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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스타 ‘리오넬 메시’와 뮤지컬 ‘에비타’로 유명한 아르헨티나는 1900년대 무렵만 해도 미국보다 GDP가 높은 세계 5대 경제 부국이었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강압통치에 신음할때인 1913년에 수도 부에노스아레스엔 남미 대륙 최초로 지하철이 개통될 정도로 선진국이었다.
이 당시를 배경으로한 에니메이션 영화가 이탈리아 아동문학작가 에도몬도 데 아미치스의 ‘아멘니노 산맥에서 안데스산맥까지’를 원작으로한 ‘엄마찾아 삼만리’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명의 영화가 제작돼 수많은 관객들의 심금(心琴)을 울렸다.
이탈리아 제노바에 사는 마르코의 엄마는 빚을 갚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돈을 벌러 떠난다. 엄마가 떠난 후 마르코는 엄마를 만날 날만 애타게 기다렸지만, 편지도 점점 뜸해지고 오랜만에 온 편지엔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만 적혀 있었다. 마르코는 엄마를 만나기위해 폭풍우 치는 대서양 바다를 뚫고 긴 항해를 버티며 힘겹게 아르헨티나에 도착해 엄마를 찾아나서지만 온갖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다.
당시엔 이탈리아 여성들이 가정부 일자리라도 잡기위해 아르헨티나라로 갔지만 100여년이 지난 지금 양국의 경제수준은 완전히 역전됐다.이탈리아는 G7(서방선진국 7개국) 멤버지만 아르헨티나는 지난 40년간 8차례나 국가부도를 겪었고 최근 4년간 9번째 디폴트를 경험할 만큼 지독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마르코’의 엄마같은 '필리핀 이모'로 불리는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올 기준 시간당 9860원)을 받게된다. 홍콩등과 비교해 적은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물가가 워낙 높아 이들의 숙소와 생활이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월수입이 주휴수당 포함 150만원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들이 고작 월 150만원 남짓 받기위해 이역만리까지 찾아온 것을 보면 필리핀의 경제사정이 얼마나 낙후됐는지 알수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만 해도 필리핀은 우리나라가 쳐다보기 힘든 아시아 경제대국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GDP가 78달라였을때 필리핀은 584달러였다. 1963년 1월 준공된 국내최초의 실내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을 공짜로 지어준 나라였다.(물론 이견도 있다) 공무원과 교수들이 미국 대신 필리핀에 가서 선진 행정시스템과 학문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동안 국가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필리핀은 부정부패가 난무하는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필리핀은 최대 수출자원이 ‘가정부’라는 말이 나올만큼 수백만명의 여성들이 해외에 나가서 가사도우미를 하며 송금하는 돈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 중엔 고학력자도 많지만 국내에 일자리가 없어 가사도우미를 선택했다.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자를 만나면 결국 국민들만 생고생한다.
악착같이 돈을 벌기위해 가족을 떠나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소재로한 EBS의 ‘글로벌 아빠찾아 삼만리’를 보다보면 수년만에 가족상봉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하고 먹먹하다. '3D'업종에서 일하는 이들은 '일벌레'처럼 버는 돈의 대부분을 고국의 가족에게 송금한다.
국내에 도착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대체로 한국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인종차별’이라고 한다.이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엄마이자 아내이자 딸이다. 차별하고 무시한다면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선진국의 품격은 경제수준이 아니라 외국근로자를 위한 배려와 포용이다.
출처 / 박상준 인사이트<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