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일 달날 새 학기 첫날, 푸른샘과 학교에서 첫날
날씨 : 봄기운이 가득 돈다. 하늘은 화창해 보이는데 미세먼지 농도 나쁨이란 예보가 뜬다. 오늘 몸놀이 하는 날인데...
다행히 낮공부 열기하며 알아보니 청계산과 관악산 사이에 있는 과천은 좋음이란다. 강산이가 엄청 신나한다.
첫날은 늘 설렘이다. 기지개 학교와는 다르게 오늘 첫 단추를 어찌 꿸지 떨린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이것저것 준비하려 7시 조금 넘어서 집에서 나왔다. 바람이 아직은 좀 쌀쌀하지만 기분 좋은 바람이다.
버스 정류장, 빨간 버스들은 10분을 넘게 기다려도 여전히 빈자리가 없다. ‘이런! 달날은 본디 그런가?’ 조금만조금만 하고 기다리는데 여전히 빈자리가 나는 차가 없다. ‘진즉에 포기하고 서서 갈 걸’ 뒤 늦은 후회를 버스에 함께 실었다. 많이 막히는 길을 달리며 생각한다. 아이들 하나하나 속으로 이름을 불러본다. 윤태, 은호, 서연, 지후, 단희, 유민, 지율, 시우, 영호, 인웅, 준섭, 오제. 어떤 얼굴로 학교에 올까? 아침에 긴장하지는 않았을까? 아이들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난다. 눈치가 이상하여 살피니 내가 선자리 앞에 앉은 아저씨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8시 조금 넘어 학교에 갔는데 준섭이가 1층 마루에 와있다. 야무진 밝은 낯빛의 준섭이를 보니 기분이 더 좋아진다. 교사실에서 책을 찾고, 노래를 찾고, 이닦기 공부거리를 챙기는데 아이들이 시우가 운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 보니 시우가 서럽게 운다. 그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기지개 학교 때 만든 공기힘 장난감을 시우가 가져 오지 않았나보다. 친구가 그것 왜 가져오지 않았냐는 말에 시우가 서럽게 울었단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아침열기 하러 내려가고 푸른샘 교실에서 시우를 안고 있는데 시우의 어깨가 들썩인다.
나 : 시우야, 이제 마음이 어때요?
시우: 모르겠어
나 : 시우야, 조금 진정되었으면 우리 1층에 내려가 볼까요?
시우 : 싫어. 여기 있을 거야
다시 시우를 꼭 안고 흔들흔들 마음이 풀리기를 기다리다가
나 : 시우야 우리 이제 내려갈까요?
시우 : 싫어. 선생님하고 여기 있을거야
나 : 그렇구나. 우리 시우가 아직 내려갈 맘이 안났군요. 근데 시우야, 시우가 지금 선생님하고 떨어지기 싫은 것처럼 아래에 있는 열한 명 푸른샘 친구들도 선생님이 없으면 걱정을 할 텐데... 어떡하지요?
시우 : ...
나 : 우리 열 번 세면 내려갈 수 있을까?
시우 : 응
나 : 그럼 함께 세요. 하나, 둘, 셋....열! 시우야 내려갈까요?
시우 : 싫어.
나 : 그럼 열 번을 두 번 세볼까요?
시우 : 응
나 : 근데 시우야, 이 번에는 번갈아 가면서 세어요. 선생님이 먼저 할게 하나
시우 : 둘...
조금 경쾌하게 주고받자 시우의 기분이 나아진 듯하다. 그렇게 다시 10을 세 번 더 세고 모두 아침 열기를 하러 내려갔다. 친구들도 선생님을 기다린다는 생각에 시우가 마음을 많이 낸 것이 보인다. 내려가서도 훌쩍이며 어깨가 들썩이던 시우...
