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이겼다고 했지만 아직 더위가 끝나지 않았다. 모른다. 낮 기온은 여전히 30도 중반을 맴돌고 있다. 검게 탄 얼굴들이 건강하게 보여 좋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 이들이 고등학교 친구들이어서 더 좋다.
중동 70 신우회, 격월로 모여 예배를 드리고 친교도 나누고 있다. 별 의미 없이 분주함을 강요하는 시대다. 기계 톱니처럼 짜여진 생활에서 잠시 그것을 일탈하고 신우회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이 고맙다.
나는 8월 정기모임엔 불참하려 했다. 여러 가지 약속이 겹쳐 참석할 여건이 안 되었다. 그러나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말씀을 전할 목회자가 여의치 않은 듯했다. 총무 일을 하고 있는 유정식 장로가 나를 지목했다. 순종해야만 할 것 같았다.
천안의 한 대학에서 2학기 강의 관련 워크샵이 있었다. 예정되기는 끝나는 시각이 오후 5시 30분으로 되어 있었다. 오후 2시에 시작했으니까 빠르면 4시 늦어도 오후 5시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다. 전례를 보면 그랬다.
그러나 웬걸? 끝까지 채울 작정 같았다. 내가 분위기를 잡아 5시에 끝나게 만들었다. "이명재 목사님이 양복 상의를 입고 필기도구들을 챙기시는 것을 보니 지금 마쳐야겠군요." 학과장이 재치있는 말로 워크샵을 마무리했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대중교통 이용할 땐 몰랐는데 자동차를 끌고 올 땐 이런 게 큰 문제다. 약속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일이 빈발한다. 짐이 없었다면 기차로 버스로 그리고 전철을 이동 수단으로 삼았을 것이다.
1시간 3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가 2시간 30분 걸렸다. 고속도로에서 중간 중간 정체된 것이 서울로 진입하자 더 밀렸다. 퇴근시간과 겹쳐서 더 더디 진전했다. 논현동 '북촌순두부'를 네비에 찍고 왔는데, 1.9 km에 10분 남았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때 양승관 집사로부터 어디쯤이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 “10분 남았다고 나오네... .” 북촌 순두부, 두 달에 한 번 이용하는 단골 음식점이 된 곳이다. 여섯 명의 친구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도착한 잠시 뒤에 영주가 오고... .
'페이스 명가'는 강남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논현동 전철역 근처이니 요지 중의 요지다. 강희석 집사가 운영하는 사업장이다. 얼굴과 체형을 교정하는 곳, 그 방면에서 꽤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모양이다. TV에 보도도 몇 번 되었다고 한다.
어떤 모임이든 고정적인 모임 장소는 필수다. 전체 중동기독신우회가 순복음강남교회라는 안정적인 장소가 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듯이 중동 70 신우회는 ‘페이스 명가’가 있기 때문에 끊이지 않고 비상(飛上)을 꿈꿀 수 있다.
오늘 우리 예배의 사회는 양승관 집사다. 큰 말 없이 묵묵하게 실천하는 일꾼이어서 든든하다. 그는 중동 70 동기회 총무를 몇 년째 맡고 있다. 369장 ‘죄짐 맡은 우리 구주’ 찬송을 부른 뒤 서명석 집사의 예배를 위한 기도가 있었다.
성경 마가복음 10장 46-52절을 본문으로 '바디매오의 끈질긴 간구'라는 제목의 설교를 내가 했다. 소경 바디매오가 예수께 끈질기게 간구해서 눈을 떴듯이 우리의 기도와 전도 그리고 신앙생활에도 끈질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364장 ‘내 기도하는 그 시간’을 찬송하고 사회자가 몇 가지 광고를 했다. 9월 3일 전체 신우회 모임에 많이 참석해 줄 것, 투병 중인 친구 양승면을 위해 기도해 줄 것, 나라와 민족을 위해 수시로 두 손 모을 것, 9월 13일 있을 서명석 집사 딸 혼사가 있다는 것 등등.
위의 내용을 모아 내가 축도함으로써 예배를 마쳤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많지 않은 무리가 드리는 예배 가운데에도 성령님의 임재와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 70 신우회에서 말이다. 친교의 시간이다. 신입회원 소개가 있었다.
친구 박근영의 신우회 참석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70 동기회에서 총무로 궂은일을 도맡아 해 낸 친구라고 한다. 친구 이영주도 예배에서는 처음 본 듯해서 소감을 부탁했으나 두 번째라고 했다. 우리 신우회의 동량(棟樑)들로 우뚝 설 것이다.
강희석 집사는 늘 싱글벙글이다. 자신의 사업장에서 예배를 드리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원한 단술과 자두 포도를 준비했다. 나는 단술을 연거푸 석 잔이나 들이켰다. 친구의 사랑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더 시원했다.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중동고 3년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 기간은 그런 만큼 많은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 요술 방망이도 되었다. 회장 정영진 총무 유정식의 마무리 발언으로 모임의 대미를 장식했다. 밤 9시 30분이었다.
참석자들의 이름을 기록함으로 소임을 마치도록 하자. 강희석 서명석 정영진 양승관 유정식 이영주 박근영 이명재(2). 출발은 왜소하지만 나중은 든든한 신우회, 많은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신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