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도신경을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고백함으로써 성사의 은총을 받는다. 성사의 은총은 모든 성사거행에서 미리 앞당겨 맛보는 천국의 온갖 축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은총의 힘으로 하늘의 시민답게 살 수가 있으며, 이 지상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수님처럼 행동할 수도, 순교성인들처럼 목숨을 바칠 수도 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의 영성을 그리스도와 살아있는 일치, 신앙과 생활의 일치라고 선포했다. 평신도 교령 제4항에 의하면 그 영성은 세속적인 실제 생활과 아무 상관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평신도는 일상생활의 현세 임무를 올바로 이행함과 동시에, 그리스도와 이루는 일치와 자기의 삶을 분리시키지 말고,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기에게 맡겨진 사회생활의 책임과 의무를 수행함으로써, 영성체를 통한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일치 안에서 성장하여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앙의 결과인 올바른 생활에 관한 일반적 지침은 가톨릭교회교리서 제3편의 십계명이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계명은 제1-3계명까지이다. 이웃을 향한 사랑, 즉 개인의 가정과 사회공동체 생활에 관한 계명은 제4-10계명까지이다.
십계명 (탈출20,1-17:신명4,13;5,6-21)
일.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이.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삼.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사.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오. 사람을 죽이지 마라. 육. 간음하지 마라. 칠. 도둑질을 하지 마라. 팔.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 구.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 십.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
이웃을 향한 사랑의 계명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은 제4계명이다. 이 계명은 그 뒤에 나오는 제5-10계명과 연관되어있고, 그 계명들을 좌우한다. 제4계명을 올바로 알고 잘 지키는 사람은 그 나머지 계명의 죄들을 짓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계명은 공동체 생활의 규범인 사회교리의 토대가 된다.(가톨릭교회교리서 제2198항 참조)
하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서 가장 눈여겨 볼 계명은 제7계명이다. 하느님보다는 인간을, 인간보다는 재물을 더 귀하게 여기고, 보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가치 실종의 나라요, 돈을 챙길 수 있다면 강도나 살인의 끔직한 일도 저지르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 제3편 제2부 제2장 제7절의 ‘도둑질을 하지 마라’라는 제7계명 안에 교회의 사회교리 내용이 간단히 소개되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제2419-2425항 참조) 이 사회교리는 복잡한 인간과 집단들의 상호 관계를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다시 말하면 사회구조의 틀을 형성하고 집행하는 국가의 모든 법과 제도를 복음의 시각으로 응시하고 분석하고 올바로 판단하는 원리와 빛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간추린 사회교리서는 가톨릭교회교리서의 열매이며, 동시에 우리 신앙의 핵심이요, 중심이요, 원천이요, 정점인 미사성제의 살아야할 신비생활의 원리와 지침서이기도하다.(사랑의 성사, 제91항 참조)
조성학/ 신부, 청주교구 증평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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