 그가 어찌 이런 꼴로 여기
에 나타난 것인가...
"훗, 나를 너무 우습게 보지 말게. 내 비록 상처를 입었다 고는 하지만 이
정도에 쓰러질 정도면 애초에 패천수호대의 대주 자격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독고적은 천천히 자신의 검을 자신의 가슴께로 끌어 올렸 다. 그리고는 냉
악의 뒤에 서 있는 혈참마대를 바라보며 나 직히 외쳤다.
"누가 먼저 나의 검을 받겠느냐?"
상처 입은 호랑이의 모습이 이러할까? 독고적의 모습은 그 상처는 중했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여전히 중인을 압도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누가 먼저 나서겠다는 인물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독고적의 내심은 상당히 초조했다.
'여기서 이들을 뚫고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하도 힘들거늘 냉악마
저.... 그렇다면'
독고적은 빠른 상황판단을 했다.
[천릉,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게. 어차피 자네와 내가 주군을 모시
고 이곳을 벗어나기는 힘드네. 그러니 내가 이곳을 막고 있을 동안 자네는 주군을 모시고 소
림으로 가 게. 주군이 비록 그들과 가는 길은 달랐지만 주군의 이런 모 습을 보
고 외면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네. 우리가 소림의 힘 을 빌려야 하는 것은 치욕이나 주군을 살
리려면 어쩔 수 없 는 일 이제 내가 공격을 하면 동시에 소림으로 주군을 모시
고 달려가게. 그 동안 내 밑에서 부대주 노릇을 하느라 고생 했네. 자네가 있어 즐거웠다네]
"안온다면 내가 가지!"
독고적은 전음으로 자심의 말을 사천릉에게 전한 뒤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냉악의 뒤에 서있던 혈참마대가 급 히 반격을 해왔다.
"대...주..."
[어서 가게.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네. 어서!] [알겠습니다, 내 대주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입니 다. 당신 같은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고맙네]
사천릉은 혈참마대에 둘러 싸여 치열한 싸움을 하는 독고 적의 영상을 다시
한번 뇌리에 기억시키더니 소림을 향해 달 려가기 시작했다.
"뭣들하느냐? 막아라!"
냉악은 독고적이 진영을 흩으러 놓는 틈을 타 달아나는 사 천릉을 보고 급히
소리쳤다.
"너희들은 여기서 독고적을 막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냉악은 남아있던 혈참마대를 둘로 나누어 한쪽은 독고적과 힘겹게 싸우고 있
는 혈참마대를 돕게 하고 몇 명은 자신이 직접 데리고 사천릉을 쫓았다.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독고적은 몸에 많은 상처를 입어 최선의 상태
는 아니었지만 그 명성이 헛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혈참마대의 인물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조금도 물러섬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손에 죽은 혈참마대
의 인원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 지만 혈참마대가 패천수호대만은 못해도
개개인의 능력은 이 미 일류고수였다. 시간이 지나자 독고적은 점점 힘이 부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구나. 하지만...이대로 무너진다면 체 면이 안 서겠지...'
"혈광천하(血光天下)"
거의 다 쓰러져 가던 독고적이 갑자기 어디서 나온 힘인지
검을 들고 몸을 한번 회전시켰다. 그러자 검에서 붉은 기운 이 솟아 사방으로
뻗어나가더니 그를 공격하는 혈참마대를 덮쳐갔다.
"크헉!"
그 붉은 기운을 맞은 대여섯 명의 혈참마대의 인원들이 그 자리에서 절명하
고 말았다.
"음, 혈우검법(血雨劍法)! 과연 무섭구나. 하지만 이미 공력 은 바닥났을 터
일제히 공격하라."
혈참마대의 부대주 혈랑(血狼) 낭치(狼齒)는 머뭇거리고 있 는 대원들을 독
려했다.
'끝인가...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를 않구나... 더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주군 끝까지 모시지 못하는 저를 용서해 주 십시오....'
