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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귀검신(弓鬼劍神)제22장 선발대(先發隊)-1
"지...지금 무엇이라 하시었소? 패천궁이 움직였단 말이오?"
정도맹의 맹주직을 맡고 있는 소림의 영오대사는 화급히 달려온 추혼신개
황충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고 있었다. 비 단 그 뿐만 아니라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영오대사
와 마찬가 지의 반응을 보였다.
"말씀드린 그대로이외다. 이미 저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벌써 강남의 대
부분이 저들의 수중에 떨어졌다 합니다"
황충은 침울한 얼굴로 말을 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있 던 청성파의 장로
인 석부성이 벌컥 화를 냈다.
"무언가 착오가 있겠지요. 바로 어제만 하더라도 그들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하시지 않으셨소이까? 헌데 하룻밤 사 이에 강남이 넘어 가다니요? 도무지 이해가 아니
갑니다" "후, 낸들 알겠소. 하지만 강남의 모든 성에서 빗발치듯 전 서구가 올
라오고 있소이다. 그 내용인 즉 이미 패천궁의 공
격이 시작되었고 강남의 모든 백도 문파들은 멸문을 당했거 나 굴복했다고 하
니..."
"무량수불....우리가 저들의 간계에 당한 것 같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무당의 운검자가 탄식을 했다. 석부성은 운검자에게 그 의
미를 물었다.
"간계라니요?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속이고
단번에 강남을 석권한 것 말입니다. 우리는 개방의 말만 믿고 있었지만 일의 돌아
가는 모양을 보아하니 패천궁을 감시하던 개방의 방도들이나 복건성에 있는 개방의 분타는
이미 전멸을 당한 듯 싶소이 다. 우리가 지금껏 받아온 전서구는 아마도 패천궁에서 위장
하여 거짓 소식을 보낸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이런 낭패가...그렇다면 진정 강
남의 백도는 무너진 것 이라는...."
"아직은 아닙니다. 호남성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없을뿐더 러 그곳에는 남
궁세가가 버티고 있습니다."
화산파의 장문인 곽무웅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는 지금 이곳에서 유
일하게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 이는데 이 모든 사태를 미리 예측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 저 들 정도였다.
"그렇소이다. 이 노화자가 받은 전서구에는 호남성에서 올 라온 것도 있는데
아직 그곳까지는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았 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곳도 곧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곽무웅은 좌중을 둘러보며 자신의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아직도 때는 늦지 않았습니다. 비록 강남이 저들의 수중 에 떨어진다 하더
라도 그것이 곧 백도의 패배로 이어지리라 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상징성이나 전
략적 중요 도로 보아도 호남성 특히 남궁세가는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 다. 시
간이 없습니다. 어서 빨리 지원군을 보내야 합니다. 이
번 싸움은 틀림없이 시간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저들이 그 토록 조심을 하며
이번 일을 꾸민 것도 바로 그 시간을 벌기 위함일 것입니다. 우리의 지원군이 얼마나 빠르게
남궁세가 에 도착하느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입니다."
곽무웅이 그토록 열을 내며 설명을 했지만 사람들응 그의 말에 대한 지지도
거부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잠 시후 그 침묵을 깨고 맹주인 영오대사가 말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원군을 빨리 보내야 할 듯 싶습니 다. 어찌 생각들
을 하십니까?"
"하지만 아무리 빨리 보낸다 하더라도 각파에서 제자들을 차출하고 집결시
켜 출발을 한다면 적어도 보름은 걸릴 것이 니 너무 늦는 것이 아닐런지요. 차라리 강남은
포기하고 장 강을 경계로 하여 전열을 정비하고 싸움에 임하는 편이..." "말도
안됩니다. 이미 남궁세가를 돕기위해 사대세가가 나
섰다고 합니다. 만약 여기서 우리가 돕지 않는다면 그들 또 한 위험해집니다.
사대세가가 백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너 무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니...난 그저..."
강남을 포기하자는 말을 했던 종남파의 장문인은 곽무웅의 말에 궁색한 변명
을 하려 했다. 하지만 운검진인은 그런 그 의 의도마저 막아버렸다.
"노도의 생각도 곽장문과 같소이다. 그곳은 절대 포기해서 는 안 되는 곳이
외다. 그러니 빨리 방법을 강구해 보도록 합 시다"
"대규모의 지원군은 시일이 다소 걸릴 터이니 우선 급한 대로 여기 있는
제자들이라도 선발대로 지원을 하는 것이 어 떠 할런지요..."
여지껏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아미파(峨嵋派)의 장로인 금 정신니(金井神
尼)가 조용히 말을 했다. 아미파에서까지 지원 의 의사를 밝히자 곽무웅의 주장을 그리 탐탁
치 않게 여겼던
종남파나 청성파에서도 더 이상 반대를 하진 못하였다.
"금정신니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이 곳의 제자들을 보
내어 다소간의 시간을 지연시킨 다음 전열 을 정비하여 대규모의 지원군을 파견하는 것으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보다 세부적인 것은 우선 제자들을 모아보고 결 정을
합시다."
영오대사는 조용하게 말했지만 이미 정도맹의 맹주가 된 그의 말은 절대적
인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방안에 모였던 모 든 사람들이 허리를 숙이고 그 의사를 존중하였다.
이렇듯 백도의 수뇌부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숭
산을 오르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제길 아무래도 내가 뭐에 씌웠지... 이 뻔뻔한 영감탱이를 뭣하러 구해 가
지고서는...'
소문은 여전히 자신의 등에 업혀 잠을 자고 있는 노인을 보면서 이를 갈았
다. 물론 소문의 무공이라면 사람하나 업고
길을 나서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소문이 저처럼 화를 내는 것은
노인의 행동행동 하나가 어찌나 장백산에 있 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닮았는지 때때로 할아버지
가 따라 온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을 할 정도라는 것에 그 이유가 있었 다.
지금도 그랬다. 천리표국을 나설때만 해도 멀쩡하던 다리 가 왜 산에 들어와 경공을 펼치려 하
니까 상처가 도지는 것 인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끝내는 자신의 등에 매달리
고는 지금까지 한 걸음도 그냥은 움직이지 않았다. 꼭 소문 의 등에 업혀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마음이 급한 소 문을 이리저리 괴롭히며 시간을 지체하는 통에 소문이 출행
랑을 시전 하면서 달려왔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숭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헌데 천리표국에서 쟁자수의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소문이 무슨 이유로 이곳
에는 다시 나타난 것인가. 돌려주었던 반야 심경도해를 훔치러 오는 것은 아닐텐데...
