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충북도의회에 김양희 전 충북도 복지여성 국장을 1번으로 공천하고 장순경 영광기업 대표를 2번, 남기예 전 충북새마을부녀회장을 3번으로 공 천했다. 그리고 청주시의회는 오수희 충북여성단체협의회장, 변창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충북협회장, 조미현 전 충북정론회 대변인을 각각 1, 2, 3번으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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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희 ▲ 오수희 ▲ 정지숙 ▲ 육미선 | 한나라당충북도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후보자를 선정했다. 균형있는 후보자 공천을 위해 장애인단체 2명, 여성단체 5명, 농민단체 1명, 중소기업단체 1명, 금융계 1명, 직능사회단체 1명 등을 배려했고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추천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간에는 특정 후보가 앞 번호를 받도록 하기 위해 당 관계자가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모 씨는 “당 고위 인사가 특정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 꼭 1번으로 추천해달라고 심사위원들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몇 몇 심사위원들이 반발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당에서 그렇게 좌지우지하려면 공천심사위원들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그런 전화 한 적 없다. 당의 기여도와 안정을 고려해 심사위원들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잘라 말했으나 소문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도 문제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도덕성 시비도 일고 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이진영 전 충북도립대 학장과 남기예 전 충북새마을부녀회장, 신인숙 씨 등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선정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이진영 전 학장은 “후보를 공천할 때 도덕성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해놓고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는 후보를 내세운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성계 전체가 배신감에 떨고 있다. 공천과정이 투명해야 한나라당을 따라올텐데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지지하겠는가”라면서 “주변에서 공천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라고 야단이지만 더 이상 망신당할 수 없어 이의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기예·신인숙 씨도 한나라당의 공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남 전 회장은 한나라당 중앙당에 도의회 비례대표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신 씨는 미래연합에 입당해 도의원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송광호 의원과 한대수 상당당협위원장도 비례대표 공천결과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에 앞서 비례대표 후보들을 최종 확정했다. 정지숙 전 충북도 여성복지과장을 도의회 1번으로 공천하고 육미선 청주 흥덕갑 여성위원장, 최충진 충북장애인펜싱협회장, 신태도 복대2동 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을 각각 청주시의회 비례대표 1, 2, 3번에 공천했다.
민주당 도의회 비례대표 투표결과도 예상 밖으로 나와 한동안 화제가 됐다. 항간에는 민경자 전 충북도 여성정책관(56)이 정지숙 전 충북도 여성복지과장(63)을 여유있게 따돌릴 것으로 알려졌으나 투표결과 민 13표, 정 15표로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민씨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나자 지역구 공천에 불만을 가진 일부 상무위원들이 뭉쳐 정씨에게 표를 던졌다는 후문이다.
지역구 의원으로만 충족할 수 없는 각 직능분야의 전문성을 보호한다는 목적아래 시행된 비례대표제는 소수자와 전문성 배려원칙의 의미가 들어있다. 하지만 충북지역 여성계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내용을 보고 일부 후보들이 여성대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성계 모 인사는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정말 실망스럽다. 후보들의 면면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일 부 후보들이 의회에 들어가 여성대표, 주민대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주민들이 정당공천 을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 결과가 나온 뒤에 말할 수밖에 없는데 일부 후보들은 지방의원 자격이 없 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혹은 한풀이를 위해 출마한 사람이 어떻게 제대로된 의정활 동을 할 수 있겠는가. 정당은 주민여론을 이렇게 도외시해도 되는가”라며 “선배 여성운동가들이 싸 워 비례대표 여성 배려원칙을 정했는데 수혜를 입는 사람들은 전혀 엉뚱한 인물들이다. 비례대표를 이런 식으로 공천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출방식은 다르다.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원회가 후보들을 추천해 중앙당으 로 올리면 최고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한다. 민주당은 상무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공천심사위원회에 올려 확정한다. 어쨌든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반발과 반대여론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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