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酬酌)은 원래 좋은 뜻이었다

[智月常現]

"수작"(酬酌)은 원래 좋은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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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나를 속이려 하는 사람에게 '수작질 하지마라!' 라는 말을 쓴다.
여기서 수작은 좋은 뜻이 아님은 물론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수작은 원래 좋은 뜻 이었다.
그 유래를 한번 보면 참 재미가 있고 이렇게 좋은 말일 수 없다.


멀리서 오랜 벗이 찾아왔다.
오랜동안 그리워 보고싶어했던 친구다.
얼마나 그리웠던 친구였으랴....
두 친구가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부터 권한다.



" 이사람아~!
먼길 마다않고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군~!
내 술 한잔 받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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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친구야!
반갑게 맞아주니 내가 고맙네.
그 동안 어떻게 잘 지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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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이 오가며
잔을 주고 받는 것을 酬酌(수작)이라고 하였다. 이 얼마나 좋은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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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을 하며 나온 말들이 더 있다.
옛날 술병은 모두 도자기 병이다.
도자기 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병을 조심히 기울여 이정도 힘을 가하면....' 이라는 생각과 함께 행동을 조심하여 천천히 술을 따른다.

이것이 斟酌(짐작)이다.
어림짐작이라는 말이 예서 나온 것이다.
斟(술따를 짐)은 본래의 뜻 술따를 외에 '주저하다' '머뭇거리다'는 뜻이 있는것이다.
도자기에 담긴 술의양을 짐작하여 넘치지 않도록 따르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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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할 때에는 우선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酌定(작정)이다.
'작정'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에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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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게 되면 잔은 넘치게 된다.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하대하며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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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오랜만에 찾아온 벗이라 해도
원래 술을 많이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것을 안다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하지 못한다.


내 잔에는 가득 받고, 술을 잘 못하는 벗에게는 절반만 따라주거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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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을 參酌(참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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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형사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형량을 정할 때
'정상 참작(精狀 參酌)하여 작량 감경(酌量 減輕)한다' 라는 말을 쓰는 것도
술을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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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에도 여러 의미가 있음을 알고 난 후 마시면 그 맛이 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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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의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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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장터 주막집 마루에 장정 서넛이 걸터앉아 술잔을 돌리고 있다.
한잔씩 나눈 뒤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 잔 할랑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 때 주모가 "허튼 수작말고 술이나 마시고 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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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은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것이니 '친해보자'는 뜻이고, 주모의 말은 '친한 척 마라. 별 볼일 없는 너 하고 친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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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잔 기울이는 속에서 이렇게 많은 말들이 나와 현시대에도 아주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술 문화는 우리네 삶에서 빠질래야 빠질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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