"뭐라구요? 강남으로 표행을 안 간다구요? 그게 무슨 말이 예요?"
소문은 당분간 강남으로의 표행이 모두 중단되었다는 장삼 봉의 말에 믿기
어렵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러자 장삼봉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에 패천궁의 궁주가 죽으면서 강호의 분위기가 아주 어수선해졌어. 특
히 흑도세가 많이 모여있는 강남의 분위기 는 아주 안좋아. 물론 그들이 표행길을 방해한다고
는 장담하 지 못하지만 여차하면 공격을 받지 않는다고 보장도 못하지.
일반 녹림도와 다르게 그들은 아주 무섭단 말야... 아무리 우 리들의 표사들이
날고 긴다해도 어림도 없지. 암. 그러니까 애초에 조심하자는 것이지... 강호가 안정될 때까지
는 관에서 부탁한 표물 이외에는 아마 강남으로의 표행은 없을 것이 야.."
장삼봉의 말이 거듭될수록 소문의 얼굴은 소태를 씹는 듯
울상이 되어갔다.
'그럼 난 뭐야...여기서 일한 게 도로아미타불 아냐....아악!'
"아니 자네 왜 그러나. 왜 갑자기 머리는 쥐어뜯고 난리인 가...?"
"그럼 저...는 사천에 언제 간단 말입니까?"
소문의 목소리는 울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모양 을 보던 유금산이
소문의 어깨를 툭툭쳤다.
"하하하, 이 친구... 이제는 자네도 제법 노련한 쟁자수 아 니던가. 이제는
혼자서도 충분히 사천에 갈 수 있을 것이야.
중원 말도 그만하면 충분하고 몇 달간의 표행을 경험 삼아 사천을 찾아간다
면 힘이야 들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그까짓 힘이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좋은 경험이 될 걸?"
"...."
유금산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이 혼자서 사천으로
가지 못한 것은 중원의 문물과 풍습에 아주
어두웠기 때문이다. 비록 모사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는 하지만 백문
(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요, 또 열 번을 봐도 한번을 해보는 것 보다 못하다고 하지 않
던가.. 그 동안 소문이 배운 것과 실제로 이곳에서 접한 것은 너무도 많은 차
이가 있었다. 그래서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인데, 유금산 말 대로 이제는 그렇게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여기서 계속 시간만 지체할 수는 없고....그래 돈 있겠다.
무공이야...경험도 쌓았으니 혼자 가봐?'
소문이 결정을 내린 것은 꼬박 하루를 고민하고 나서였다.
자신이 집을 떠난 지도 벌써 이년이 다 되어 가는데 사천은 커녕 중원의 가장
윗자리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이 영 맘에 안 들었다. 그래서 또 한번의 모험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튿 날 강량을 찾아간 소문은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래, 내 그렇지 않아도 강남으로의 표행이 사실상 중단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네 생각을 하고 있었네. 역시 떠나 기로 마음을 정했
구먼."
"그 동안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은혜는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허허, 이 친구 이제는 영영 못 볼 사람처럼 말을 하는구 먼. 어차피 조선
으로 돌아가려면 이곳을 지나야 할 것이니 그때 다시 보도록 하고 잘 다녀오게나. 몸조심하
고..." "예, 어르신 보중하십시오"
올 때는 조용히 왔지만 갈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 동안 같이 생활한 동
료 쟁자수들은 물론이고 소문과 표행을 다녀 온 표사들까지 모여 소문의 여행에 안녕을 빌어
주었다.
"자, 국주님께서도 지난번 자네의 공을 아시고 여행에 보 태라고 약간이 노
자를 내리셨네. 받게나."
자신을 최초로 받아들여준 총관 양기가 두툼한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안에
는 제법 많은 은자가 들어 있었다. 소문은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렇게 천리표국의 사람들에게 환송
(還送)을 받으며 떠나는 소문에게 문제가 전 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따라붙은 을지 노
인의 등에 도 하나의 배낭이 매어져 있었다.
"허허, 잘들 계시오. 내 비록 몇 분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아쉬운 마음은 금
할 길이 없구료...."
마치 자신이 먼길을 떠나는 듯한 차림이었다. 소문은 의아 하다는 듯이 그에
게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아니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뭐하기는 자네를 따라 가려는 것이지.." "몸도 성하지 않으면서 그 먼길
을 어찌 따라오려고, 그리 고 이제는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각자의 길을 가야지요..."
"허허, 나는 자네의 친척이 아니던가. 자네와 같이 떠나는 것은 당연하지. 뭐 하는가
사람들이 자네를 부르고 있지 않 나. 내 여기서 기다림세. 어서 인사를 마치고 오게나..."
"끄으...."
요리조리 말을 돌려가며 꼬리를 잡고 늘어지는데 당할 재 간이 없었다. 소
문은 또 한번 노인에게 지고 말았다. 결국 같 이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몸의 상처가 덧났다며 배짱을 부리는 통에 소문은 천리표국을 나서자마자 노인
을 업는 신세가 되었다.
이렇게 길을 떠난 두 사람이 숭산을 향하게 된 이유는 따 로 있었다. 길을
나선 그들에게 가장 먼저 들어온 말이 패천 궁과 백도가 곧 큰 싸움을 벌인다는 것이었고, 그
싸움은 호 남성의 남궁세가에서 전면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말들이 세 간에 퍼
져 있었다. 하지만 소문은 그런 소문에 전혀 귀를 기 울이지 않고 그저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하
는데 노인이 딴지를 걸었다.
"흠, 보아하니 조만간 큰 싸움이 있을 것 같구만" "있건 말건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요." "허허, 답답한 친구하고는 왜 상관이 없단 말인가?"
소문의 시큰둥한 말에 노인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쳤 다. 그러자 소문
이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뭐가 상관이 있단 말이요. 저들이 싸워서 죽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사천에
가서 내 신부감을 만나면 되는 것인데..." "그 신부감이 저들과 싸운다면 어찌 할텐가?"
