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구에 갔었습니다. 날씨가 기막히게 좋더군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실감나는 날씨였습니다.
박근혜 대표의 추석맞이 민생현장방문에 수행했습니다.
중소기업을 가고 공장도 방문하고 시장의 상인들과 함께
식사도 하면서 진짜 생생한 현장의 요구를 들었습니다.
상인들은 그렇게 어려운 와중에도
바싹 마른 박 대표가 안쓰러운지 계속 많이 드시라고 했습니다.
“이 집은 더 달라고 하면 밥도 국물도 더 줘요”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무엇보다 제게 뜻깊었던 것은 대구방송(TBC)녹화였습니다.
박근혜 대표가 오늘 대구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일정을 보다가 '아참-그렇구나' 했었죠.
제가 박근혜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이 바로
10년전 대구방송에서 제가 진행했던
'전여옥의 터놓고 만난 사람'이었거든요.
벌써 10년, 게다가 지금 박대표와 저는 같은 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녹화장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박근혜 대표도
그때 생각이 나는지 저를 보고 말없이 웃더군요.
그러더니 “사람일은 참 모르는 거죠?”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동감했습니다.
10년전 저는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TBC 제 프로그램에
출연하러 온 박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때가 1994년-그러고보니 박 대표가 정치를 하기 3년전이었습니다.
제가 이미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박 대표 앞에서
그렇게 평소에 거친 방송국 남자들이
얼굴을 붉히는 순진한 소년으로 변모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방송을 끝내고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박 대표에게
“정치를 하시지 그러세요?”하고 권했습니다.
단 한명의 여성이라도 정치를 했으면 하는 원래 바람도 있었지만
이 여성은 매우 강하고 독특하다는 감이 왔습니다.
물론 저 정도의 지명도-국민 모두가 아는 여성정치인-를
지닌 여성을 그냥 놓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자 박 대표는 웃으면서 제게 “도와주실래요?”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다소 예상치 못한(?) 반응에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처럼 “아-네, 아-그러지요”했던
기억이 납니다.
참 사람의 일은 알 수 없지요?
가볍게 분장하는 박 대표를 옆에서 바라보면서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전에 그런 말을 주고받는 것을
어떤 예언자가 보았다면
“흐음-조금만 기다려들 봐. 어떻게 되는지-”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10년전 박 대표와 저는 그렇게 대구방송프로그램에서 만났습니다.
박 대표에게 저는 그냥 부담없이 “정치해보실래요?”라며
툭 한마디 던졌고 박 대표는 “도와주실래요?”하고 물었습니다.
지금 박 대표는 정치의 최전선에 있고
저는 당직자로서 박 대표와 함께 뛰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오늘 분장실에서 그 10년전처럼
흘끗보니 저도 박 대표도 옛날같지 않았습니다.
박 대표의 피부에는 잔잔한 주름도 생겼고
앞머리에 제법 흰머리도 드문드문 보입니다.
저도 말씀드리자면 박 대표 못지 않습니다.
그런데 10년전 단순한 호기심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를 보던 때에서
이제 같은 당에 몸을 담으며
그 흰머리와 잔주름을 '연민'을 지니고 봅니다.
그리고 박 대표는 이제 '제 1야당 대표 박근혜'로서
제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10년전 박 대표가 그렇게 짧은 시간안에 제 1야당 대표가
되리라고, 415총선의 기적을 보여주리라고는
저조차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 지역구의 사랑받는 의원으로 머무르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은 '정치인 박근혜의 저력'이 아니었을까요?
마치 따뜻한 욕조에 발을 담그면 온기가 온 몸에 퍼지듯
그렇게 잔잔하게 지나온 10년이 천천히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군요.
꼭 10년 전에 우리는 바로 대구에서
그렇게 만났습니다.
10년 뒤 오늘의 인연은 그때부터였나 봅니다.
2004년 9월 24일 전여옥
첫댓글 역시..전여옥이다..같은글이라도 이렇게 맵시있게 적기도 힘들겠다..과연 이다..
부럽네요..근혜님과..박근혜님 정말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저는 goodnight 님 얘기인 줄 알았어요. ㅋㅋ.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제가 박사모 가입했을 때 느낌은 영애 근혜님이 벌써 그 나이가 됐나 였습니다. 저보다 어른(?_연상)인데, 저는 그냥 이쁜 소녀라는 생각에서 멈춰있었던 거죠. 또, 힘든 여정을 겪으셨지만, 저한테는 안보였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한나라당에 전여옥의원같은분 5분만 계신다면 좋겠네요.전대변인님! 열심히 해주십시요.
고 박대통령의 추억에 젖어 살면서, 당시 대통령과 정부 여당 정치인들의 정치 행태를 보면서 정말 많은 세월 박대통령시절을 회상하여, 비교하면서 그 들을 보아 왔고, 근혜님과 지만(영식 지만0님과 근혜, 근영님의 안위가 가끔은 궁금하였습니다. 저에게 근헤님은 갑자기 나타난 분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한산섬도 아닌데 이밤에 안주무시는 분들은 다들 누구세요????(헛소리 죄송)
찡하네요.....상황묘사가 마치 근혜님이 옆에있는듯.... 전여옥씨 그전엔 별로 안좋아 했는데 ...음
역시 전여옥 대변인입니다....서두를 보면서 혹시 전대변이 아닐까했는데 역시 전대변인이셨군요 정말 일당 백입니다. 깔끔 명쾌 ~
전여옥 대변인님 언제나 존경하고 홧이팅!! 입니다..
사람일은 참 모르는 거죠?” 그럴때의 근혜님의 말씨와 행동은 어땠을까?~~그림이 딱 잡히네요~~^^;
잔잔한 감동과 그 무언가가 묻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