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문제가 화두다.
1985년 우리나라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이른바 HIV 감염인이 처음 확인된 지 32년이 지났다.
처음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는 그 자체가 '죽음의 병'으로 여겨졌다.
의사와 환자들은 고통을 줄이는 데 치중하면서 죽음을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검사 방법과 치료 약제의 발전으로 에이즈는 더 이상 죽음의 질병이 아니다.
빨리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특별한 질병 없이 일상생활을 요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바이러스는 몸 안에 한 번 들어오면 없앨 수는 없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서는 90-90-90이라는 목표 아래 에이즈 퇴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감염인의 90% 자신이 감염되었는지 검사를 받고, 90%가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90% 바이러스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상태로 살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사회가 감염인을 차별하지 않고 빨리 치료받게 하면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이 줄고, 이것이 바이러스 유행을 종식시키는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에이즈는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증감을 반복하는 국내 현황을 보면 여전히 우려가 있다.
환자들이 벼원을 방문하여 검사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늦다.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60% 정도의 감염인은 면역력이 매우 떨어지게 되고 증상이 나타나야 병원을 찾는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치료가 어렵고 부담할 의료비용도 증가한다.
특히 청소년이 성매매에 노출되는 사회적 환경을 정비하고 이들의 문제에 다각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질병으로부터 본인을 지키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 더 이상 에이즈에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를 갖게 된 후에는 누구든 쉽게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검사 결과에 대한 불안으로 검사받기를 주저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안해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 한 번이 성관계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0.01~0.1%이다.
여기에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피 속에서 발견되지 않는 상태가 되고 콘돔까지 사용한다면 감염 위험은 없어진다.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익명 검사와 신속검사의 목적은 조기 검진을 권해 빠르게 검사 결과를 알리고 감염의 가능성을 주지시켜 다음 단계의 치료로 연계하기 위함이다.
보건당국에서는 2006년 이후 감염인 상담사업을 통해 국내 20여 개 의료기관에 상담간호사들을 두어 감염인이 약제를 잘 복용하고, 생활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인원이 적어 역부족이다.
더 많은 감염인에 대한 안정적 관리를 위해 상담기관 및 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취우선의 에이즈 관리는 병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하루빨리 검사받게 하고, 감염인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조기 검사와 치료가 곧 예방이다.
최재필 / 감염내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