독고적은 자신에게 벌떼 같이 달려드는 혈참마대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그저 사천릉이 달려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 린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한 방울의 이슬이 맺혀 있었다.
궁귀검신(弓鬼劍神)제18장 무사(武士)에게 보낼꽃은 없다-2
숭산의 동쪽 하늘에서 새벽을 알리는 여명(黎明)이 다가오 고 산속의 생물
들고 하나둘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소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런
정경을 해치 는 행위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함! 영 개운하지가 않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소림에 서 하룻밤 묵고
나오는 건데...."
소문은 거의 꺼져가는 장작의 불씨를 살리며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소림의
산문을 벗어난 걸 후회하고 있었다. 밤새 불타던 장작은 비록 그힘을 다했지만 소문이 새로
죽어온 나 뭇가지를 집어넣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활 타올랐다.
"면피야 어디 가서 토끼 한 마리라도 구해와라 배가 고파 서 영..."
하지만 나무위에 앉아 있는 철면피는 소문의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 미안하다 미안해, 하지만 어제는 어쩔 수 없었잖아.
니가 갑자기 물어온 토끼보고 그 무문가 하는 스님이 기겁을 하는 거 봤잖아.
내가 뭔 힘이 있냐... 그래서 널 나무란 것이 니까 그만 화 풀고 빨리 갔다와라."
소문이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철면피를 달래 봤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
다.
"관둬라. 앓느니 죽고 말지 그냥 마을에 가서 밥이나 먹을 란다. 으이구. 인
제는 네놈 눈치까지 봐야 되냐?"
소문은 투덜거리며 어깨를 떨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장백
산에 있을 때부터 밥에 사연이 많은 소문이 었다. 집을 떠난 이후 어떤 일이 있어도 심지어는
구걸까지 해서라도 밥은 구해 먹었는데, 어제 아침 이후론 아무 것도 먹지 못
했으니 기운이 없을 만도 했다. 그렇게 소문이 산을 내려가고 있을 때 멀리서 뛰어오는 사람
이 있었다.
"흠, 소림이 대단하긴 대단해. 이 새벽에 불공을 드리러 저
리 뛰어오는 사람도 있으니..."
하지만 이런 소문의 감탄과는 달리 달려오는 사람의 모습 은 불공과는 거리
가 있었다. 온몸을 피로 적셔 얼굴조차 알 아볼 수 없고, 몸 곳곳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과 부
러진 칼날 과 화살이 꼿혀 있었다. 게다가 그는 한 구의 시체를 등에 업고 있
었는데 그 시체 또한 온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에구! 아침부터 재수 없게...'
소문은 아침부터 못 볼 것을 봤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뛰어오던
사람은 소문을 보고는 잠시 멈칫거렸으나 곧 개의치 않고 소문을 스쳐 지나쳐 달려갔다. 소
문도 신경 을 끊고 가던 길을 가려 했으나 자신을 스쳐 지나갔던 사내 가 갑자
기 멈춰 서더니 자신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이보게 젊은 친구. 지금 그리로 내려가면 위험하다네. 다 른 길을 찾아보거
나 소림사에서 내려 온 듯 하니 차라리 그
냥 다시 소림사로 돌아가게."
"위험하다고요? 어제까지 멀쩡했던 길이 끊어지기라도 했 습니까?"
"허, 그게 아니라 우리를 쫓던 사람들이 자네를 살려 두지 않을 것이네."
"하하. 설마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을 죽이기야 하겠습 니까?"
소문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재수 없는 몰골 로 나타나 알아듣
지 못할 소리만 해대고 있는 그를 보니 웬 지 하루종일 재수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리고 그런 소문의 생각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상관은 없지만, 그들을 본 이상 살려 둘 수는 없겠지"
어느새 나타났는지 주변에는 냉악이 이끄는 혈참마대가 포 위를 하고 있었
다.
'아뿔싸, 시간을 너무 끌었구나.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더 니 소림을 코앞
에다 두고...'
