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신랑 추억
언젠가도 슬쩍 얘기는 했다마는, 선을 본 지 일주일 만에 약혼하고, 약혼한 지 다시 일주일 만에 혼인을 한 까닭은 오로지 집안 당숙의 사주와 택일에서 비롯한 것인데, 그래도 그렇지, 하필이면 겨울 방학이 끝난, 그러니까 월요일의 개학식 날이 바로 그 좋다는 혼인 택일이라, 초임 교사였던 나는 당연히 교장 선생님의 대단한 격노를 사서, 직장 동료 하객은 물론 아무도 없었으니 참 쓸쓸한 노릇이었지 뭔가, 처가 조모께서 앞을 보지 못하시는 연유로 그 근처 예식장에서 술 깨지 않은 결혼식을 마친 나는 고향 집에 와서 폐백을 받았는데, 그날 동네 친구들과 밤늦도록 우리 집 안방에서 술상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던 끝에, 취해 쓰러진 일행들을 두고 윗마을 동무 따라 그 집에 마실을 갔을 때, 내 평생에 첫날 밤에 마실 나오는 놈은 네 녀석으로 처음 봤다는 그 어머님의 꾸지람 속에, 시인 박인환이 작고하기 전에 좋이 마셨다는 조니 무슨 양주를 마시고 드디어 취해 돌아오니, 신부는 벽을 보고 누웠는데, 잠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는 중에, 어찌 하지도 못해보고 무정하게 새벽닭이 우는지라, 생 소박을 맞은 새색시는 그래도 부엌으로 나가 아침을 도왔든가 어쨌든가, 동네 아주머니들이 새벽부터 분주한 가운데 혼인 이튿날이 되었으니, 이날은 친척 폐백이라 하루종일 취중 신방인 연유로 그날도 또 어쩌지 못하고, 다음 날엔 처가에 인사를 올리러 갔으니, 이래저래 사흘 만에 신혼여행을 떠나긴 떠났더라마는, 오늘 쌍둥이 손주들의 한복 맨드리가 하도 예뻐서 이 추억을 한잔 끝에 풀어보긴 했으나, 그 이후의 얘기는 조금 더 마시고 다음에 하련다.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