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금정산 소풍하던 날
갑신년 6월13일, 부산 금정산 범어사 산문 입구 돌계단,
우리 부산 15기 동문 8명은 아침 이른 시각 부터 대구 동문을 태운 관광 버스가 도착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오늘, 대구.부산 합동산행을 약속한 날,
날씨는 맑아 구름 한점 없이, 초 여름 날 금정산은 찬란한 6월의 태양 빛을 받아 진하디 진한 녹색으로 수림의
바다를 이루면서 펼쳐져 있고 ,때 마침 불어오는 남풍을 받아 파도 마냥 출렁이고 있다.
온산 천지의 만물상 들이 에너지로 충만되어 최고의 기를 발산하는 계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윽고 ,"경동 정보 대학"이란 이름이 달린 관광 버스 한 대가 당도하였고,자유 자제로이 등산복을
차려 입은 동문 친구들이, 몇몇은 가족 까지 대동하고 차에서 내려온다.
아 아! 이 얼마나 오랜 만의 상봉인가? 서로 달려가 손 잡고 얼싸 안는다.
대구. 부산간 불과 열차로 한 시간 거리언만, 졸업 후 38년 만의 상봉이 아닌가? 물론 개중에는 자주
만났던 친구들도 많겠지마는, 담쟁이 교정을 떠난후 처음 상봉하는 친구 도 더러 있구나,
백발이 다된 친구, 머리 반이 빠진 친구, 주름살 굵게 페인 얼굴 얼굴들,
한참 만에야 그 옛날 이미지가 되살아나는구나. 그 동안의 안부 인사 분주하다.
인연의 소중함이여 ! 인생 팔십년 중에 3년 세월 ,긴 시간은 아니지마는 그때 그 시절을 잊을 수없는
것은 꽃피는 그 시절에 최초로 선발된 집단으로 함께했던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음이 아니겠는가?
학창 시절 그때 ,수학여행 ,소풍갔던 날 처럼 ,우리는 매표소 앞에 줄을 서서 범어사 경내로 입장한다.
우리사 금정산 범어사는 시중 나들이 정도로 생각하지만, 대구 친구들은 상당한 호기심으로
경내를 둘러보고있구나.
하기사, 범어사도 보통 절은 아니지,
" 禪刹 大本山 金井山 梵魚寺 " 가 세겨진 일주문 자체가 문화재이고,여러개의 보물도 소장하고 있고
조계종 제14교구본사의 지위,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 3대 사찰,역대 조계종 종정을 가장많이
배출한 범어문중의 본산이요.
신라 문무왕때 의상조사가 창건한 화엄 10찰 중의 하나였고,금정산 중턱에는 금샘(金井)이 있는데
범천에사는 신성한 고기인 梵魚가 여기 내려와 놀았다고하여 梵魚寺라 했단다.
대웅전 앞 돌계단에 앉고 서고해서 기념 사진도 찍고 짧은 시간이지만 산신각,명부전, 종각 등등도
두루 참배하였고, 절 옆문으로 빠져나와서 ,수령100년 이상된 적송군락을 지나고 ,금강암 쪽으로 난
돌계단 길을 밟으며 떡갈나무 느티나무등 잡목이 욱어진 그늘 아래로하여 등산을 시작한다.
다들 도회의 먼지 속을 떠나와서 자연속에 묻혔으니 얼굴마다엔 생기로 가득하고 아이들마냥 천진한
표정들이다.그래서 산에오면 다들 인자한 사람이 되는가보다.
금정산 고당봉 801메타,
높이야 얼마되지 않지만 우리 부산땅의 주산으로 삼고있는 산이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기맥이 대간을 거쳐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국토의 남단에 기를 솓아부어 마무리한
곳이 금정산이고, 남쪽으로 뻗은 산맥의 지형을 이용하여, 일찌기 조상들은 산성을 구축하여 우리의
국토를 방어한 곳이 금정산성인 것이다.
또한 부산의 배산으로 부산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의 충실한 역할을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등산 능력에 따라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산길을 오르면서, 만났다 또 흩어지고 다시 모여서
휴식을 취해가면서, 그동안 쌓인 이야기도 주고받으며 시간에 구애없이 돌계단을 층층이 밟아
오르노라니, 어느듯 금정산성 북문에 이르렀고,
금정산 왔다가 ,어찌 고당봉에 오르지 않을 수 있으랴 !
등산에 영 자신없는 사람은 북문에 남겨두고 ,금정 최고봉 ,고당봉을 당당하게 올라간다.
