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개 시험 시행기관 비교하여 1급 취득 기관 목표 정하기ㅡ 자신의 취득 목적이 무엇인가에 비추어.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습니다.
말복 더위에 태어난 저는 더위와 추위를 잘 견디는 편이기는 한데, 올 여름은 정말이지 여름이란 놈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미웠습니다.
제가 국가공인 한자시험 1급에 도전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올 6월 하순이었습니다. ㅡ 학교 기말시험이 6월 30일에 끝나고, 며칠 머리와 제 몸에게 휴가?를 주었습니다. 모두 6과목 기말시험 공부한다고 40여일 동안 좀 부지런을 떨었거든요.
달력을 한 장 넘겨 7월이 되어, 저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한자 검정 기관 10개의 사이트를 모두 찾아가 보았습니다.
참, 제가 다니는 방송대 국문과에서는 올해 학칙을 개정하기를, 국가공인 한자1급을 취득하면 4학년 내내 매달려야하는 @졸업논문@을 @면제@해줍니다.ㅡ기존에는 @신춘문예@ 등 등단한 당선자들에게만 제 혜택을 주었거든요.
저는 남은 평생을학청년으로 살기로 굳게 결심한지라, 좀 더 멀리 보고 당장의 등단보다는 문학의 기초와 기본 공부에 우선순위를 두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서, 한자 자격 취득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비록 20대 청년들에 비하여 40대 초중반에 시작한 학교 공부지만, 저 자신 한 살이라도 젊어 그나마 머리가 덜 굳어 있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기는 했지요.
그리고, 근분적으로는 1. 평생 하고 싶은 한시 공부를 위한 기초와 2. 저의 학문적 목표인 @한.중.일 비교문학@을 위한 주춧돌을 쌓자는 게 가장 컸습니다.
한자를 모르고서는 그 두 개의 목표 달성과 과정을 밟는 길은 요원할 수밖에요.
각설하고,
10개의 공인 기관의 1급 지정한자와 출제 수준과 출제 경향을 모두 살핀 결과, 세 개의 기관으로 압축이 되더군요.
그 기준은 1. 합격 가능성, 2.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될 것, 3. 일상에서의 활용가능성 등 이었습니다.
현재 공지로 올린, 얼쑤조타 님과 저의 프로필에 밝혔듯이, 사진에서 보시는 기관의 시험을 1순위 목표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그 기관을 밝힐 수는 없지만, 두 개의 기관은 저에게 많은 실을 주었습니다.한 곳은 우리나라에서 한자 공인 시 시행기관 중에서는 가장 권위가 있는 곳인데, 제 보기에는 다소 거품이 보이더군요. 국내 최고의 언론사에서 후원해주는 단체와 국문학계의 막강한 뒷배경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시험을 주관하는 출제위원들의 권위주의에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예를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분량이 방대하고 전통 있는 @한자사전@ㅡ2만 1천여 한자수록, 2천 9백여 쪽 ㅡ 에도 나오지 않는 한자를 출제를 하기도 하더군요. 자신들 외에는 일반적으로 한문학박사도 모를 수ㅇ있는 한자인데!
또 한 군데는 위 제가 생각한 출제 기관 선정기준에는 부합하나, 엉뚱한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시험 시행의 불공정성 때문이었습니다.
한 로, 군대에서도 출장 시험을 치룬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육군을 제대힌한 저는 압니다. 그럴 경우, 얼마나 시험감독
행위가 개판이 될지를 말입니다.
일례로 일부 고참병이나 간부들의 시험부정의 가능성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저는 그래서 세 군데 시험시행기관 중 한 군데를 제외시키고 나머지 두 군데로 목표기관으로 했는데, 시험일정을 살펴보고 나서 제가 한자1급을 취득한 기관으로 목표를 삼았습니다.
ㅡ 그리고, 며칠 전 이 방에 8급부터 1급까지 문제지를 올린 기관은 내년도에 @사범@취득을 목표로 하는 곳입니다.