"엥? 그게 무슨 소리요. 내 신부감은 사천의 당가에 있는 데..."
"쯧쯧, 자네는 강호의 일에는 여전히 어둡구만. 지금 한창 말이 나오고 있는
남궁세가는 예로부터 중원의 오대세가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
"그런데요?"
"그런데요라니? 당가도 오대세가이고 보니 두 가문의 사이 는 무척이나 돈독
하단 말일세. 그런 남궁세가가 위험에 처했 는데 자네 같으면 가만히 보고 있겠는가. 틀림없이
지원군을 보냈을 걸세. 거기에 자네의 신부감이 포함되지 말라는 법은 없고...."
"......"
노인의 말이 듣고 보니 매우 그럴 듯 했다. 중원에서는 조 선과는 달리 여자
들이 무공을 익히고 방방 뛰어다닌다고 했 다. 가소롭지도 않아서... 하지만 자신의 신부가 그
러고 있다 면? 그래서 다치거나 죽을 지도 모른다면? 이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게요?"
"어쩌긴 당장 소림사로 달려가야지"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소림이라니...
"아니 싸움은 저 남쪽의 남궁뭐시기라는 곳에서 한다며 소 림은 왜 가라는
것이요?"
소문이 또 뭔 소리를 하냐는 듯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러 자 노인은 또 한
번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건 자네가 아직 강호의 성질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러 는 것이지. 패천
궁하면 흑도의 우두머리 아니겠는가? 그런 그들이 중원을 넘보고 있는데 백도라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
고 있지 많은 않을 것이네. 오다 들으니 이미 정도맹인가 하 는 것이 만들어졌
다고 하던데... 지금쯤이면 틀림없이 남궁세 가를 돕기 위한 지원군에 대해 논의되고 있을 것이
네" "흠, 그러니까 나보고 지원군에 가담하라... 이 말이오?" "그렇지. 내 말
이 그 말일세. 그들과 함께 간다면 위험도 덜 할 것이고, 또 일이 잘되면 자네 신부감도 만
날 수 있을 것일세."
"만약 그곳에 오지 않았다면요?"
"어차피 사천에 가려면 육로보다는 배를 이용하는 것이 빠 르네. 그곳에서
뱃길이 열려 있으니 만약에 자네의 신부감이 없다면 그 길로 다시 사천으로 떠나면 되는 것이
지. 그리고 비록 자네의 신부감은 오지 않았어도 당가의 식속들은 와 있 을테니
이참에 인사도 하면 좋지 않은가" "말은 그럴 듯 하네요. 하지만 저 들이 나를 뭘 믿고 끼워
주겠소. 어림도 없지"
소문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자 노인은 그런
소문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을 했다.
"허허, 자네에게는 든든한 뒷 배경이 있지 않은가?" "뒷배경이라니요?"
"지난번 나를 구하기 위해 얻어온 것은 소림의 보물중인 소환단이 틀림없
었네. 그 정도의 물건을 자네에게 줄려면 최 소한 소림의 장로 이상 되는 신분을 지녀야만 하
네. 내 말이 틀리는가?"
"...."
'영감탱이, 눈치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는구나...'
결국 이런 사연으로 인해 소문이 숭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 었다. 숭산의 경
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젠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무엇이 말인가?"
"저희들의 배분이면 이제 산문 지키는 것을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가 비록 나이는 적지만 우리 밑으로 제자들 이 산처럼 쌓여있지 않습니까?"
"하하, 사제, 그게 머 그리 불만인가? 제자들의 예의를 가
르치신다는 사부님의 말씀이니 따라야지 어쩌겠는가?" "그래도... 다른 문파
에서 오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저희 배 분의 사람들은 다 어른 대접을 받지 않습니까?"
"하하, 무상(無常)사제. 자네는 그렇게도 어른대접이 받고 싶은가?"
"그건 아니지만 솔직히 억울하기는 합니다. 사부님께서 하 필 제자를 늦게
보시는 바람에 무(無)자배에서는 저희만 나 이가 어리지 않습니까? 사숙들의 가르침을 받으
신 사형들은 벌써 제자를 두고 있는데 저희는 산문이나 지키고 있으니..." "사
부님께서 다 뜻이 있으시겠지..."
무허는 입이 한자나 나온 자신의 사제를 그렇게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사
실 지금 산문을 지키고 있는 무허나 무무, 무 애와 무상은 모두가 지객원주 영각스님의 제자였
는데 이들은 소림에서 조금 이상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영각스님이 워낙 제자
를 늦게 둔 까닭에 지금 소림의 가장 낮은 배분인 공
(空)자배의 제자들과 나이가 거의 비슷했다. 게다가 영각스님 은 다른 사형들과
는 다르게 자신의 제자들에게 무공을 많이 가르치지 않았다. 무공이라는 것이 많이 알면 알수
록 자신을 힘들게 하는 번뇌(煩惱)라나, 해서 이들의 무공은 자신의 아 랫사람
들보다도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니 은연중 무시를 당하 는 것은 당연했다. 막내인 무상은 그것
이 못내 불만이었다.
물론 무허 자신도 배분이 낮은 제자들이 무공연습에 힘을 쓸 때 이곳을 지키는
자신의 모습에서 조금 억울한 마음도 가지 고 있었지만 대사형답게 그저 사부님의 명을 쫓을
뿐이었다.
무허가 막내사제를 달래고 있을 때 소문이 막 산문에 도착 했다.
"무허스님 오랜만입니다."
"하하. 을지 시주 아니십니까?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찌 다 시 오셨는지요?"
무허는 소문을 보며 반색을 했다. 소문이 누군가? 소림의 은인이 아니던
가...
"아예, 큰스님께서 일견 다시 한번 찾아오라고 하셔서...." "아, 그러셨군요.
헌데 옆에 계신 분은....?" "저의....먼....친척...되십니다......"
소문은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하는 듯 인상을 구기며 대 답을 했다. 무허
는 그 모양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들은 소림의 귀한 손님이었다.
"아 그러시군요. 소승 무허라 합니다. 어서오십시오." "허허, 을지굉이라하
오."