마침 오늘은 날씨가 최고조로 맑은 날, 남해 바다가 멀리도 그 모습을 보여준다.
아아! 저 남쪽 바다 끝에 대마도까지 완연하게 보여주네,
고당봉 산신할매 왈,"이럴 때는 처음 보는 사람한텐 돈을 받아야 되는데(?) "
"고당봉 산신할매 ! 오늘 친구들은 멀리서 왔으니께, 공짜로 한번 보여주시요. "
정상에 못온 사람들이여 큰 손해를 보았도다.
정상주도 한잔 하고, 사진도 한판 찍고, 저멀리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남풍을 온몸에 느껴본다.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를 보고 바다와 접한 구불구불 해안선을 조망하면서 지리부도에 그려있는 실물을
공짜로 보았으니 본전 뽑고도 남았으리라 믿는다.
거의 오후 1시가 되었으니, 일찍 출발한다고 아침도 올케 먹었겠나, 어릴 때 소풍갈때 처럼 기분이
들떠서,지금 쯤은 배도 무척 고프겠지.
우리는 북문으로 다시 내려와 그늘 아래 점심 자리를 편다.
각자 준비한 도시락에, 매실주에 ,소주에 ,부인을 동반한 친구는 갖가지 반찬들을 내놓는다.
진수성찬 이다.
일괄 준비하지 않고 각자 준비하여 온 메뉴로 점심을 차리는 것도 다양하게 음식 맛을 볼수있어 좋은
파티 방법 이네,
모두들 시장한 결에 맛있게 먹고, 반주도 두서너 잔씩 , 얼큰하고 노곤하겠지?
그러나 오후 산행이 남아있다
이 먼 곳에 자주 올 수는 없을 것이고 하여, 우리 부산 친구들이 먼저 일어나 인솔한다.
잘 걷는 문수회장이 선두에서 인솔. 금정 제2봉 원효봉을 향하여 진군. 원효봉 정상에서 부산
앞바다를 다시 관망하고 정상을 따라 의상봉으로 내려간다
좀 힘들었을 게다 .정상의 작열하는 초여름 태양열, 그긴 나무그늘도 없는 고원이었지.
산성을 거슬러 거의 동문앞 까지 와서 성을 넘어, 다시 중허리 길을 가로 질러 숲속 길을 걷고 걸어서
밤밭골을 지나 ,상마 마을 넘어 주차장 까지 도착하니 거의 오후 4시가 되었구나
다들 점심때 소주 한잔씩하고 풀려있었는데, 모르는 낯선 길에 정신없이 걸었을 것이다
좀 지쳐보인다
다시 차에 올라 최종 목적지 송정으로 향한다.
예정 시간 보다 등산 시간이 1시간 이상 지체돼어 목욕은 생략하고, 우리는 바로 회식 장소인
송정 "월해 횟집" 으로 바로 가기로 계획을 수정. 해운대 신시가지를 지나고, 송정 해안가 좁은 길을
비집고 돌아 ,바다 경치를 감상하며 월해 횟집에 도착하였다.
창 밖엔 송정 남해 바다가 바라 보이도록, 횟집 2층 방에 자리를 배설하였고, 싱싱한 활어회가 상위에
진설된 가운데 ,다시 묵은 이야기가 오고간다.
대구 회장 이상채군의 인사말, 부산 회장 김문수군의 답례말 ,웃음꽃 만발한 가운데 "위하여", "건배"
술잔 부딛치는 소리, 바닷가가 요란하다.
취흥이 무르익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같이 온 마나님들은 해 다 졌다고 집에가자 집적대는 데, 술 취한 한량 남편들은 태평 천하 유유자적이로구나
이윽고, 송정 앞 바다에도 해그르메가 지는구나, 바다 물 빛갈이 점점 검어 간다.
오후8시, 헤어져야 할 시간인가 ?
이별은 항상 아쉬운 것, 누가 먼저 선창했는지
"달구벌 옛 터전에 높이 쌓은 이 전당......." 모두 일어나 합창하고,
"건강 해라" " 다시보자" 아쉬운 석별의 인사,
친구들을 실은 버스는 바닷가 좁은 길을 따라 차마 가기 싫은듯 비틀거리며 천천이 멀어져간다
다들 건강하시게나......
2004.6.13..............제1회 합동산행을마치고
첫댓글 세삼스럽게 지난 카페를 찿아보았더니,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으로 합동산행했을때의 감회를 적은 글이있어, 다시올려본다...2004년에 시작해서 금년이 6회라니 세월 참빠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