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카톡 연리지
* 오숙희
기역니은 매직상자
직사각형 속 세상의 빛
물방울처럼 울려 퍼지면
그 눈빛 온몸으로 전율을 타고,
작은 손안에 쥐어진 큰 우주
오른손 엄지 따라 시선이 머물고
흑백의 창 닻 올려
톡! 하얀 포말 부서진다.
지워지고 부서지고
새로운 활자로 피어나기도 하며
톡은 톡톡 튕겨
카톡
붉은 하트 윙크한다.
[ 2 ] 사과나무의 사과
* 박방희
사과나무는 사과한다
하늘 향해 팔 뻗고 서서
제 아래 그늘을 사과한다
죽죽 뿌리 뻗어가다
밀어낸 돌멩이에게 사과하고
여린 풀들에게는
가로챈 거름을 사과한다
수시로 떨어뜨린 낙과로
다치거나 혼비백산한
벌레들에게도 사과한다
이 모든 사과를 합하여
가을날, 사과나무는
한가득 빨간 사과를 내민다.
[ 3 ] 달의 입술
* 김영희
허구헌 날 그가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와서는
삐딱한 언어들을 배배꼬다가
저 바다가 술이라면
나는 바다로 가리
저 바다가 술이라면
나는 저 바다에 가 살으리
술에 젖은 타령에 달빛이 든다
술 냄새 콜콜 익어 가는 밤
아롱아롱 꿀결을 타고
머나먼 술바다로 기어이 가 버리고
나는 달의 입술이 되었다.
[ 4 ] 할머니 듀오
* 김영진
목욕탕 다녀오시나, 두 분 할머니
껍질 벗긴 삶은 계란마냥 하얗고
말간 얼굴로 도란도란 걷는다.
동생, 이제 집에 가면 뭐할랑가?
뭐하긴요. 시장에나 갈라요
장에는 뭐하러 갈라고 그런가?
영감 팔러 갈라 그라요
엥, 얼마에 팔라는디?
오천만원만 주면 팔라고 그라요
오메야, 팔릴랑가 모르것네
그란디 그 돈 받으면 어디다 쓸라고?
천만 원짜리 영감 있음 바꿀라고 그라요
목욕 바구니 든 두 분 할머니
구부러진 등 위로 햇살이 깔깔깔 빛난다.
[ 5 ] 붕어빵
* 정경진
무심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 비집고
옷깃 세워 지나가는 바람
밀치고 멈칫 걸음 멈춘다
붕어빵틀 열리고
주루룩 물 밀가루 요 갈리듯 깔린다
그 위에 붕어빵 속 마음이 얹히고
다시 이불 덮듯 물 밀가루 물주전자에서
주루룩 덮히고 나서야 붕어빵틀 굳게 닫힌다
닫힌 붕어빵틀 손 댈 수 없이 뜨거운 불 위에서
놀이기구를 탄다. 요람 흔들거리듯
빙글빙글 돌려지고 앞 뒤로 뒤집혀 지기도 하며
한참을 곡예하다 드디어 손안의 갈고리 하나에
줄줄이 걸려 올려지는 좌우 표정 똑같은 붕어빵
보는 순간 갑자기 허기져 온다
한쪽은 산수풍경 좋고 다른 한쪽은
퇴계 이황 초상화 그려진 천원 주고
붕어빵 사 먹는다
따뜻한 팥알들 입속에서 녹아나는
천원 주고 사먹은 붕어빵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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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발견한 시들【 2 】
별 둘
추천 1
조회 46
24.06.01 20:2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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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운밤 되시고요~
예,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이분들은 시로 등단해도
되겠어요.
좋은시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예, 그렇습니다.
재밌는 시들만
모아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