1급 위에는 @사범 자격증@ 이나 @특급@자격증이 또 있거든요. ㅡ 그곳은 1급을 시행하는 10개 기관 모두가 아니라 두어곳입니다.
2. 42일간의 고투 ㅡ 1급 공부 과정
제42회 시험날짜는 8월 17일이었습니다.
7월 6일부터 한자시험공부를 했으니 정확히 시험 전날까지해서 42일이네요, 공부기간이요.
1급은 선정한자와 대표 훈음ㅡ 뜻과 소리ㅡ 이 기관마다 수백개씩은 다르지만, 선정한자 ㅡ지정한자ㅡ수는 3천 5백자로 10개 기관 모두 동일합니다.
제가 시험 치룬 기관의 1급 합격 커트라인은 모두 150문제 중에서 105문제 ㅡ100분율 환산 70점 ㅡ이었습니다.
시험 시행 기관에 따라서는 80점이 합격점인 곳도 몇 군데 있습니다.
저는 이번 시험에서 개인적으로는 135점-90점-을 목표로 하고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시험 며칠 전까지 스스로 치룬 모의고사에서 130점에서 135점 사이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시험 당일에도 내심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개인 목표에는 미치지는 못했지만 128점을 획득했습니다.
@@@ 시험성적표
아주 단순한 계산법을 적용한다면, 만일 하루에 1백자씩 한자를 머릿속에 넣는다고 가정하면 35일이 걸리겠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정한자-선정한자-3,500자 중에서는 8급부터 2급 지정한자들까지도 모두 섞여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2급까지의 지정한자 2천여 자를 제외하면 신출한자(新出漢字)는 1,500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처음 1급 시험 공부를 시작할 때의 저의 수준은 3급 수준이었습니다.
3급은 지정한자가 1,800자입니다.
2급-지정한자 2,500자-실력에는 약간 못 미치는 실력이었고요.
그래서 저는 1급 지정한자 3천 5백자 중에서 3급 지정한자 1천 8백자를 뺀 나머지인 1,700자와 3급 수준 한자 중에서 일부 익숙하지 않은 글자 3백 글자를 정해서 개인적으로 새로 중점적으로 새로 익혀야할 한자로 생각하고 계획을 짰습니다.
모두 4단계로 공부 방법을 세분화했습니다.
우선 20일 동안 그 2천자를 눈에라도 익히기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문구점에서 중.고생들이 쓰는, 10칸짜리 일반 한자노트를 10권을 샀습니다.
그리고 20일동안 날마다 100글자씩 그 한자노트에 채워나갔습니다. 한 글자마다 10번씩을요.
그러니까 하루에 100자씩 10번을 썼으니까 하루에 1000글자씩, 20일 동안 12만글자를 쓴 셈이겠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신출한자가 눈에 어느 정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참!
한자 공부에서 유의할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눈으로 읽는 것‘-독음(讀音)-과 ’쓰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친 분들이라면 중고등용 지정한자 1,800자의 웬만한 한자는 눈으로는 읽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직접 써보라고 한다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매우 많은 것 또한 사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 한자를 능률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경험에 바탕한 것이고 사람마다 각자 다를 수 있으니 참조만 하시기 바랍니다.
1) 한자 공부는 눈으로 익히지 말고 직접 손으로-컴퓨터 자판 말고- 쓰면서 익혀야 한다.
2) 한자 공부는 ‘낱글자’보다는 ‘단어’위주로 익혀야 한다.
첫 번째는 위에서도 언급했으니 생략하기로 합니다.
두 번째는 저의 경험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단계가 되는 셈입니다.
20일이 지나 2천글자가 어느 정도 눈에 익자 저는 사진에 보이는 작은 옥편을 시험 교재의 선정한자표 옆에두고 선정한자표의 처음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한 글자도 뺴놓지 않고 일일이 옥편을 찾아가며 그 옥편의 표제자에 따른 용례에 나오는 한자단어를 별도의 노트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즉, 2)에서 말씀드린대로 단어 위주로 한자를 쓰면서 익힌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그 단어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고 생각될 때는 <국어대사전>을 찾아서 그 단어의 뜻을 새롭게 익혔습니다.
