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자유스럽게 산다고 말하지만 날마다 다른 사람과 있을때에 별수 없이 눈치를 보고 살고 있다.
나도 마음에 병이 들었는데 답답증이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있는것이 답답하고 남편과 둘이 있을때 답답하다.
그래서 많이 밖으로 돌아다니는 이상한 행동이 생겼다.
종일 남편의 눈치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답답해서 별로 갈데도 없는데 집을 나서곤한다.
15일전 방학이면 늘 데리고 있었던 손주둘이 왔다.
데려다준 엄마가 돌아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나의 눈치를 살핀다.
게임에 빠져사는 아이들은 내가 그걸 싫어 하는걸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눈치를 살피며
간신히 참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나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기다린다.
나도 그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심심해서 힘들어 하면 게임이라도 하라고 말하고 만다.
그러나 마음속은 복잡하다. 나는 한번도 게임을 해 본적이 없다. 화투놀이도 싫어하고 도박
비슷한것은 무조건 싫어한다. 게임의 재미를 모르는 내가 아이들의 게임놀이를 이해하기
어려운것은 당연한 것일까?!.
아이들을 몰고 밖으로 나왔다. 처음 데려간 곳은 요즘 키우고 있는 구피물고기 사는가게다.
일단 구경만 시켜 주었다. 그리고 다판다에 들러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것들을 사 주었다.
클레이라고 하는것은 우리때는 진흙놀이 비슷한것이다. 작은아이는 팽이같은것을 샀는데
비싸서 남편에게 받은 용돈에서 절반을 내라고 했더니 좋아한다. 그 다음에는 서점에 들렀다.
공부할것을 하나도 가지고 다니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문제지를 한권씩 사게 했다.
복습문제지다. 그리고 큰 마트에 가서 반찬거리와 아이들이 고른 과자를 조금샀다.
돌아오는길에 구피 세마리를 한마리씩 골라서 사고 빠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눈치 보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싶어하고 나는 문제지를 풀게 하고 싶다.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데 남편이 나서서 " 실컷 놀아라 " 한다.
마음에서 뭔가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아이들이 헷갈려 어쩡쩡하게 놀고 있다.
바로 집 앞 물놀이장으로 아이들을 보냈다. 50분간 물놀이하고 10분 쉬는 시간이다.
물한병과 간식을 가져가면 다른아이들은 모두 부모와 같이 있는걸 슬금슬금 눈치 보다가
내가 나타나면 너무 반가워한다. 둘이 멎쩍어 서있는것을 몇번이나 목격하고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심정을 생각해본다.
아이들은 살인적인 더위를 물놀이로 풀기는 했지만 물놀이장도 안전만 생각하다보니
너무 물이 얕아 재미가 없다. 물이 얕으니 구명조끼도 없다. 구명조끼가 없으니 아이들은
물바닥에 엉덩이만 담그는 꼴이다. 가끔 가서 아이들과 놀아 주었다. 그러나 부력이 없는
물은 나역시 재미도 없고 시원하지도 않다. 그래도 체온을 내리는데는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눈치를 집안 가득 남기고 어제 돌아갔다.
발길 돌리는데마다 눈치들이 번쩍거리며 나에게 덤빈다.
눈치 주지않는 내가 되기는 이제 틀린일...!
그 애들이 조금 컷으니 이제는 오지 않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이제 내가 관여할것은 별로 없다.
모처럼 언니한분과 형님과 속리산 계곡으로 갔다.
오래된 벚나무밑에 계곡이 있다.
물은 맑고 고기들도 사람들과 친해졌다. 눈치가 없는곳인것 같다.
다슬기도 잡고 발바닥 지압도 하고 재미있게 놀다왔다.
눈치가 없는곳은 거기뿐이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