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2 )
빈 가지에서 잎과 꽃을 볼 수 있는 사람
나는 겨울 숲을 사랑한다.
신록이 날마다 새롭게 번지는 초여름 숲도 좋지만,
걸리적거리는 것을 훨훨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의 당당한 기상에는 미칠 수 없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도 이런 숲의 질서를
배우고 익힌다면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한 그루의 나무를 대할 때
그 앞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도 함께 비춰볼 수 있다면
나무로부터 배울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겨울 숲에서 어정어정 거닐고 있으면
나무들끼리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빈 가지에서 잎과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이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나무들은 겨울잠에 깊이 빠져 있는 것 같지만,
새봄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눈 속에서도 새 움을 틔우고 있는걸 보라.
이런 나무를 함부로 찍거나 베면
그 자신의 한 부분이 찍히거나 베어진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나무에도 생명의 알맹이인 영이 깃들여 있다.
법정스님《봄 여름 가을 겨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