후회란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사천릉이 독고적의 희
생으로 여기까지 도망쳐 올 수 있었지만 소문과 잠시 대화를 하는 동안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죽음을 직감한 사천릉은 업고 있던 노인을 커다란 노송의 기둥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자신과 평생을 함께한 철검을 집어들었다. 남들이 들고 다니 는 명검은
아니었지만 한번도 자신을 실망시킨 적이 없는 사 천릉에게 그 어떤 보검보다 든든한 친구였
다. 철검을 굳게 잡은 사천릉은 냉악을 쏘아보며 말을 했다.
"저 젊은이는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오. 그 냥 보내주시오."
"유감이나 그럴 수는 없다네. 그가 자네를 본 순간 그는 이미 저승에 발
을 들여 놓았다네."
냉악은 정말 유감으로 생각하는지 어두운 안색으로 말을 했다. 하지만 사
천릉은 벼락 같이 화를 낼 뿐이었다.
"언제부터 우리 패천궁이 무공도 없는 사람을 죽였소. 우 리는 비록 백도에
게 손가락질 받는 흑도 사람이었지만 나름
대로 기개와 자부심이 있었소. 이제는 그런 자부심마저 버리 겠다는 것이오."
"이번 일에는 목격자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자부심과는 별개의 문제다."
사천릉의 말이 마음에 걸리는 듯 냉악의 음성은 약간 떨리 고 있었다. 헌데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문은 화 도 나고 어이도 없었다.
'나참, 이제는 별 시덥지 않은 인간들이 나를 가지고 놀려 그러네. 내가 엄
연히 여기 있건만 내 목숨을 가지고 흥정을 해? 역시 저 인간을 처음 봤을 때부터 오늘의 일
진이 영 아 니라는 것을 느꼈다니까...'
소문이 한참 분개해 하고 있을 때 사천릉과 냉악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에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겠다"
이 상황에 떡이라니... 소문은 노인이 기대어 있는 나무로 걸어갔다. 노인은
역시 미동이 없었다.
싸움은 한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혈참마대의 대주 라는 직위를 지닌
냉악의 무위는 정말 뛰어났다. 그는 자신 에게 혈류도(血流刀)라는 칭호를 얻게 해준 독문도
법(獨門刀 法)인 호접무도(胡蝶舞刀)를 펼쳤다. 초식하나 하나가 끊어지 지 안고
연결되어 마치 검무를 추는 듯한 우아한 모습으로 시전되는 호접무도는 한번 시전 되면 상대
방의 피를 보지 않 고는 절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상대방의 피를 흘러내리게
한다고 하여 혈류도라 불리었는데 숨쉴 틈도 없이 몰아대는 이런 연환 공격에 목숨을 잃은
자가 얼마이던가. 그러나 상 대 또한 패천궁의 정예중의 정예를 모아 놓은 패천수호대의
부대주 였다. 결코 만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패천수호대 라면 모두가 익히고 있
는 패천수호대만의 검법인 혈우검법 (血雨劍法)은 공격에도 뛰어난 위력을 보였지만 수비에
서도 또한 못지 않게 그 위력이 뛰어났다.
"혈류도 냉악, 역시 허명이 아니었구료" "자네 역시 마찬가지"
한참을 싸운 그들은 서로를 칭찬하더니 두손을 늘어뜨렸 다. 소문은 일생
에 두 번 보기 힘든 격전을 보고 있다는 것 을 알수 있었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은 이런걸 두고 말하는 것일걸... 암튼 대단한데...아침
부터 재수 없게 만든 인간도 그렇고 더 재수 없는 인간도... 그 뭐야 무무라는 젊은 중보다 더
쎄겠는데...'
소문은 어제 밤에 자신과 비무를 했던 무무와 그들을 비교 하더니 그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소 문의 착각일 뿐이었다. 우선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싸움이 비 무와 단순비교 될 수 없고, 무무는 소림사 내에서도 비밀리 에 키워
지는 존재인지라 아직 비무다운 비무를 해보지 못했 다. 그를 가르치는 노승정도의 실력에 오
른다면 실전과 연습 을 이미 떠나 어떤 상황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고 실력을 발
휘하는 경지에 이르겠지만 무무는 아직 그 정도의 실력에 이 르지 못하였다.