그런 기간은 대략 10일 정도.
그렇게 공부를 하니까 한결 한자 익히는 것이 수월해지더군요.
그리고 그런 공부 방법의 장점은 선정한자인 표제자뿐 아니라 그 뒤에 나오는 한자까지 함께 익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표제자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한자까지 공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 중에는 지정한자 범위안에 있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0일을 3단계로 잡아서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기출문제 10회분을 입수해서 날마다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한 회의 기출문제를 보고 나서 채점을 하여 ‘오답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 오답노트에는 다시 옥편이나 한자사전을 찾아서 더 많은 한자로 된 단어를 써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단어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익힐 때까지 쓰고 또 썼습니다.
그렇게 하고나서 나머지 2일간은 선정한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쓰지는 않고 눈으로만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일-시험 전날-은 오답노트를 중심으로 우선은 눈으로 일별하고 나서 일일이 거기에 나오는 오답노트에 나오는 한자 단어를 다시 한 번 모두 썼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42일동안 쓴 한자노트가 12권이 되더군요.
그 10칸 짜리 한자노트의 90%은 빈틈이 없이 온갖 한자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비록 저의 개인 목표-135점 이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좋은 성적인 128점-85점-을 획득하여 합격점인 105점-70점-을 상회하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3.
제가 두서없이 긴 이 글을 쓴 이유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한자를 공부하려는 여러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드리기 위함입니다.
어떤 공부든지 처음에는 자신에게 ‘합당한 동기부여(motivation)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스스로 그러한 이유를 억지로라도 부여하지 않으면 그 공부를 즐겁게 할 수도, 또 공부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 여름 42일간의 한자공부는 저에게 합격이라는 기쁨뿐 아니라,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또한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데 매우 큰 기여를 한 것 같습니다.
또한, 솔직히...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
온 몸에 땀띠가 나고, 특히 엉덩이가 짓무를 정도로 땀띠가 심해지고,
시험 보기 일주일 전 즈음부터 오른쪽 눈이 퉁퉁 붓고,
수없이 볼펜과 연필로 쓰고 또 쓰는 바람에 오른쪽 손목의 물렁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고생을 해서 다시 하라고 한다면 그렇게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글의 서두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내년도에는 대한검정회에서 시행하는 ‘사범(師範)자격 취득’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 1급은-여느 시험기관을 막론하고- 4년제 대학생들을 가르칠 정도의 수준이고,
사범 혹은 특급은 대학원생들을 가르칠 정도의 수준으로 보입니다.
사범급은 사서삼경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합격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1급 합격 후 사서삼경 중에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 공부책을 모두 구입해서 현재는 틈틈이 우선 <논어>와 <맹자>를 붓팬으로 한자노트에 필사(筆寫)를 하고 있습니다.
딱딱한 볼펜이나 샤프 등 경필(硬筆)보다는 붓펜으로 쓰니 손목에는 거의 무리가 가지 않더군요.
이상으로 글을 맺고자 합니다.
끝으로,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구절 몇 개로 글을 맺을까 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대가 이루지 못한 그것이 그대를 위대하게 하리라.
-괴테.
우리 모두 철저히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들 가슴 속에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체 게바라.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42회면은 난이도가 꽤 높았던 때였네요~!!! 와.... 정말 대단하십니당~!!!!
축하드립니다. 진흥회 사범, 검정회 사범에 도전하셔서 꿈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멋진 꿈 이루시길 바랍니다^^
와 대단합니다. 축화 드려요
축하합니다. 대단하십니다
기가 막히네요. 그정도 해야 되는군요^^ 박수를 보냅니다.
축하드려요
멋진 후기입니다. 합격 축하드려요^^
방송대 다니시는 분들은 끈기와 노력에 감동입니다. 공부가 좋아서 공부에 한이 맺힌분들도 계시지요. 열심히 하시는분 기대한꿈 이루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