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12/20도,새벽 비 조금후 갬,1~2ms,미세먼지 약간.
기록:4:04:40 (1334번) 240/405위,풀 157회
(구간기록)
05k 27:06/0:27:06(5:25) 10k 26:45/0:53:51(5:21)
15k 26:38/1:20:29(5:20) 20k 28:15/1:48:44(5:39)
25.2k 30:00/2:18:44(5:48) 30.2k 28:47/2:47:31(5:45)
35.2k 29:22/3:16:53(5:52) F 47:47/4:04:40(6:44)
00~05K 구간
옅은 안개가 낀 섬진강 송림공원에서 출발하는 이대회는 어젯 밤
내린 비로 주로도 더욱 깨끗하게 보이고 공기도 신선하다.짙은 황사에
바람도 3~4ms를 예보한 어제의 일기예보를 무색하게 만든다.
오늘은 대회기록 목표는 3시간52분으로 잡고 동마에서 3시간40분 대
목표의 교두보를 마련코자 한다.출발하자마자 나타나는 첫 언덕구간도
있고 워밍업을 위하여 1구간은 29분으로 잡았으나 속도조절이 안된다.
초반에서 1분 오버는 후반에서 10분이 늦어지는 나의 징크스가 순간
떠 올랐지만 마음 뿐이고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05~10K 구간
신월리에서 부터 그림같은 섬진강의 풍경을 조망하는 신아리까지는 고저도
상으로는 평탄하지만 7K 지점에서 다시 작은 언덕이 나오고 후에 안 일이지만
풀 반환점까지 거의 완만한 내리막이라고 한다.그러한 이유로 몸따로 마음
따로의 페이스가 그대로 이어진다.30K 구간부터 개고생이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하고~
15~20K 구간
하동화력이 지척에 보이는 갈사리까지 구간에서 17.3~17.8K 지점에 세번째
언덕이 나타나는데 생각보다 가파르다.
그러나 가파리주민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신명나는 농악대 풍악으로 어려움이 없고
체력도 여유가 있다.
20~25K 구간
하프 반환점을 도는데 예상치 못하게 윤고문과 조우한다.어제까지 연이은 과음과
몸살감기로 몸까지 휘청거린다면서도 여기서 만나리라고 생각을 못한 의외의
상황이다.같이 동반주를 하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순간 갈등한다.
지킬 앤 하이드냐,골룸 앤 수미골이냐의 고민에서 결국은 내 속에
깊히 감추어져 있던 악마가 승리한다.상대방의 불행이 내게는 기회인 것이다.
아직 한번도 추월해 보지 못한 윤고문을 한번은 추월해 볼 수있는 절호의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이라고 "야호"하면서 동시에 "비겁한 놈"이라고 읖조린다.
결국 배신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은 어쩔 수 없었는지 갑자기 뚝 떨어진
6분 페이스로 이구간을 통과한다.괜히 스스호 얼굴이 붉어진다.
25~30K 구간.
전 구간에서의 심리적 부담감이 점점 옅어지면서 제 페이스를 회복한다.
원래의 계획은 여기서 부터 5분20초 페이스로 뛰어서 훈반 가속형의 내
주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계획이었으나 전구간에서의 순간 페이스 저하를
초반의 오버페이스로 충분히 벌어 놓았기 때문에 전체구간의 운영계획 상
차질은 없다.
30~35K 구간
이러면 안 돼는데~점점 페이스가 흐트러 지고 정신적으로 극복하려고 해도
페이스 다운을 막을 수가 없다.이럴리가 없는데~나는 후반 가속주자인데~
라고 아무리 되 뇌어도 다리는 점점 무거워 진다.나중에 알고보니 끝없이
이어지는 낮은 오르막 경사가 저절로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
구간기록 5분52초 페이스로 겨우 통과.
35~피니시 구간
37~38.5K의 마지막 언덕구간은 이제 내게는 심장파열같이 부담감 X100배로
작용한다.지금까지 대회에서 한번도 걸은 적이 없다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뛰는 척은 하지만 언덕 위까지는 까막득하게 느껴지고 그러면 그렇 수록
내 페이스는 굼벵이 수준이다.어찌어찌하여 겨우 언덕구간을 벗어 났지만
이제는 무릅조차 올라가지 않는다.40K Km당 7분10초가 걸렸다.
순간 뒤에서"정고문님 대단 하십니다"라는 멘트가 들린다.귀를 의심하고 눈을
의심하여 재차 보아도 윤고문이다.아까 추월했던 몹쓸 순간이 떠 오르면서 쪽
팔리고 미안한 마음에 온몸에 똥 바가지 뒤 집어 쓴 꼴이지만 그런 마음이
순간이고 가증스럽게도 반갑기 그지없다.이리하여~수호천사님 덕분에~
윤고문의 페이스리드로 다시 나머지 2km 구간을 6분 페이스로 통과한다.