해서 실력만큼 무공을 펼치지 못했는데 만약 무무가 약간의 실전 경험을 쌓는다면 소문이 지
난밤처럼 그 리 간단히 그를 굴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사천릉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자신의 철검의 손잡이를 옆구리에 최대로
붙이고 서서히 다리를 움직였다. 순간 냉악 의 눈이 반짝였다. 여지껏 알지 못하던 자세를 사
천릉이 취 하자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던 것이다.
'저게 뭐지?'
순간적으로 저 자세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노골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살기.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자신을 베겠다는 사천릉의 의지가 담겨져 있는 자세였다. 결연하게
철검을 쥐 고 있는 사천릉의 눈에는 이미 생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죽 음을 각
오한 것인가? 아님 포기한 것인가?
'후, 쉽지는 않겠어'
냉악은 사천릉을 죽이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물론 수
하들을 시킨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따르겠 지만 충분히 그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오장에서 사장, 삼장 그리고 채 일장이
되지 않자 먼저 움직인 것은 사천릉이었 다.
"혈우무적(血雨無敵)!"
온 힘을 다해 도약하는 사천릉의 몸은 무섭게 회전하고 있 었다. 금방이라도
갈기갈기 찢길것만 같았던 냉악의 몸도 같 이 움직이고 있었다.
"크윽!"
"윽!"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비명성과 함께 땅에 내려섰 다. 하지만 결과
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사천릉의 철검은 냉악 의 가슴에 꼿혀 있는데 심장을 노린 철검이 왼
쪽 가슴을 파
고들자 미처 피하지 못한 냉악은 순간적인 몸 동작으로 오른 쪽 가슴을 들이밀
어 사천릉의 철검을 간신히 막아냈다. 그걸 로 끝이었다. 사천릉이 구사한 혈우검법의 마지막
초식은 자 신의 몸을 희생해서 적을 죽이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법 이었다.
헌데 냉악의 순발력은 사천릉의 마지막 한 수를 무 위로 돌리고 말았다. 사천릉은 냉악이
휘두른 검에 가슴이 갈려 땅에 쓰러졌다.
"주.....군......"
사천릉은 감기는 눈을 붙잡고 나무에 기대어 있는 노인에 게 기어갔다.
"그래, 자네마저..."
그때까지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던 노인이 처음으로 입 을 열었다. 소문
은 깜짝 놀라 노인을 쳐다보았다. 죽은 줄만 알았던 노인이 말을 하다니...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고 있는 데 사천릉은 결국 노인의 앞에까지 기어왔다.
"주..군...끄...끝까지....모..시지....모........"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사천릉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 고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허허, 나 하나 때문에.... 결국 자네마저..."
노인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슬픔은 옆에 있는
소문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처량했다. 그 런 노인에게 아직도 철검을 가슴에 꽂고 있던 냉악
이 다가와 허리를 굽히며 말을 했다.
"주군, 이제 편히 쉬실 때가 된 듯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그래야겠
지..."
대답을 하는 노인의 입에서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 었다.
'주군? 이놈도 주군이고 저놈도 주군이면 저놈이 배반을 했다는 말인가?
오라. 이제 알겠다. 저러 싸가지 없는 놈을 보았나...'
소문은 분개했다. 주인을 배반하는 수하라... 충신(忠臣)은 불사이군(不事二
君)이라 하는 말도 있듯이 충(忠)은 효(孝)와 함께 남자로써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 아니던가...
물론 소문이 그런 뜻까지 알리는 없었지만 배신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문 득 후
회가 밀려왔다.
'제길, 진작 알았으며 저 친구도 살리는 건데...'
괜히 기분이 나쁘다고 나서지 않은 일을 후회했다. 후회가 크면 클수록 분노
도 커지는 법이다. 소문에겐 분노를 풀 상 대가 있어야 했고, 마침 냉악과 그가 이끄는 혈참
마대가 있 었다.