"저를 따라오시지요. 태사숙조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막내세자는 잠시 혼자 자리를 지키시게..." "예, 사형 다녀오십시오"
무허는 산문을 막내사제인 무상에게 맡기고 자신이 직접 소문과 노인을 태
사숙조가 있는 장경각으로 안내했다. 절차 를 따지자면 자신의 사부인 지객원주에게 먼저 고
하여야 하 겠지만 영각스님은 지금 한찬 다른 문파의 사람들을 접견하
는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소문은 모르는 사람도 아니니 자신의 선에서 처
리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장 경각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무무 혼자서 불경을
정리하고 있었다. 무무는 무허를 보자 공손히 인사를 했다.
"어서오십시오. 사형"
"자네 혼자 고생이 많네"
"하하 고생이라니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무무는 무허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다가 뒤따라온 소문을 보고는 흠칫 놀랬
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반갑게 인사 를 했다.
"또 오셨군요. 어서 오십시오"
"예? 아네..."
소문은 자신에게 합장을 하는 무무에게 허둥지둥 인사를 했다. 무무는 그
런 소문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이분들은 태사숙조님을 뵈러 오신 듯하니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그럼 나는 이만 자리로 돌아가야 겠네."
무허는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말을 마치곤 소문과 노인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인 산문으로 총총히 떠났 다.
"따라 오시지요"
무무는 소문과 노인을 장격각의 보다 깊은 곳으로 안내를 했다. 조금 더 안
으로 들어가자 탁자에다 팔을 올려놓고 그 팔로 턱을 괸 채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노스님을 볼 수 있었다. 무무나 소문이야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 지만 노
승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 구양풍의 감회는 남달랐다.
사십년! 무려 사십년만의 조우(遭遇)였다. 자신의 야망을 한낱 지팡이 하
나로 꺾은 노승이었다. 패천궁에서 절치부심 하기를 수십 년 그 옛날의 야망이나 패기는 없
어진지 이미 오래였다. 그저 한 명의 무인으로 노승의 무공을 뛰어넘고자 무려
사십여 년을 고심했건만 뜻은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쫓 겨서 만나게 될 줄이야...구양풍은 착잡
한 마음을 감출 수 없
었다.
"태사숙조님... 태사숙조님...태사숙조님!" "응, 무무구나...왜 그러느냐?
무무가 세 번을 부르자 그때서야 실눈을 뜨고 귀찮다는 듯 이 대답을 하던
노승은 무무 옆에 소문이 서 있는 것을 보자 자세를 고쳐 바로 앉고 반색을 했다.
"허허, 이게 누구 신가... 을지 시주 아닌가? 반가우이" "예, 스님 그간 안녕
하셨는지요?"
"늙은이가 안녕하면 얼마나 안녕하겠나...고만고만 하지..."
노승은 천진스런 웃음을 보이다가 소문의 옆에 서 있는 구 양풍을 바라보았
다. 시선을 받은 구양풍은 노승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큰스님. 하나도 안 변하셨군요" "누구 신지...."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허허, 그럴 만도 하지요. 참으로 긴 세월이었으니
요..."
노승은 이마를 찌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무릎을 탁 치 며 고개를 들었
다.
"이게 누구 신가! 자네로군. 자네야! 반가우이. 내 들려오는 소식을 듣고 슬
퍼했건만 역시 그럴 리가 없지. 암. 자네 같은 인물이 그리 쉽게 목숨을 잃을 리가 없지."
무무와 소문은 영문을 몰라 그저 멀거니 서 있을 뿐이었 다. 노승과 구양
풍은 한참 동안 말을 나누었다.
"....일이 그리 된 것이로구만.... 하긴 터질 때도 되었지. 그 간 너무 조용했거
든...."
"제가 모자라서 그렇지요..."
"무슨 소릴. 솔직히 자네가 마음만 먹었다면 중원은 이미 자네의 수중에 들
어갔을 것인데..."
"허허허. 스님께서 막으시지 않았습니까?"
구양풍은 그때의 대결이 생각나자 문득 호승심이 일었다.
"제가 그때 꺾이면서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달마삼검을
꺾겠다고 한 말 말입니다."
"암 기억하고 말고. 그래 깨달음이 있었는가?" "그것이 깨달음인지는 모르
지만 어느 정도 자신은 생겼습 니다."
"호, 그런가? 기대가 되는군. 언제 보여 줄텐가?"
아무리 나이가 들고 수양이 깊은 노승이었지만 그 또한 무 인인지라 호기심
이 생김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노승의 말에 구양풍은 안색을 가볍게 흐렸다.
"제가 몸이 이래서... 하지만 제 제자 놈이 이미 저의 경지 를 뛰어넘었으니
곧 보시게 될 것입니다." "허허, 제자가 자네를 이리 만들었건만 자넨 그가 밉지 않
은 모양이구만..."
"어차피 흑도는 강자존(强者存)의 세계 아니겠습니까? 다만 백도나 흑도나
이번 싸움으로 많은 목숨이 없어질 것이 안타 까울 뿐이지요"
"그렇지. 너무 안타까운 일일세...하지만 막기에는 이미 너 무 늦었음이니..."
"제가 장담하건데 제 제자 놈은 이미 저를 능가하는 무공 과 또 수하들을
다루는데 저보다 몇 수 위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엔 백도가 힘에 부칠 것입니다.
아마 막기가 힘들 듯 싶습니다."
"흠, 그런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네. 결과는 두고보 면 알게 되겠
지..."
노승은 구양풍과 말을 마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전히 머뭇거리며 탁자
앞에 서 있는 소문에게 시선을 주었다. 소 문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계속 노승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네는 나한테 할말이 있는 것인가?" "그게...저...."
궁귀검신(弓鬼劍神)제22장 선발대(先發隊)-2
소림사의 대웅전 앞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 었다. 제각기 다
른 색, 모양의 옷들을 입고 있었는데 그들 모 두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
다. 얼굴에는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불안감, 긴장감이 교차하는 그들은 어 제 정
도맹의 수뇌들이 결정한 대로 남궁세가를 돕기 위해 급 히 차출된 각 문파들의 제자들이었다.
선발대의 면면을 간단 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소림에서는 지객원주인 영각스님을 대표로 하여 나한전주 (羅漢殿主)인 무
령(無靈)스님을 비롯한 십팔나한(十八羅漢)이 선발되었는데 특이하게도 무공인 약한 영각스
님의 막내제자 인 무상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자신의 무상이 사부인 영각에 게
따라가겠다고 거의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린 결과였다.