(에피소드)
새벽 4시20분에 온다는 대회셔틀버스를 신갈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좌로부터 노순호님,박종무님 그리고 윤고문과 나.4명이 오늘 함께 할 분이다.
노순호님은 이런저런 바쁜 일로 6개월만에,박종무님은 부상으로 거의 1년간
은둔생활 끝에 재기전이고 윤고문은 거의 며칠간 연속으로 술을 마시면서
마라톤에 대한 모르모트 실험 중이라는 어마 무시한 분들과 같이 서 있다.
세월은 무상하고 덧없이 흘러 간다고 하지만 이 세상의 어느 것도 흔적없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기억은 조금씩 사라질지 몰라도 추억은 내 몸 구석구석에
켜켜히 아름답게 쌓여만 간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 이순간을 마주하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다.
대회 출발장소인 송림공원의 아침.
그동안 잘 계셨나요? 나도 잘 있었어요!
소나무는 우리에게 언제나 친근,포근함으로 다가온다.
하물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서 마져도 위안으로 마주한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남도에서 맞이하는 첫 마라톤의 설레임을 봄의 강안개가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영호남의 화합을 다지는 MBC 섬진강 꽃길마라톤은 광양과 하동에서 번갈아 열린다.
올해는 하동에서 개최한다.영호남의 지역갈등은 오래전에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서
발단되어 뿌리를 내린 것이다.정치가 문제다.민초들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잘 산다.
제발 들 쑤시지만 말아다오.선거철에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
농악 풍물패의 신나는 장단으로 대회를 알리고~
엄정화급의 고음으로 "티어스"등 몇곡을 부르더니~
늘씬한 미모,가창력과 연주실력 어느 것 하나도 흠 잡을 데 없는 아이돌이
식전행사를 마무리하고 장황한 정치인사들의 모습은 자동삭제하고 패스.
그동안 아직 걷히지 않은 안개가 강주변을 수묵화로 물들인다.
작년 중마에서 페이스메이커로 풀코스 400회를 마친 정미영님과 한컷.
제주 연속 4년 4풀등 마스터스로 많은 기록을 갖고있다.
아주 오래 전에 왕자웨이 감독의 "아비정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 아비가 어느날 무역체육관 매점에서 표를 파는 친구에게 찾아가
1분 동안만 함께 시계를 봐 줄 수 없느냐고 부탁한다.
1분 동안 함께 시계를 본 아비가 말한다.
"우리 둘 만의 소중했던, 이 1분을 지울 수가 없어"
그 친구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독백한다.
"그는 이 1분을 잊었겠지만 나는 그를 잊을 수 없었다"고.
하물며 우리는 오늘 4~5시간을 같은 곳을 바라 보면서 함께 한다.
영화의 대사는 때로 소설보다 더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오늘 섬진강 마라톤은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 출발선의 맨 앞 자리에 서본다.
맨 앞에 서보니 엘리트 주자같은 비장함이 감돈다.
소나무도 힘찬 출발과 완주를 기원하면서 포옹하듯 감싸 안는다.
정다운 3월아,어서 들어오렴
빨리 달려 오느라
얼마나 숨이 차겠니?
/에밀리 디킨슨
누이야 날이 저문다
저물을 따라가며
소리없이 저물어 가는 강물을 보아라
풀꽃 한송이가 쓸쓸히 웃으며
배고픈 마음을 기대오리라
그러면 다정히 내려다 보며,
오 너는 눈이 젖어 있구나
누이야 날이 저문다/ 섬진강시인 김용택
첫 언덕구간
카메라를 들이 대니까 뛰다가 어정대지 말고 빨리 뛰라고 하신다.
갈사리 언덕구간.
대규모 응원이 다채롭다.
하동화력 인근의 하프 반환점.
이대회는 주로의 교통통제나 거리표시,주민들의 호응도등에서 만족한 대회였으나
대회후 나누어 주는 간식이나 비빔밥의 나물같은 재료가 일찍 떨어진 것이 아쉬움이다.
그래도 부족한 가운데 하동군 부녀회장(빨간옷)을 비롯한 자봉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모든 부족함을 메꾸는 훈훈한 인정이 돋 보였다.
손수 비벼주고 막걸리 가져다 따라주고~황송.
(끝)
첫댓글 나의 고향 하동에서 마라톤 하셨네요.년초부터 활약이 대단하십니다.
노선배님 고향이 하동이라고라?
저는 하동 정씨입니다.아직도 하동에는 정씨 집성촌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