"편히 모시겠습니다"
이미 죽음을 당연시 하는 노인을 향해 냉악은 서서히 칼을 들어 올렸다. 하
지만 냉악은 그 칼을 결코 내려치지 못했다.
'헛, 뭐지 이 살기는?'
냉악이 칼을 들어올리면서부터 자신에게 밀려오는 살기.
냉악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밀려오는 살기인 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재빨리 칼을 내리고수하 들에게 경계를 시켰다. 살기는 갈수록 짙어만 갔
다. 결국 살 기가 발하는 곳을 찾아낸 냉악은 경악의 신음성을 내뱉었다.
"너..너는?"
지금 냉악이 보고 있는 것은 한쪽 손에 거무튀튀한 철궁을 들고 서 있는 소
문이었다. 소문은 필요이상으로 흥분하고 있 었다. 살기 또한 그만큼 짙게 내뿜고 있었다.
"배반이라...인간이 신의를 저버리면 그건 인간이 아니지...
인간이 아닌 것이 무기를 들고 설쳐서야 되나"
소문은 얼굴 가득 비웃음을 짓더니 냉악을 향하여 철궁의 시위를 당겼다.
"크흑"
냉악은 자신에게 쏘아져 오는 기를 들고 있는 칼로 쳐보았 다. 하지만 정상
적인 몸 상태일지라도 막기 힘든 위력을 지
닌 무영시(無影矢)를 지금의 그가 막아낸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다만
가슴을 향해 짖이겨 오건 무영시의 방향을 단지 틀어 어깨를 가격하게 만드는 정도였다.
"쳐...쳐라!"
냉악은 비틀거리며 자신의 뒤에 흉흉한 살기를 내뿜고 있 는 혈참마대의 대
원들에게 소리쳤다. 자신들의 대주가 위기 에 빠진 모습에 크게 경악했던 대원들은 일제히 소
문에게 달 려들었다.
'좋지 않군...허나 거북이 같이 느린 네놈들에게 당할 정도 로 난 약하지 않
아'
밀려들어오는 상대가 너무 많기에 가만히 서서 공격을 하 다가는 소문 자신
도 피해를 입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소문은 자시의 특기를 최대한 살린 빠지고 치는 공격 방
법을 택했 다. 소문의 발이 천천히 움직이자 그를 공격하던 혈참마대의 진형에
혼란이 왔다.
"큭!"
어느새 십여장 밖으로 물러난 소문의 무영시에 한 명의 대 원이 목숨을 잃었
다. 동료들의 피를 본 대원들의 눈에서 핏 발이 섰다. 그들이 시전할 수 있는 최고의 보법을
써서 소문 을 쫒았다.
"악!"
다시 한 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아무리 소문 을 잡으려 하여도
소문이 시전하고 있는 출핼랑을 따라잡을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포위를 한다 싶으면 갑자
기 쏟아져 들어오는 살기에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하고 있었다. 소 문이 무
무와의 비무에서도 출행랑(出行狼)을 사용했지만 지 금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때는 그저 순수
한 무공의 비교였고, 소문의 마음에 살심(殺心)이나 미움따위는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차하는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 는 싸움이다. 당연
히 반야심경도해(般若心經圖解)에 의해 억 눌려 있던 살기가 출행랑을 따라 방출되고 있으니
그들이 소
문을 함부로 막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공격할땐 공포를 물러설 때
두려움을 심어주는 출행랑의 진수가 그대 로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쫓기고 쫓는 상황이 얼마나 지났을까 혈참마대의 인원 중 땅을 딛
고 서 있는 대원이 몇 안되었다. 그들은 극 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떨고있었다. 그
런 자신들 의 수하를 보는 냉악은 도무지 믿지 못했다.
'저들이 누구인가? 패천궁의 정예중의 정예이거늘...어찌 저 리 쉽게....도대체
저 놈은 누구란 말인가!'
더 이상 미련을 두어봤자 결과는 자신을 비롯해 혈참마대 의 전멸이었다.
