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존중감을 기르는 인성교육 - 최관경(교육철학 )
1. 자아존중감의 중요성
자아존중감(self-esteem)은 한 개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이며 그 개인이 자신에 대해서 갖는 판단력이다(송인섭, 1995).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인정받고 존중되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삶은 무엇보다 가치롭다. 우리 자신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존중할 때 비로소 자신의 중요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느끼게 된다. 자아존중감은 ① 소속감(sense of belongingness) ② 능력감(competent feeling) ③ 가치감(worthwhile feeling)이 발달된 결과이다(Felker, 1996). 자아존중감은 양면성이 있는데,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을 가질 때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며 생산적이고 자신이 하는 일에 적극적 태도로 살아가는 삶의 주인공이 되는 반면에, 부정적인 자아존중감을 가질 때 비생산적이고 부적응하는 삶을 영위하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삶을 누릴 수 없게된다.
자아존중감의 중요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먼저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의 특성(송인섭, 1995)을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경험에 대해 개방적이다. 따라서 모든 감정과 태도를 자유로이 경험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근성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성격의 어떤 면도 차단하지 않는다.
둘째,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현실에 대한 실존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모든 경험은 이전의 경험과는 상관없이 항상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모든 경험을 기분좋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아는 끊임없이 모든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새롭게 된다.
셋째,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갖는다. 즉 어떤 행동이 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껴질 때 그 행동은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넷째,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선택과 행동에 많은 자유를 누린다. 이런 사람은 삶에 대한 자신의 주도권을 즐기며, 미래는 과거의 사건이나 변화무쌍한 환경변화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믿는다.
다섯째,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창조적인 사고를 한다. 이들은 사회적 요구에 순응하거나 수동적인 적응을 피하는 대신 새로운 자극과 도전을 추구하는 삶을 즐기며 창조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학교의 최우선적인 도덕적 사명은 자신에 대한 존중, 타인에 대한 존중, 환경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는 일이다(Thomas Lickona, 1991). 존중은 사람이나 사물이 지닌 고귀한 가치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이것은 3가지 주요 형식을 취하는데 ① 자신에 대한 존중 ② 타인에 대한 존중 ③ 모든 생명과 환경에 대한 존중이다.
첫째, 자신에 대한 존중은 우리 자신의 생명과 몸을 본래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대우할 것을 요구한다. 마약이나 알코올중독과 같은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기피하는 것을 바로 이 근거 때문이다.
둘째, 타인에 대한 존중은 모든 사람을 우리 자신과 똑같이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 존재로 대우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제생명과 환경에 대한 존중은 동물에게 잔혹한 행동을 금하게 하며 모든 생명체가 의존하는 생태계인 자연환경에 대해 늘 주의 깊게 대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타인에 대한 존중, 모든 생명과 환경에 대한 존중의 뿌리요 원천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존중감은 이들로부터 도출된다. 예컨대 권위에 대한 존중은 정당한 권위의 소유자는 타인을 보살핌으로써 그 신임을 얻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온다. 질서에 대한 존중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권위나 질서를 존중하지 않을 때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기본 예절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 존중에서 생겨난다. 이처럼 '존중'의 가치는 아주 사소한 일상생활에까지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갈망해 온 민주주의의 기초원리가 된다. 왜냐하면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게 하는 헌법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타인존중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자아존중감은 타인존중과 자연존중의 모태일 뿐만 아니라 권위존중과 질서존중의 뿌리이다. 즉 자아존중감은 타인존중과 이웃존중, 권위존중과 질서존중, 생명존중과 환경존중의 탯줄이요 젖줄이다.
끝으로 긍정적 자아존중감이 창조적 소망을 낳고 창조적 인생을 낳는 반면 부정적 자아존중감이 파괴적 소망을 낳고 파괴적 인생을 낳는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에서 '희망, 원망, 꿈, 이상, 목표, 비전, 기도' 등과 같은 말로 함께 쓰이는 '소망'이라는 말은, 마치 언제 들어도 항상 우리를 즐겁게 하는 둘도 없는 친한 친구의 이름처럼 우리를 늘 신나게 하고 마냥 들뜨게 해 준다. 사랑을 하면 살맛이 나듯이 소망을 가진 자는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결코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않는다.
소망이 있는 삶은 아름다운 미래와 단단히 연결된 현재, 즉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현재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마음의 평화 속에 더욱 의미 있고, 살맛 나는 생활이 이루어진다(최관경, 1992). 반면에 소망이 없는 삶은 무의미한 삶을 가져온다. 무의미한 삶은 친자녀가 없는 노부부처럼 연쇄적으로 허무주의를 낳고, 절망을 낳고, 심지어 자포자기의 자살을 낳게 된다.