화산에서는 장문인 곽무웅을 비롯하여 제자 스물 여섯 명, 개방에서는 장로
인 구육개(狗肉 )를 필두로 제자 열세 명, 그 외에 강북에서 활약하는 고수 오인이 합세해서
선발대는 총 육십 칠인 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 들이 차
출되었지만 구파일방 중 아미, 공동, 곤륜, 청성, 종남 등 나머지 문파들은 급하게 소림에 오느
라고 미처 많은 제자 들이 따라오지 못해 제외되었고, 소림에 모인 많은 무인들
또한 너도나도 지원을 했지만 효율적인 명령체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중 실력이 뛰어난 오
인을 포함 시켰을 뿐이었다.
남궁세가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 무당에서는 본산에서 직접 제자를 파견
하여 이들과 합세하기로 하였다.
정도맹의 수뇌들과 많은 무인들은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고 자 아침부터 한자
리에 모여 있었다. 이윽고 선발대의 출발 준비가 끝나자 정도맹의 맹주를 맡고 있는 영오대
사가 이들 앞에 나섰다.
"지금 강남의 백도문파들은 패천궁에 의해 이미 풍비박산 (風 雹散)나고 말
았습니다. 오로지 호남성의 남궁세가만이 버티고 있는데 혹여 남궁세가마저 무너진다면 강
남에서 더 이상 우리 백도의 세력을 찾을 수가 없을뿐더러 패천궁은 자 신감을
가지고 그 마수(魔手)를 강북으로 점차 확대시킬 것 입니다. 그러기 전에 미리 그 싹을 자르
기 위해서라도 남궁 세가는 꼭 지켜내야 합니다. 하지만 저들의 간계로 우리는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해서 본 맹에서 여러 백도세를 하나로 집결시켜
지원군을 파견하는 것은 그 시기가 늦었다고 판단하여 미리 선발대를 남궁세가로 보내어
최대한으로 시간을 지연시킨다는 방책을 세웠습니다. 그 틈 에 이곳에서는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 입니다. 여기 서 계신 여러분들이 그 선발대의 중 차대
한 역 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무척이나 힘들고 고된 여정이 될 것입 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노고와 희생속에서 우리 백도들은 저 간악한 무리로부터 중원을 지킬 수 있는 계
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가시는 길에 항
상 부처님의 은덕이 따를 것입니다.....아미타불...."
영오대사는 불호로써 말을 끝마쳤다. 그러자 이번 선발대 의 실질적인 지도
자(指導者)라고 할 수 있는 석무웅이 말을 이었다.
"맹주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백도의 사활(死活)을 좌우할 중 요한 역할을 하
게 될 것이오. 모두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주 길 바라오. 우리는 우선 숭산을 내려가 그 곳에
마련된 말을 타고 이동을 하게 될 것이오. 남궁세가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린다면 사흘이면 당도하겠지만 그리 해서는 우리가 먼저 지쳐 제대로 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당하게 될 것 이오. 해서 이동은 적당한 휴식과 함께 이루어질 것이오."
"그렇다면 너무 늦는 것이 아닐런지요?"
선발대의 일원이기도 한 구환도(九還刀) 하후강(夏候强)이 질문을 했다.
"아, 하후협사(俠士)시구려. 비록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싸 우지도 못하고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 고 남궁세가에는 나머지 사대세가에서도 지원군
이 도착했다 고 하니 약간의 시간은 더 주어질 것입니다."
곽무웅은 간단하게 대답을 마치고 다시 시선을 중인들에게 돌렸다. 선발대에
게 이동을 지시하였다. 그러자 개방을 필두 로 하여 나머지 선발대들이 천천히 소림을 빠져나
갔다.
"후, 제발 무사히 도착하여 최대한의 시간을 벌어주어야 할 텐데요....아미
타불....."
"곽장문이 그 무리를 이끄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희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곳에서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 다."
"그래야겠지요. 여러분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매한 본 승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운검진인의 말에 영오대사는 선발대에 두었던 근심을 걷고 남아있는 수뇌들
의 협조를 당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 고 있는 그들이 영오대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
했음은 당연 했다.
소림의 산문을 벗어난 선발대는 무리가 이동하는 순서를 살펴보며 우선 개
방의 제자들이 앞장을 섰고, 그 뒤를 소림, 독자적인 무인, 화산파의 순으로 걷고 있었다. 그런
데 소림의 맨 뒤에는 소림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인물이 쫄래쫄
래 따라가고 있었다. 그것이 처음부터 불만이었던 몇 몇 사람들 중 한 명인 화산파 곽무웅의
딸 곽영(郭英)이 처 음으로 그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건 말도 안돼요. 어째서 선발대의 중요한 임무에 저런 자가 끼어 있지
요? 안 그래요, 평산오라버니?"
곽영의 말에 화산파의 대제자인 임평산(任平散)은 말없이 웃고 있었다. 곽
영의 말에 동의를 한 것은 임평산의 사제 하 지극(夏持戟)었다.
"네 말이 맞다. 저런 자가 어찌 선발대에 들었는지 원.." "저것 좀 봐요. 키
는 멀대 같이 커 가지고 꼴에 등에는 활 도 매고 있네요. 흥, 저 어깨에 앉아있는 이상하게 생
긴 새는 뭐람... 요즘은 표국에서 쟁자수 하던 자들도 저러고 다니 나...?"
어젯밤에 영오대사는 장경각으로 불려갔다. 감히 누가 부 르는 것이라고, 지
체없이 달려가 사숙조에게 인사를 하던 영 오대사는 그 자리에 서 있는 소문을 볼 수 있었
다. 그리고 사숙조에게 한마디의 말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 말로 인 해 영오
대사는 아침에 선발대가 출발하기 전에 선발대의 수 장인 곽무웅을 개인적으로 만나야 했다.