냉악은 급히 퇴각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자 시의 주군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록
자신이 그 끝을 확인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있긴 했지만 주군의 죽음은 기정사
실이었다. 소문은 물러나는 그들을 더 이상 쫓지 않았 다. 천천히 살기를 가라앉힌 후 노인에
게 다가갔다. 노인은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지 않았다.
"허허, 보고 있어도 믿지를 못하겠구나. 저들이 이제 겨우 약관을 넘어 보이
는 젊은이에게 쫓겨 가다니..." "상처는 어떻습니까?"
"보다시피 이 모양일세"
노인은 갈라진 자신의 배를 보여주었다. 벌써 살이 썩어들 어가는 듯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소문은 난감했다. 자신의 기분에 의해 실수로 죽어간 사천릉을 생각해서라도
이 노인 을 꼭 살리고 싶었다.
"어떻게 방도가 없겠습니까?"
"흠, 글쎄 내공이야 자네가 도와 준다면야 쉽게 다스릴 수 있겠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서... 이런 곳에서는 약도 구하기 가 싶지 않은 노릇이니 힘들다고 보네. 하지만 이
렇게 라도 잠시 하늘을 바라볼 수 있으니 더 바랄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 동안
너무 큰 집착에 빠져 하늘 한번 제대로 못 봤었는 데... 저렇게 푸른 것을...."
노인은 세상에 처음 나온 어린애처럼 하늘의 푸름에 즐거 워하고 있었다.
소문은 마음이 급해졌다. 웬지 이 노인을 살 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뇌속을 지배했다.
'약, 약이라...그래. 여기가 어디던가...'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약을 구해 올테니"
소문은 노인이 미처 뭐라 할 틈도 없이 산 위를 향해 달려 갔다. 소문의 신
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허, 저런 경공술도 있었던가...."
노인이 감탄을 하고 있을 때 벌써 소문은 소림의 산문에 다다르고 있었다.
산문은 어제와 다른 스님들이 서고 있었다.
"머...멈춰라..."
스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문의 신형은 산문을 뛰어 넘 었다. 소문이 지
금 향하고 있는 곳은 어제 자신이 무무와 비 무를 벌였던 장경각(藏經閣)이었다. 소문, 아니
노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약을 구하기 위해 단계를 거쳐야 하는 버넉 로움을 감수할 수
없었다. 산문을 넘은 소문은 금새 장경각 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마침 무무가 일을 보
고 있었 다.
"아니, 시주는?"
"을지소문이오. 죄송하오나 큰스님을 뵐 수 있겠습니까?" "아니 태사숙조
님은 무엇 때문에?"
"급히 아뢸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소문이 무무와 장경각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수십명 의 무승이 장경각
으로 뛰어 오고 있었다.
"무무 사형,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인가? 무상(無想)사제"
"저 자가 산문을 뛰어 넘어 이곳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뛰어왔습니다."
무상이라는 스님이 소문을 가리키며 의심스런 눈초리로 말 을 했다. 그런 무
상을 보며 무무는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 괜찮네. 이 시주는 태사숙조님을 뵈러 급히 오느라
고 그런 것이네."
"예?"
"시주, 저를 따라오시지요"
무무는 의아해 하는 무상과 많은 무승들을 뒤로하고 소문 을 장경각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노승은 예의 그 지팡이 를 들고 소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자네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네" "죄송합니다. 급히 아뢸 말씀
이 있어서..." "그래? 무엇인가?"
노인은 소문에게 자리를 권하며 질문을 했다. 하지만 소문 은 의자에 앉을
시간도 없었다.
"산을 내려가다가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했습니다. 그 사 람의 상세가 매우
위중합니다. 해서 약을 좀 얻을까 해서 왔 습니다"
"아미타불, 선재로다. 역시 내가 자네를 잘못 보지 않았네.
암 줘야지 사람을 구하는 일인데. 그깟 약이 대수이겠는가?"
