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시간 쯤을 잤는데도 지난 밤이 가을답지 않게 추웠던 탓인지 몸이 개운하지 않은 채로 아침을 먹었는데 딸에게서 아이를 봐달라는 연락이 왔단다.
오늘은 203호의 화장실을 전반적으로 수리하고 청소까지 다시 해 볼 요량으로 늦잠조차 참은 판국에 웬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당가?
한 마디로 거절하고 2층에 가 세면기를 살피고 플래시를 가지러 마당의 자동차로 내려가 있을 때 할매로 부터 다시 호출이 왔기에 받아 보니 아기 보러 가게 딸네 집까지 데려다 달랜다. 할매가 외국에 가 있는 내내 저나 오는 데가 없어 좋았는데.. 얼떨결에 달려가 한 시간이 넘도록 아이랑 놀아주었다.
집안에서 아이랑 놀아주려면 재미보다는 피로감이 더한 느낌이다. 아이를 간신히 달래 점심도 먹지 않고 돌아와 작업에 착수..
욕실 바닥에 드러누워 녹슨 너트와 볼트를 풀거나 깨부수며 간신히 작업을 마치고 나니 이음새가 풀어진 싱크대 물이 새는 등 부수적인 일들이 많아 철물점을 세 차례나 오가면서 수리를 마친 후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라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떼웠다.
지난 1월부터 석 달간 단기 체류했던 내외가 얼마나 험하게 사용했던지 아직도 하수관에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차 있는 듯하여 긁어내보려 해봤으나 소도구에는 잡히지가 않고 수동식 코일로도 뚫어지지가 않았고 항시 막히는 건 아니기에 다음 번 하수구 뚫을 때 욕실과 싱크대 사이를 손보기로 미뤄두고 샤워 후 옷을 몽땅 갈아 입고 딸네 집으로 가니 네 시를 훤씬 넘긴 시각이다.
아이의 옷을 단단하게 입혀 운동장으로...
15℃를 밑도는 쌀쌀한 날이지만 공기가 맑아선지 놀이터로 아이들이 많이 나왔다. 쉽게 낯선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손자를 흐뭇한 맘으로 지켜보며 가끔 미끄럼틀을 거슬러 오르는 손자의 엉덩이를 밀어주기도 하고 공룡놀이나 숨바꼭질을 하면서 모처럼 아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콧물을 흘리고 가끔은 기침도 하던 아이가 운동장에 나와 뛰놀면서는 기침이 전혀 없고 콧물도 흘리지 않는게 신통하다. 17:22.
베드로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매할 수벼를 싣고 이제 출발한단다. 쌀값이 엉망이니 만큼 모두 합격하기를...! 이래저래 바쁜 가운데 미진했던 일이 차질없이 진행돼서 다행이다. 기온이 급강하하는 듯 쌀쌀함이 더해지면서
바쁘게 귀가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배고프다는 아이와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다이소로 달려가 과자를 골랐다. 빼빼로로 입이 줄거운 아이를 태우고 귀가하니 여섯 시가 넘었다. 오늘도 출근했던 사위가 일찌감치(?) 귀가했기에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겨울옷까지 꺼내어 번갈아 입어얄 만큼 쌀쌀한 날이지만 완벽하진 않으나마 미진한 일을 마치고 하루를 즐겁게 지냈다.
주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