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영화> 킹덤 오브 헤븐
종교는 과연 무엇이고, 전쟁은 그 가치가 있나?
대규모 전투 등 화려한 볼거리에
진정한 사랑과 평화 묻는 심원한 철학적 테마까지 담아
반복되는 종교적 갈등 현실에 관용·중립 등 미덕의 필요성 전해
▶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2005
감독: 리들리 스콧/출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엄 니슨, 가산 마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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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소재 …종교에 대한 성찰 보여줘
신의 이름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포연이 자욱하다. 종교가 평화와 공존을 가치로 삼는 게 일반적임에도 여전히 다툼은 멈추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는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신의 이름으로 벌이는 전쟁은 종교를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지키는 것인가?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은 십자군을 소재로 한 영화다. 여느 십자군 소재의 영화와 달리 선과 악, 흑과 백이라는 절대적인 관점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는 상대적 관점에서 종교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영화다.
때는 2차 십자군 전쟁 이후 3차 십자군 전쟁 이전인 1186년.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은 전쟁으로 아들이 죽은 데 이어 상심한 아내가 자살해 가족을 모두 잃는다. 자살은 죄악이라는 종교적 믿음 때문에 아내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데 이블린의 영주 고프리(리엄 니슨)가 갑자기 찾아온다. 그의 정체는 바로 발리안의 아버지. 고프리는 발리안에게서 전사의 재능을 발견하고 여러 가지 검술과 전술 등을 가르친다. 발리안은 뛰어난 검술로 국왕의 신임을 한몸에 받게 되고, 왕의 동생인 공주 실비아(에바 그린)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실비아는 교회 기사단의 우두머리와 정략결혼한 상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발리안은 킹덤 오브 헤븐, 바로 예루살렘 왕국과 사랑하는 실비아 공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최후의 전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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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감독, 1억4000만 달러 제작비 투입
‘킹덤 오브 헤븐’은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등을 만든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다. 스콧 감독은 자신의 작품 ‘블랙 호크 다운’에서는 감정을 배제하고 전투에 초점을 맞췄지만, ‘킹덤 오브 헤븐’에서는 발리안의 눈과 마음을 통해 거대한 역사적 사실과 그 속에서 찾아낸 메시지를 묵직하게 건넨다.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5개 부문을 석권한 그의 걸작 ‘글래디에이터’의 마법이 제작비 1억4000만 달러의 ‘킹덤 오브 헤븐’에서 되살아난다.
‘킹덤 오브 헤븐’의 웅장한 마력은 이슬람 군주 살라딘(가산 마수드)과 발리안이 막판에 30분 넘게 벌이는 공성전에서 잘 보여진다. 컴퓨터 그래픽 사용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군중 신에 모두 실제 사람을 투입했다. 공성전은 거대한 세트와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됐다. 이슬람군의 거대한 망루가 밧줄에 묶여 쓰러지는 장면도 실사로 촬영했다. 각각의 인물들이 마치 진짜 전장의 한복판에서 필사의 몸부림을 치듯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면서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영화의 핵심 무대인 예루살렘을 디자인하기 위해 미술팀은 실제 건물을 토대로 도시와 성벽 모형을 만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제작자와 감독들이 십자군 전쟁의 영화화를 꿈꿨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 스케일과 세부까지 리얼하게 담아낸 대규모 전투 신, 여기에 화면을 압도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가슴을 적시는 사랑,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묻는 심원한 테마까지 담아냈다. 스콧 감독은 그전에 제작한 영화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등장인물 개개인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에도 집중했다.
킹덤 오브 헤븐은 종교에서 생겨난 전쟁이 아닌 종교를 통해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끊임없는 전쟁에 대해 세밀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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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전쟁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킹덤 오브 헤븐’은 오락적인 재미와 화려한 볼거리를 갖춘 전쟁 스펙터클을 통해 풀리지 않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종교는 과연 무엇인지, 종교 전쟁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다. 예루살렘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발리안과 살라딘. 발리안은 살라딘에게 묻는다. ‘예루살렘은 어떤 곳이죠?’ 살라딘은 대답한다. ‘아무것도 아니지. 혹은 모든 것이기도 하고.’ 영화는 마지막에 모든 것을 털고 사랑하는 사람과 고향에 돌아온 발리안과 예루살렘 탈환을 위해 다시 전쟁을 시작하는 사자왕 리처드를 대비시키면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1000년 남짓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종교적 갈등으로 신음하는 지구촌의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영화는 침입에 대한 처절한 복수가 필요하지만 상대에 대한 관용·중립·타협 등의 미덕도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고규대 영화평론가>
추억의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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