소문의 말에 크게 흡족해하는 노승이었다. 노승은 옆에 서
있는 무무에게 말을 했다.
"너도 들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장문인에게 가서 이유는 묻지 말라고 하고
소환단(小丸丹)하나를 얻어 오너라" "소...환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어서 다녀 오거라"
무무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지만 노승의 거듭되는 말에 장경각을 나섰다.
잠시 후 돌아온 무무의 손에는 자그마한 함이 하나 들려 있었다. 무무는 그것을 소문에게 건
네주었다.
"그 약이 상처에 제법 잘 들으니 그것을 가지고 가서 사람 을 구하도록 하
게."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이러다 늦겠네. 어서 서두르게" "예, 스님, 그럼 이만 가보겠
습니다."
소문은 노승에게 깊게 허리를 숙이고 장경각을 빠져 나왔 다. 소문은 따라
나온 무무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어째 귀한 약인 것 같은데....."
"허, 소환단을 모르신다는 말씀이요?" "그것이..."
"모르신다면 할 수 없지요. 그냥 좋은 약인 줄만 아십시오.
하하하"
무무는 스님답지 않게 큰 소리로 웃으며 소문에게 인사를 했다. 소문 또한
마주하여 인사를 하고 재빨리 산을 내려왔 다. 노인은 여전히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여기 약을 가져 왔습니다. 우선 복용하시지요"
소문은 소림사에서 얻어온 함을 노인에게 내밀었다. 노인 은 하나 남은 팔
을 들어 힘겹게 받아들었다. 함에는 구슬만 한 크기의 환약(丸藥)이 들어있었다. 약을 본 노
인은 상당히 놀란 목소리로 소문에게 말을 건넸다.
"아니 이건 소림의 소환단이 아닌가? 이 귀한 것을 어찌?" "소림사에 물건
하나를 주고 대가로 받아온 것입니다. 어 서 복용하시지요"
노인은 소환단을 복용했다. 하지만 곧바로 운기조식을 하
지는 못했다. 노인이 입은 내상이 너무나 깊어 운기조식을 하려면 소문의 도
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다가 이곳은 운기 조식을 하기엔 자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소환단
의 힘으로 외상의 악화만을 일단 막고 따로 장소를 잡아 내상을 치료하 기로 했
다. 소환단을 복용한 후 노인은 소문에게 또 하나의 일을 부탁했다.
"산 아래에 나를 지키다가 죽어간 또 한 명의 친구가 있 네. 미안한데 그
친구를 이곳으로 데려다 주겠나?" "그러지요"
소문은 재빨리 산을 내려왔다. 과연 노인의 말대로 한 사 내가 쓰러져 있었
다. 아니 쓰러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무릎 은 꿇었으되 양손으로 자신의 무릎 앞에 박힌 검
을 잡고 있 었다. 고개는 숙여져 헝크러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는 있었지
만 소문은 그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죽어있 는 그의 몸에는 정확하게 아홉 개의 칼
이 박혀 있었다. 온몸
에 칼을 박고서도 웃으며 죽어간 사내 그의 이름은 패천수호 대(覇天守護隊)
대주(隊主) 사령(死靈) 독고적(獨孤籍)이었다.
"고맙네. 이곳이라면 그들도 편히 쉴수 있을게야"
숭산의 동쪽 기슭에 두 개의 무덤이 생겼다. 묘비도 없이 그저 돌 몇 개를
올려놓아 무덤임을 표시할 뿐이었다. 소문 은 주변에 피어 있는 꽃을 몇 가지 꺾어와 무덤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노인은 그런 소문을 만류했다.
"그만두게, 그들은 진정한 무사들, 무사에게 꽃은 어울리지 않는다네. 참 그
러고 보니 내 아직 자네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군. 나는 구양풍(邱暘風)이라 한다네"
첫댓글 즐감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즐감하고갑니다.
ㅎㅎㅎ
즐감~!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잼납니다
인면
구양풍!
즐감하고 갑니다.
ㅈㄷㄳ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즐독요
즐감합니다.
좋아좋아
즐독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