영오대사는 그 자리 에서 소문과 노인을 소개하고는 그간 사정을 간략하게 말했
다. 반야심경도해에 얽힌 소문과 소림의 인연을 설명한 후 곽무웅으로부터 소문과 노인의
동행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곽무웅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림의 체면을 생각하여 반야심
경도해의 얘기는 하지 못하고 그저 소문이 천리표국에서 쟁 자수를 했다는 것과 꼭
남쪽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일행의 말을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양해 를 구했다. 이렇게 해서 소문이 선발대에 끼게 되었는데 그 모양세가 영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곽영은 아까부터 계속 소문 에 대해 불평을 하고 있었다. 딴에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만 듣도록 조용히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곽영이었지만 그 대상 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문이었다. 눈치 밥 이십 년에 발달 한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눈치
와 탁월한 청력(聽力)이 었다.
'저런 싸가지 없는 년을 보았나.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나 참 어이가 없으려
니....사천이고 뭐고 당장 저것을 요절내 버 릴까보다....'
아까부터 계속되는 자신에 대한 욕을 듣고 있던 소문이었 다. 좋은 말도 여
러 번 들으면 짜증이 나는 법이거늘 소림을 나올 때부터 시작한 불평이 산을 다 내려온 지금까
지 이어지 고 있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 그러나 소문은 참았다.
'참아야 하느니....인(忍)!인(忍)!인(忍)! 후....이것으로 난 또 한번의 살인을
면하게 되는구나...운이 좋은 줄 알아라 계집!'
곽영이 계속 불평을 하고 소문이 혼자서 분을 삭이고 있을 때 일행은 숭산을
벗어나고 있었다. 곽무웅의 말대로 산 아 래에는 선발대를 위한 말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기
는 일행 과는 달리 소문은 울상이 되었다.
'이...이런...말이잖아...'
탈수도 그리고 천천히 움직일 수는 있어도 말을 타고 달리 거나 자신의 의지
대로 조종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포기한 소 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말을 타고
가는데 혼 자 경공으로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자 모두들 준비된 말에 오르도록 하시오. 이제부터 빠르 게 이동을 해야
할 것이오"
곽무웅의 말대로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신에게 할당된 말에 올라탔다. 소문도
말에 타기는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곧 발생 하고 말았다.
"엥? 저...저것이...."
"헐... 저런!"
소문의 뒤에서 말을 타고 오던 사람들은 모두들 깜짝 놀라 고 말았다. 개방
의 방도들이 말을 타자마자 속력을 내어 앞 으로 달려가고 그 뒤를 이어 소림의 제자들도 속
력을 올리며 따라가는데 소문의 말도 덩달아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 자 말
의 속력을 줄일 수도 없는, 그렇다고 멋들어지게 고삐 를 쥘 줄도 모르는 소문은 아예 눈을
감고 말 등에 바짝 업 드려서 모든 것을 말에게 맡기고 말았다. 그러니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깜짝 놀랄 수밖에... 솔직히 소문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선발대인데 말도 타지 못하고 이러고 간다는 것이 못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
는데 이런 소문의 가슴에 또 한번 대못을 박는 소리가 들려 왔다.
"흥, 내 저럴 줄 알았다니까. 아예 말을 업고 뛰어 오는 게 덜 창피하겠다.
저런 멍청한 자가 선발대에 들어오다니..."
연신 말에 채찍질을 하던 곽영은 누가 듣던지 상관없다는 듯이 큰소리로 외
쳐댔다. 화산파의 제자들은 그 말을 듣고 서로 킥킥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하늘이 두쪽나는 한이 있더라도 내 너의 버르장머리를 고 치고 말겠다. 빌
어먹을 년!'
눈을 감고 말 등에 실려 가는 소문이지만 성질까지 죽은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소문의 말이 의외로 영리했는지 일행 은 무사히 이동을 할 수 있었다. 한 시진 정도를
달리고 잠 시 쉬기를 반복하며 하루동안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 었다.
선발대가 소림을 떠난 지 삼일 째가 되자 일행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각자 자신의 문파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 이동을 했지만 서로의 안면도 익히고 각 무
리를 이끄는 수뇌의 회동도 잦아지자 서로 친목이 있는 사람들끼리 뭉쳐 서 이
동을 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 또한 무당에서는 운검 진인의 사제인 운경진인(雲鏡眞人)이
삼십여명의 제자를 이 끌고 선발대에 합류했다.
선발대의 규모가 급격히 커진 와중에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한 소문
의 노력은 피눈물 나게 계속 되었다. 소문 은 자신의 위치나(쟁자수라는) 첫날 보여줬던 모습
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못하자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부 단히 노
력을 했다. 식사 때가 되면 철면피와 함께 산으로 올 라 사냥을 했다. 전직 사냥꾼이었던 소
문은 짧은 시간에도 엄청난 양의 동물을 잡아 올 수 있었다. 한 두 번 도 아니고
매 식사 때마다 그렇게 사냥을 해오자 마른 건량(乾糧)이나 육포(肉脯)만 먹으리라 생각했
던 사람들은 매우 좋아했다. 특 히 개방 사람들의 환영은 실로 대단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
고 때때로 고기를 먹지 않는 소림의 승려들을 위해 마을까지 내려가 음식을 구해오
고 만인의 친구이자 연인인 술도 몇 병 씩 구해 오니 소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단번에
바뀌고 말았다.
게다가 약간의 술은 피로와 긴장을 푸는데 좋다고 무리의 수장인 곽장문인
이 나서 소문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허락을 하자 일행의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그 동
안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아 천덕꾸러기였던 소문이 이제는 선발대의 중요
한 일원으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마을을 찾기 위해 출행랑을 시전하며 얼마나 많은
산골을 뒤지고 다녔던 가... 소문은 감개가 무량했다. 하지만 그런 소문을 모두가 좋
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 두 사람, 처음부터 소문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곽영은 소문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친해지 자 더욱 더 그를 싫어하게 되었고 그런 곽영을 남 몰래 사모
하는 하지극도 덩달아 소문을 싫어했다.
그런데 곽영의 작은 오라버니인 곽검명(郭劍明)은 다른 누 구보다도 소문과
친하게 지냈다. 곽검명이 소문과 친해진 이 유는 곽검명, 형조문(衡造雯)과 더불어 강북 무림
의 삼광(三 狂)으로 불리는 개방의 소방주인 단견(短見)이 소문과 친하게 지내
면서부터 였다.
삼광(三狂)!
어디를 가던지 그 지역, 단체, 무리에는 남들과는 조금 다 른 성격이나 행동
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강호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삼
광이라 불 리는 이들도 그 들 중 한 무리였다. 다만 그 무공이나 문파, 지역에
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조금 더 명성 을 떨치고 있을 뿐이었다.