2. 자아존중감을 기르는 교육의 실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자아개념의 한 측면은 자아개념이 학습된다(Felker, 1996)는 것이다. 천부적인 지적 호기심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으며 관찰과 모방을 통해 학습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강화와 모방에 의한 자아존중감 형성의 학습이 가능한 것이다. 중요하고 의미있는 타인이요 모델 퍼슨(model person)으로서의 교사는 어린이의 자아존중감을 형성하는 소속감·능력감·가치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어린이의 자아존중감 발달은 교사의 일차적인 관심사이다.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자아존중감을 기르는 교육의 구체적 방법을 살펴보면,
첫째 교사 자신이 먼저 새 아동관을 내면화 할 것,
둘째 모든 어린이를 한결같이 소중히 대할 것,
셋째 의미있는 수업을 진행할 것,
넷째 모든 어린이들에게 매일 한번이상 인정감과 스트로크(stroke)를 줄 것,
다섯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를 것,
여섯째 자아개념의 5대 고양법;
① 교사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칭찬할 것
② 어린이가 자신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도록 도울 것
③ 어린이가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도록 가르칠 것
④ 어린이가 자신을 칭찬하도록 가르칠 것
⑤ 어린이가 남을 칭찬하도록 가르칠 것)을 실천할 것(Felker, 1996) 등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유능하다고 생각할 권리가 있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힘든 일을 함으로써 장점이 더 돋보이고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러한 사람은 그러한 능력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자아존중감이 높다는 것과 자만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만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의견만이 매우 가치가 있고,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 위에 놓으며 자신의 장점에 대해 허풍 떠는 사람이다(김기현 외, 1998).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어떻게 자아존중감을 높일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집중적으로 바꿔야 할 것은 부정적인 사고를 불러 일으키는 부정적인 자아의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서 자아존중감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송인섭, 1995).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자신의 생각하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고 갈파했던 제임스가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역설한 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아존중감을 높이려면 의식의 변화가 급선무이다. '나는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잘 할 수 없게 된다.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할 수 없다'는 단어를 없애버리기로 마음먹는다면, 마침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직까지 하는 방법을 잘 몰랐을 뿐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도록 한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편 내가 만일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그만!'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자신을 격려하는 말을 한다. 이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보다 더 긍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보다 더 긍정적일수록, 자신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보다 더 자랑스럽게 느낄수록 나의 자아존중감은 높아진다. 이처럼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것은 자신의 심리적 환경을 정복해 나가는 길잡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자아존중감을 기르는 인성교육은 결국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인간교육인 것이다. 따라서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인성교육의 3대 과제를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긍정적 자아개념 형성하기
학생들이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는 일은 건전한 인성과 도덕적 인격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자아개념이란 일반적으로 개인이 자신에 대해 가지는 지각, 관념 및 태도의 독특한 체계라고 정의된다(Felker, 1996). 자아개념은 인간의 생활에 있어 역동적 순환적 힘을 가지며 다양한 상황에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인성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술한 바와 같이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면 가질수록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문제를 극복해 나간다. 반면에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갖게 되면 매사에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문제를 회피하거나 쉽게 좌절하여 부적응적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좌절과 방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마침내는 자포자기를 하게되고 이것이 결국은 반사회적 일탈과 범죄행위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건전한 인성을 형성하고자 할 때 우리는 먼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도록 하는 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말하자면 학생들이 자기를 가치있는 존재라고 믿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적극적으로 자기를 발전시켜 가도록 이끌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직과 성실과 같은 덕목이 요청된다. 이렇듯 학생들의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는 일은 보통 자기자신을 바르게 이해하게 하는 일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을 갖도록 하는 일 등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윤리적 자아 키우기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갖게 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 모두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성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자신을 존중하고 바로 세우는 일은 궁극적으로는 윤리적 자아를 확립하는 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윤리적 자아를 확립하는 일은 자신의 소망과 능력과 의무가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바로 세우는 것(엄정식, 1986)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자신의 도덕적 의무가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생활속에서 제대로 구현하는 일, 즉 도덕적으로 자신이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되는지를 알고 이를 실천하는 일이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의 핵심이 된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건전한 인성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게 하는 일은 물론 이를 넘어,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바른 존재로 세우려는 자세를 또한 길러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듯 학생들로 하여금 윤리적 자아를 확립하게 하는 일은 대체로 다음 두가지, 즉 자신을 도덕적으로 바르게 갈고 닦는 일과 도덕적 이상을 갖는 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을 도덕적으로 바르게 갈고 닦아 세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본 생활습관을 바로 들이게 하고, 자주성과 근면성, 성실성, 그리고 정직성을 갖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자기관리와 자기계발 능력 기르기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감정과 욕망을 억제하고, 편견이나 선전에 쉽게 넘어가지 않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관심분야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은 좋은 인성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측면이다. 학생들의 건전한 인성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펴 본 자신을 존중하고 바로 세우도록 하는 일 외에, 자신을 잘 관리하고 계발하도록 이끄는 일이 또한 필요하다. 사람이 비록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고 자주적이며 근면 성실한 자세를 갖는 등, 개인을 바로 세우는 일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 도덕적인 태도가 형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시시각각으로 부딪치는 구체적인 현실 상황 속에서 자신을 바르게 다스려 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또 다른 성향과 능력이 길러지지 않으면 안되는 바, 여기에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자기관리 능력인 것이다. 자기관리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인내, 절제, 근검, 끈기, 집중과 같은 덕목이 강조된다.
또한 사람이 자신을 적절히 관리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자기를 계발해 내고 자신을 실현하는 일게 귀결될 때 그 온전한 의미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자기관리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자기 계발과 자기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건전한 인성을 형성하기 위해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자신을 도덕적으로 바로 세우도록 하는 동시에, 나아가 그들이 자기관리력을 키우고 자기 계발을 위해 정진하도록 잘 이끌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곽병선 외, 19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