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통해 다양한 부모교육 강의를 들었다. 단체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도 ‘등대지기학교’ 강의를 들으면서부터였다. 신을진 선생님의 자기주도학습법이라든가, 이범 선생님의 우리나라와 다른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비교하는 강의도 재밌었지만, 이우학교의 이수광 선생님 강의를 들었던 날은 잊을 수 없다. 아이의 생각을 묻는 수업,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기획하는 학교 행사,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내 아이와 내 삶에 적용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 해야 하나, 그날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녀 교육은 내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안 보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힘을 모아 제도와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하는 것이구나, 여기에서 더 많이 공부하고 힘을 보태야겠다 싶어 등대지기학교 8번의 강의를 듣고 난 후 후원회원이 되었다.
이후로 수 년 동안 다방면의 강의를 들었다.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를 당당히 외치는 진로학교 강의는 강사 한 명 한 명의 스토리가 너무 재밌었다. 강의록이 책으로 묶여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다. 선행진도 빼기에 급급한 수학학원, 단어 외우는 숙제를 잔뜩 내주는 영어학원도 보내고 싶지 않았으니 사교육걱정이 기획한 영어학습법, 수학학습법 강의도 빼놓지 않고 들었다. 나는 ‘자녀가 대학을 안 가도 괜찮다’는 급진적인 교육관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한국사회에서 제도권 교육은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러다보니 ‘아, 이 방법 정도는 나도 실천해볼 만 하다’싶은 학습법 강의가 있었고,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강의도 많았다. 때로는 대학에서 듣던 사회학이나 심리학 수업을 방불케 하는 강의도 있었다.
그러나, 대치동 일타강사 강의를 듣는다고 수능 1등급을 받는 게 아니듯, 주옥같은 강의를 들어도 양육자로서의 내 태도, 아이의 공부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론을 알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변화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 이제 우리는 안다. 게다가 ‘엄마가 어디서 이상한 거 듣고 와서 ‘~구나’체를 쓴다고 아이들이 싫어한다’는 식으로 수강 후 서툰 시도 자체를 희화화하거나, 자녀를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게 되는 엄마의 본성을 힐난하는 남성 강사들을 만날 때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배운 걸 함께 실천하는 모임이 있으면 어떨까
열심히 강의를 쫓아 다니면서 듣는 회원들 사이에서 늘 대두됐던 요구가 ‘배운 내용을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워크숍’ 형태의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학습법이든 사춘기 자녀 심리든, 배운 걸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안되면 안 되는 대로, 조금이라도 실천했다면 실천한 대로 서로 경험을 나누고 방법을 수정해나가는 워크숍 형태의 강의가 있으면 백날 듣는 강의보다 조금이라도 내 삶이 바뀔 거 같았다. 그렇게 해서 변화의 노력을 실천하는 회원들은 우리 단체의 정책 캠페인과 다양한 사업에 유기적으로 넘나들며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교육걱정은 부모교육사업 외에도 추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워크숍 형태로 소수에게 많은 에너지가 집중되는 교육이 이뤄지기에 우리 단체는 시간도 사람도 돈도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러다가 2016년 ‘사교육(걱정) 절감 경험’을 연구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연구를 위한 인터뷰 대상으로 나뿐 아니라 지역모임 회원들도 참여했다. 설문만 484명이 참여했고, 10명의 질적 인터뷰 등 연구를 위한 기초조사가 진행됐다. 연구 중에 4-5년 이상 후원회원으로 활동한 회원들 사이에서 사교육 참여율과 비용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정서적 경험과 사회 참여에 이르기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분석되었다.
‘사교육 절감 과정’은 ‘나를 만나고, 아이를 이해하고, 세상과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과정’이라고 요약된다. 인터뷰를 하고나니, 지역모임을 재발견하게 됐다며 멀리 이사갔는데도 다시 열심히 나오시는 회원도 있었다.
공부불안 폭풍우 앞에 서 있는 당신에게
연구보고서가 2018년 발간되고, 유형별로 진단지가 제작되었다. 유형 검사를 해 보기 전에는 ‘변화추구형’과 ‘점진 성장형’등 4가지 유형이 어떻게 다른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진단 이후 처방을 받으면서 오히려 환기된 지점은 내 교육관을 객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4가지 유형 모두 개인의 양육과 교육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불안과 고민에서 깨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1회성 진단, 처방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보다 심화시켜 소집단 나눔과 집단 상담으로 발전시켰으니 이름하여 ‘학부모 맑음 워크숍-공부불안 폭풍우 앞에 서 있는 당신에게’이다.
이 워크숍은 한 번의 강의를 통해 자녀교육 고민을 진단하고 처방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집중 코스가 따로 있다.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변화가 일어나도록 총 5주 동안 회당 2시간씩 다섯 번을 만나는 ‘상담형’ 워크숍이 그것이다.
이미 시범 프로그램을 경험한 부모들은 ‘우리 엄마는 화를 많이 내던 사람이었는데, 나를 잘 이해해 주는 엄마’로 변했다고 아이 입을 통해 변화를 확인했다. 한 아빠는 부모라면 누구나 듣고 참여해야 할 의무 소양교육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하셨다.
집단 상담이라니, 여러 명이 참여한 자리에서 나의 내밀한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학부모맑음 워크숍이 조금이라도 궁금한 사람을 위해, 다음 주 수요일 '정책다방'에서 좀더 자세히 풀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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