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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ECC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출입에 앞서 학생증으로 미리 자리를 배정받은 뒤 열람실을 이용한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
2009년 대학가 도서관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전자 좌석 배정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메뚜기'가 사라진 것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생 박모(27)씨는 "몇 년 전만 해도 한 열람실에 '메뚜기' 100여 '마리'가 어슬렁댔는데 지금은 싹 사라졌다"고 했다.
책상에 수북이 책을 쌓아 놓고 무언(無言)으로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던 도서관 터줏대감들도 찾아볼 수 없다. 연세대 학술정보원 이대형(40) 경영관리팀 차장은 "자리를 맡을 목적으로 쌓아놓은 책은 즉시 치운다"며 "옛날 학생들은 '왜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책을 치우냐'고 항의했지만 요즘은 안 통한다"고 했다.
지금 30~50대에겐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1992년 4월 27일 서울대 대학신문에는 '메뚜기는 사절!'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메뚜기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메뚜기 살리기 운동'이란 이름으로 도서관 빈자리 나눠 쓰기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세대에서는 '도서관 사랑 자원봉사단(일명 도사봉)'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조그만 종이를 나눠주고, 자리를 비우기에 앞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좌석이 비는지 표시해두고 가도록 권장했다. 고려대 정경대는 1층 도서관 80여석의 칸막이에 시계 모양 알림판을 붙여 놓고, 자리를 비우기에 앞서 돌아올 시간에 화살표를 가리키도록 했다. 양쪽 모두 메뚜기들이 통로에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지 않도록 배려하자는 캠페인이었다.
그 시절에 비하면 2009년의 대학 도서관은 훨씬 '깍쟁이'가 됐다. 과거에는 취업에 실패했거나 고시에 낙방한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몇년씩 학교 도서관에 나왔다. 요즘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학기 초에 '도서관 출입 신청'을 하지 않은 졸업생은 도서관 출입을 불허하고 있다.
이화여대 ECC(Ewha Campus Complex) 도서관에서는 좌석표를 받은 학생이 30분 안에 입실하지 않으면 무효 처리된다. 열람실 밖으로 외출한 뒤 9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좌석이 반납된다. 동일한 좌석은 한 번만 연장해 사용할 수 있다. 그나마 이용시간이 끝나기 2시간 전에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이용시간이 끝나기 전에 도서관을 떠날 땐 좌석 반납 신청을 해야 한다. 이를 5차례 어기면 30일 동안 좌석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정민(23·약학과 3년)씨는 "중간고사 때 좌석표를 뽑고 밥 먹으러 갔다 왔는데 30분이 지나는 바람에 다시 길게 줄을 서야 했다"고 말했다.
한예진(23·의대 본과 4년)씨는 "한창 '필(feel)' 받아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제부턴 내 자리'라고 오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요즘은 아예 연장 시간에 앞서 알람을 맞춰 놓는다"고 했다. 불만은 없을까?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일부 양심 없는 학생들이 좌석을 장시간 독점하고 '사석화(私席化)' 하는 걸 막을 수 있으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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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많이 변했네요..전자 학생증때문에 대출도 못한다던데...
시험기간 대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는 이유가 이거였군요..
전 그냥 고딩시절 습관때문에 오는 줄 알았는데..
어찌되었든, 대학 도서관 뿐 아니라 모든 도서관이 이 "전자 좌석 배정 시스템"을 도입하면
독서실은 나름 경쟁력이 있겠네요.
전자 학생증이 없어서 어려울려나, 뭐..지문이나 다른 방법을 찾으면 방법이 있을것 같긴한데..
오랜만에 게시판 도배하네요..ㅎㅎㅎ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