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가던 습관이 있는지라 저뿐 아니라 아이들 모두 나가자고 성화! 어제 하루 쉬었더니 더이상 못 참겠다는 듯 졸라대고. 오전에 그야말로 억수같이 퍼부었던 눈발이 좀 잠잠해진다 싶어 눈길도 걸어볼 겸 죄다 몰고 나가보니 제주도는 참 좋은 게 눈이 그렇게 퍼부었는데도 도로는 말짱하다는 사실! 기온이 늘 영상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목표는 신천목장 뒷 올레길이 멋질 것 같아 그리로 잡았는데 가는 길에 다시 퍼부어대는 눈발. 어찌나 눈발이 험하고 강렬한지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중도에 내려 조금 걸어보았는데, 이건 경험차원에서 잠깐은 가능하겠지만 길게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도로는 말짱하니 걷지는 못해도 드라이브는 가능할 것 같아 눈구경도 여기저기 다녔는데 가보지 않은 도로가 있어 거기로 들어선 순간, 바다 위에 제법 긴 다리가 있네요.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다니! 다음에 날좋은 날 만보코스 중 하나로 점찍어놓고 왔습니다.
집에로 돌아오는 길, 아스팔트 도로는 눈이 바로 녹아버려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지만 집으로 진입하기 위한 작은 길은 누구 하나 지나간 흔적 하나없이 눈쌓인 그대로 입니다. 아주 조심조심 운전해서 왔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않고 남이 가지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참 모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그렇듯 지나는 길에 수산한못 풍경 한 컷 기록을 남기며 집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눈발이 몰아치네요. 덕분에 완이는 이제 어쩔 수 없이 밟아댄 눈바닥에 좀 적응을 하는 듯 합니다.
세탁기에 연결된 상수관이 얼어버렸는지 빨래도 안되고, 뜨거운 물로 수차례 수도관에 퍼부어도 별 진전도 없는데 정말 눈발은 무서울 정도로 몰아칩니다.
며칠 전까지 또다른 독채에서 2주를 지내다 간 가족들이 초기에 요구하는대로 다 들어주었더니 고맙다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간 것 중에 하나가 커다란 무 몇 개. 제주도 무농사는 유명한데 다 수확하고 난 무밭에 미처 수거하지 못한 무들이 지천이라고 하면 꽤 많이 거두어 가지고 온 모양입니다.
매운탕에 넣고, 고등어조림도 하고, 무생채도 해보고, 그래도 남아도는 무를 위해 치킨무를 만들었습니다. 완이가 정말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치킨무 한통 만들어놓으면 태균이가 1/4쯤 먹고 나머지는 완이가 다 해치웁니다.
치킨무 써는데 정말 무가 어찌나 크고 실한지 단단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큰 무를 썰다가 한순간 칼이 무에서 튕겨져 나오면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깊게 배고 말았습니다. 왼손잡이라 오른손으로 무를 잡고있다가 장렬하게 배었던 것입니다. 철철 흐르는 피! 급한대로 수건으로 지혈하다가 반창고로 감고 고무장갑끼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맛없기만 해봐라...
반창고를 물들인 피를 보며 생각보다 아프지않으니 다행입니다.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혹시라도 완이녀석 철들거들랑 청구해야 되겠습니다. 그런 날이 오려나요? ㅎㅎ
첫댓글 와~~깊게 베면 오래 가는데~~이 겨울에 성가시겠네요.
여기도 비슷한 날씨였습니다.🍒‼️
헉… 손가락.. ㅠㅠ
지금은 괜찮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