모두 아침열기가 끝나고 20분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물건을 잘 챙겨야 하는 까닭, 무엇을 서로 도울까?, 꽃은 참 예쁘다를 부르고, 독서하는 자세를 함께 따라 외우고, 다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남자 아이들은 줄곧 밖으로 나가고 여자 아이들은 책을 보거나 밖으로 왔다갔다한다. 다시 책읽기로 <히히, 내 이 좀 봐>를 읽어주고 책에서 왜 이를 닦아야 하는 지 알려준 것을 서로 이야기 나누고 실제로 이를 닦아보았다. 우린 열심히 공부했는데 푸른샘 아이들은 아침나절 한 것을 공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와~ 푸른샘 어린이들은 손이 정말 야무지다. 첫 번 째 헹굼 물에서 밥풀을 충분히 불리고 차근차근 세제에서 씻고 탁탁 물기를 털어 헹굼을 두 번 하는데 물도 깨끗하고 그릇도 깨끗하고 바닥에 흘린 물도 적다. 설거지를 다 마치고 이를 닦은 뒤, 이 닦은 잔과 칫솔도 제자리에 참 가지런히 정돈을 잘했다. 1학년 선생은 오줌 누러 갈 시간도 없다. 아니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아이들에게서 마음도 눈도 거두지 못한다. 조금 지나면 나도 달라지겠지^^ 아이들 설거지통을 정리하고 사진기를 들고 다시 숲속놀이터로 갔다. 형들과 잘 어우러져 노는 아이들, 벌써 손에는 나무 막대 하나씩을 들고 뛰고 있다. 그 때 윤태가 아주 기다란 각목을 끌고 가다 발로 밟아 부러뜨리려 하고 있었다. “윤태야, 그게 발로 차서 부러질까요?” “응, 할 수 있어.”하고는 윤태가 더 세게 발로 각목을 찬다. 하하 그러자 각목은 손에서 보란 듯이 튕겨져 나간다. 못 본 척 하고 다른 아이들이 노는데 가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다 돌아서 보니, 윤태와 영호, 인웅이가 아주 심각한 얼굴로 프라스틱 빵칼로 각목을 자르려 하고 있다. 하하하 멋진 생각인데, 자꾸 웃음이 난다. 웃음을 들키지 않으려 얼른 서둘러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낮공부로 관문체육공원에 가서 낮은샘 대 높은샘 축구를 했다.
우리 1학년 친구들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지율, 오제, 인웅, 윤태, 시우, 영호, 준섭이는 형들이 마구 뛰는데도 두려움 없이 공을 차러 뛰어든다. 단단하다. 그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저마다 집에서 아이들을 참 단단하게 기른 것 같다. 단희는 몇 번에 부딪힘과 넘어짐이 있었는데도 모둠 선생인 내가 만져주거나 호를 해주거나 관심을 주면 바로 다시 뛰어 들어가 막 뛰고 공을 찬다. 지후, 서연, 유민이도 목이 탈만큼 열심히 뛴다. 유민이가 반대로 공을 몰고 간다. 그 모습도 참 예쁘다. 서연이는 낮은샘하지 않고 언니들 편을 하고 싶다고 높은샘 편에 서기도 한다.
1학년 아이들이 오며 모두 모인 자리가 커다란 동그라미가 된다. 동그라미가 커진 만큼 마음도 넉넉해진다. 아이들 숨소리로 발소리로 양지마을이 더 밝아졌다.
봄이 오는 것처럼 아이들이 왔다.
첫댓글 시우 이야기 대목에서 오제에게 설명부족한 대화방식이던 제 모습이 겹쳐 떠올라 눈물이 나네요. 아이들 생활모습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글 고맙습니다!
빵칼로 각목을...ㅋㅋㅋ 아이들 넘 귀여워요~~~
넘 귀엽네요~~~^^ ㅋㅋ
학교가 재잘재잘재미나겠어요~~^^
푸하하하~~~!!!멋지다, 윤태, 영호, 인웅!
자~! 너희들은 각목을 잘라라~ 나는 너희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거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