색광(色狂) 여의공자(女意公子) 형조문!
산서에서 제법 유명한 무가로 알려지 형씨가문의 삼대 독 자인 그는 어려서
부터 여색을 탐하여 나이 스물 일곱에 색도 (色道)를 이루었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다녔다. 과
연 그의 말 대로 그를 거쳐간 여자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었고, 특히
그가 떳다는 소문이 들리면 근처의 기루의 기녀들은 하 나 같이 장사를 때려 치고 그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형조문은 얼굴이 그다지 잘생긴 것도 아니고 언변이 뛰어난 사람도 아
니었다. 게다가 그토록 많이 여색을 탐하면 서도 한번의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니 사람들은 그
점을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무광(武狂) 검치자(劍癡者) 곽검명!
화산파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말 그대로 검에 미친 자였다. 그와 만
나는 사람들은 항상 인사말로 '한 수 배울까 요?'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검은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저 무인이라 생각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비
무를 신청했다. 소림에서도 방장인 영오대사에게 대뜸 비 무를 청하였다가 그의 아버지인 곽
무웅에게 죽지 않을 정도 로 맞을 뻔한 적이 있었다. 특히 그는 검에 미쳐 밤낮을 가
리지 않고 검에 몰두했는데 그 정도로 검에 미친 사람이 비 무를 할 때마다 한번을 이
겨보지 못하니, 사람들은 이를 참 으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주광(酒狂) 상취개(常醉 ) 단견!
다음대의 개방의 방주가 될 그는 어려서 어미 젖 대신 사 부인 황충이 주는
술을 먹고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술 이라면 사족을 못썼다. 밥 대신 술을 먹었고 물대신
술을 마 셨다. 주독이 올라 항상 코끝이 빨갛게 되어 있는데 사람들 은 술만
준다면 개방이라도 능히 팔아먹을 놈이라고 말하곤 했다.
다만 술 취한 상태에서 발휘되는 강룡십팔장(降龍十八掌) 은 원래의 위력
에 취권(醉拳)의 묘미까지 더해져 그 적수가 없다고 알려질 정도였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사람들로부터 미치광이 취급을 당하는 이들은
서로의 특이함에 이끌렸다. 만나자마자 의기 투합을 하게 되고 만남을 기념하기 위하여 그들
이 처음 만난 북경의 한 기루에서 형제의 연을 맺으니 사람들은 이를 일컬 어
삼광결의(三狂結義)라 하였다. 그런 삼광 중의 막내인 상 취개가 시도 때도 없이 술을 구해다
주는 소문을 싫어할 리 가 없었다. 소문 또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마음이 악한
사람이 없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어서 그런지 자신보다 어린 그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소문이 단견과 이렇게 자주 어 울리다 보니 삼광의 나머지 사람들과도 자연히 친하게 되었
다.
장강을 얼마 남기지 않고 노숙을 하는 지금도 그들은 서로 모여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이자 보람이요 낙(樂)이 지. 만약에 여자
가 없는 곳에서 살라면 난 그날로 세상을 하 직하고 말 것이네. 두 아우가 무공과 술에 미쳐
있는 것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자네는 결코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 게나 자
네가 원한다면 내 그 동안 갈고 닦은 나의 색도를 알 려주도록 함세"
"허, 형님 또 한 명의 색마(色魔)를 만드실려고 그러십니 까? 남자라면 자
고로 강함이 미덕 아니겠습니까? 무공이 최 고지요. 강한 무공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갈
고 닦는....카!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형조문의 말에 곽검명이 강하게 반발을 했다. 소문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하하. 정말 재밌는 사람들이란 말야...'
"허허, 모르는 소리. 색마라니...내 말은 소문아우를 색마로 만들자는 것이 아
니네. 자네는 소문아우의 말도 못 들었는 가? 지금 사천으로 신부감을 보러 간다고 하지 않
았는가? 자 고로 한 여자를 신부로 삼으려면은 많은 여자를 알아야 하 네. 이
여자도 만나보고 저 여자도 만나보고 신분의 귀천(貴 賤)에 관계없이 많은 여자를 사귀어 봐
야 진짜 제대로 된 여 자를 만날 수가 있는 법이지. 이보게 소문아우! 자네는 여자
를 얼마나 아나?"
"예?"
곽진과 형조문의 말다툼을 재밌게 구경하던 소문은 형조문 문이 갑자기 말을
바꾸어 자신에게 말을 걸자 당황을 했다.
여자라니... 여자라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말도 해본 적이 없지 않은가? 소
문이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그 럴 줄 알았다는 듯 형조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내 저럴 줄 알았지. 키는 커다래서 아직 총각딱지도 못 뗀 어린아이
였구만. 그래가지고서야 신부를 얻는다해도 어디 첫날밤이라도 제대로 치루겠나...? 하지만 걱
정하지 말 게 내 자네를 위해 이론(理論)부터 실전(實戰)까지 모든 것을 가르쳐
줌세. 그러니 나만 믿고 따라오게나...하하하!"
형조문은 소문의 어깨를 잡고 자신을 굳게 믿으라는 말과 함께 호탕하게 웃
어 제꼈다. 그러자 여지껏 술만 마시던 단 견이 아직 넘기지 않은 음식물을 씹으며 소문에게
말을 걸었 다.
"그것이 참말이요? 아직 여자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는 말 이? 하하하 이것
참. 나이는 내가 어리지만 어른이 된 것은 내가 빠르니 이제부터는 내가 형님 노릇을 할 꺼요.
하하하"
웃고 있을 수많은 없었다. 여자를 모르는 게 무슨 죄라고 졸지에 이런 처지
를 당한 단 말인가. 소문은 반격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하하, 모르시는 말씀, 자고로 저희 조선에서는 일부종사 (一夫從事)라는
말이 있지요. 아내는 남편을 끝까지 믿고 따 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아내를 두고 어찌 딴
여자를 품 는단 말입니까? 그 또한 대장부가 취할 행동이 아니지요" "허, 무
슨 말을 옛 성현(聖賢) 말씀에 영웅(英雄)은 삼처사 첩(三妻四妾)을 두어도 흠이 되지 않는다
는 말이 있네. 여자 를 많이 취해보는 것도 영웅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 할 수
있지 암!"
