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의 고양이 집사 숙종과 금묘(金猫) 이야기
궁중에 황금색 고양이 있었으니 임금께서 사랑하여 이름 내려주셨네 금묘야, 하고 부르면 곧 달려오니 사람 하는 말귀를 알아듣는 듯하였네 기린과 공작도 오히려 멀리하셨건만 금묘만 가까이서 선왕 모시고 밥 먹었네 (중략) 문에 들어서자마자 슬퍼하며 위축됐네 밥에 이미 마음 없거늘 고기인들 먹으랴 경황없이 달려가 빈전 뜰에서 곡하며 우러러 빈전 향해 몸을 굽혔네 그 소리 너무 서글퍼 차마 들을 수 없으니 보는 사람 사람마다 눈물 절로 떨구었네 -김시민, 『동포집』 2권
숙종은 조선왕실 제일의 애묘가였다. 이하곤의 『두타초(頭陀草)』와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 등 그의 고양이 사랑을 전하는 기록이 다수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김시민(金時敏)의 『동포집(東圃集)』에는 숙종의 반려묘 사랑을 가장 상세하게 담은 ‘금묘가(金猫歌)’가 수록돼 있다.
책의 서문과 본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숙종 때 궁중에 고양이가 살았는데 임금께서 그 고양이를 매우 아껴 ‘금묘(金猫)’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름 그대로 황금색 고양이였다고 하는데 요즘 ‘치즈냥이’로 불리는 누런색 고양이로 추정된다. 금묘는 궁 안에서 임금을 가까이 모시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으며 추운 밤이면 감히 용상 곁에서 잠을 잤다고 하니 숙종의 고양이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대략 짐작이 간다. 하지만 어느 날 금묘는 임금께 올릴 고기를 훔쳐 먹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궁인들에게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후 숙종이 승하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금묘는 음식을 먹지 않고 3일 동안 슬프게 울기만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대비(인원왕후)께서 그를 가엾게 여겨 궁궐로 다시 돌아오게 했지만, 주인을 영원히 잃은 고양이는 여전히 먹기를 거부하고 애처로이 울었다. 슬피 울기를 수십여 일, 결국 금묘는 빈전 계단에서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끝내 주인을 따라간 금묘에게 감동한 대비의 지시에 따라 금묘는 비단옷에 싸여 숙종의 능인 명릉(明陵) 가는 길 옆에 묻혔다. 금묘의 절대적 충심은 기록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고, 하찮은 미물도 따뜻하게 대한 숙종의 성정도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게 됐다.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졸업. 2009년부터 2014년에 걸쳐 「실질객관동화」, 「실질객관영화」, 「경운기를 탄 왕자님」을연재했다. 2014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조선왕조실톡」이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아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며 톡 형식과 역사 장르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그 인기로 YLAB과 함께 웹툰업계 최초 레이블 ‘핑크잼’을 세워 저스툰에 「세계사톡」을, 네이버웹툰에 「삼국지톡」을 연재하며 톡 시리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00.동포집(東圃集). 조선후기 문신·학자 김시민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1761년에 간행한 시문집. 8권 4책 목판본으로 영조 37년(1761) 간행되었다. 권1~6에 시 899수, 권7에 서(書) 18편과 잡저 17편, 권8에 제문 11편, 가승(家乘) 7편, 부록으로 행장·묘지명·묘갈명·묘표·만사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정리. 편집실 일러스트. 무적핑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