소문이 그런 말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조선에서 도 양반가들은 몇
명의 첩을 두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자존심을 건 말싸움은 시작되었고 여기서 물러설
소문이 아 니었다. 짐짓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허허, 어떤 미친놈이 그따위 말을 했단 말입니까? 공자(孔 子)가 그랬습니
까? 아님 노자(老子)가 그랬습니까? 그건 중원 에서나 있을 법한 말이지요. 군자(君子)의 나
라인 조선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성현은커녕 맞아 죽기 십상일 것입니다.
다시는 그런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아니 누가 머라나. 그리 열을 낼 문젠 아닌데..."
형조문은 소문이 흥분해서 말을 하자 일순 당황을 했다.
자신이 조선에 가본 적이 없으니 뭐라 말을 하진 못하고 그 저 소문의 화가
가라앉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하하. 거 보슈.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잘 알지도 못하 면서 나섰다가 무
슨 망신이요? 내가 알기로도 옛 성현들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그거
형님이 만 든 말 아니요? 하하하"
"클클클"
"하하, 오늘 내 망신을 단단히 당하는구만."
곽검명과 단견은 서로 마주보며 낄낄대고 웃었다. 그런 그 들을 보며 형조문
도 마주 웃어 주었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그들을 지켜보는 못마땅한 얼굴이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여자 어쩌구 할 때부터 지켜보던 곽 영이었다. 형조문이 삼처사첩이란 말을 할 때 발작
적으로 뛰 어 나갈려다 간신히 화를 눌러 참았었다. 그런데 소문이 형 조문의
말에 멋드러지게 반박을 하자 제법 기분이 나아졌다.
해서 자신도 모르게 소문을 칭찬하는 말을 하고 말았는데 그 것이 소문과 곽영
을 아주 웬수지간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역 할을 하였다.
"흥, 꼴에 입은 있다고 저래도 말은 제법 옳게 하는구나!"
곽영과 그들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모여있는 모든 사람은 곽영의 말
을 들을 수 있었다. 곽영은 나름대로 칭찬 을 했는데 듣는 소문은 그게 아니었다.
'뭐? 꼴에? 저년이 미쳤나... 네가 정말 죽여달라고 아주 사 정을 하는구나.
사정을 해!....'
꼴에라니... 생할수록 괘씸하고 기도 안 차는 말이었다. 소 문이 지그시 입술
을 깨물고 곽영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곽영은 계속해서 떠들어 대고 있
었다.
"조선에서 온 촌뜨기도 여자를 존중하고 있는데 조문오라 버닌 중원 망신
그만 시키고 그 여자 타령은 그만 하세요.
창피하지도 않나요?"
"아 그게... 저"
형조문이 뭐라 대답을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때 그 를 구해주는 한줄
기 음성이 있었다.
"하지만!!! 비록 많은 여자를 탐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저희 조선에서도
여자에 대해 전해 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 그게 무엇인가?"
옆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던 곽검명이 재빨리 물어왔다.
그러자 소문은 앞에 놓인 술을 한자 들이 키더니 차분한 그러나 힘있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싸가지 없는 마누라는 북어와 마찬가지로 삼일에 한번씩 복(伏)날 개 패듯
이 패라는 말이죠!"
"이....이!!!"
곽영은 어이가 없어서 도끼눈을 하고 소문을 노려보고 있 었지만 소문은 안
색하나 변하지 않고 곽영을 마주 보고 있었 다.
"오,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구나. 이야... 암 싸가지 없는 마누라는 어쩔
수가 없지."
형조문은 마치 곽영 보고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박장대소 (拍掌大笑)를 했
다. 졸지에 망신을 당한 곽영은 독기어린 눈 으로 소문을 노려보며 말을 했다.
"누가 당신의 신부가 될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불쌍하군 요!"
"낭자보고 내 신부가 되라는 소리는 안 할 테니 걱정 마시 구려..."
"뭐야! 누가 네놈 같은 잡놈의 신부가 되기나 한다더냐?" "걱정하지 마시
오. 나도 낭자 같은 사람은 수레로 실어다 주어도 싫소. 에그, 차라리 혀 깨물고 죽고 말지..."
"네...네놈이....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곽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칼을 뽑았다. 당장이라도 소문의 목을 날려버릴 듯
한 기세로 칼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함 부로 칼을 휘두르지 못했다. 여지껏 웃고만 있던
곽검명이 갑자기 안색을 바꾸어 그녀를 꾸짖었기 때문이다.
"무슨 짓이냐? 당장 칼을 거두지 못하겠느냐?" "오...오라버니도 저놈이...."
"어서!"
곽영을 억울하다는 듯이 곽검명을 쳐다보았지만 평소에는 부드럽다가도 한
번 화를 내면 그 누구보다 무서운 게 곽검명 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곽영은 결국 칼을 거두
고 말았다.
"흑...흑"
곽영은 칼을 거두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뒤 도 안 돌아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난처해 진 것은 소문이었다.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해서...." "흠, 아닐세 저 애의 행동이 잘
못이었지. 자네가 무슨 잘못 이 있었겠나. 술이나 드세"
사실 곽검명도 소문의 말이 조금은 과했다 싶었다. 하지만 그 동안 소문에
대해 끊임없이 욕을 해오던 곽영인지라 뭐라 말을 하지 못할 뿐이었다.
'크크크, 그것 봐라. 다시 한번 내 욕을 한다면 그때는 오 늘처럼 간단히 끝
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따위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자근자근 밟아주마....카카카'
소문은 여전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곽검명이 따라주는 술을 받고 있었지
만 실은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여전히 울고 있는 곽영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
다. 이렇게 또 하룻 밤이 지나고 있었다.
선발대가 소림을 떠난 지 만 나흘이 되던 날 이들은 장강 을 건널 수 있었
다. 이제 하루만 더 달려가면 남궁세가에 도 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남
궁세가와 마 찬가지로 이들에게도 서서히 위기는 다가오고 있었다.
첫댓글 즐감하고갑니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즐감~1
ㅎㅎㅎ
즐감
잼납니다
풍전등화
즐감하고갑니다.
ㅈㄷㄳ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했습니다~~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좋아좋아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