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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문학(시)
김기홍 지음|푸른사상 시선 125|128×205×11 mm|186쪽|9,500원
ISBN 979-11-308-1675-3 03810 | 2020.6.15
■ 도서 소개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노동자의 애환
김기홍 시인의 유고시집 『뼈의 노래』가 <푸른사상 시선 125>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노동 현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1980년대 이후의 한국 노동시를 확장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시집에서 시인은 거대한 신자유주의의 횡포에 맞서는 노동자의 절망과 애환을 노래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폭력에 쓰러지지 않고 일어서려는 시인의 의지는 노동자는 물론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기에 깊은 감동과 연대의 힘을 준다. 김기홍 시인의 영전에 바치는 동료 시인들의 추모시도 실렸다.
■ 시인 소개
김기홍(金祈虹)
1957년 전남 순천시 주암면 구산리 금곡마을에서 태어났다. 주암초등학교, 주암중학교를 졸업한 뒤 순천농림전문학교(현 순천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승주문학회, 사계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1984년 『실천문학』에 시 「강선을 풀며」 외 4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해방시 동인, 순천 놀이패인 두엄자리, 주암문화연구회, 일과시 동인으로도 활동했다.
『월간 음악』 기자를 거쳐 임진강 파평교, 주암댐, 상사 조절지댐, 창원·진해·진주 아파트 공사 등 현장에서 일했다.
시집으로 『공친 날』 『슬픈 희망』이 있다. 1984년 농민신문사 주최 제1회 농민문학상을 수상했다. 2019년 7월 26일 타계했다.
■ 목차
■ 화보
■ 여는 시
제1부
민들레 찬가 1 / 저 들에 눈 내리고 / 강물 2 / 연초록 아이 / 꿈의 찬가 / 산을 오른다 / 벗 / 꿈에 만난 구산스님 / 봄이 온다 봄이 간다 / 숲에서 보낸 편지 1 ― 히어리 / 숲에서 보낸 편지 2 ― 숲속의 나무 / 숲에서 보낸 편지 3 / 숲에서 보낸 편지 5 / 숲에서 보낸 편지 6 / 숲에서 보낸 편지 7― 가을 단풍나무 / 숲에서 보낸 편지 ― 고로쇠단풍나무 / 숲에서 보낸 편지 ― 어머니
제2부
아빠 땀수건 / 일터에서 보낸 편지 1 / 꽃바다 / 눈보라 / 폭설 / 먼 하늘 향하여 / 유쾌한 일당 오천 원 / 철근 길들이기 / 버려진 우산 / 행렬 /뼈의 노래 ― 축하주 / 뼈의 노래 ― 뼈가 뼈에게 / 뼈의 노래 ― 눈 / 중심 / 철근쟁이 주머니 / 벌레들의 합창 / 이상한 쇠나무 85호 / 몸값 / 불통/ 산을 보았다고 산을 안다 말하지 마라
제3부
고개에 앉아서 / 거울 속의 주인 / 조각배 / 나를 버릴 때 / 발효 / 무릎을 펴며 / 대파를 다듬으며 / 구멍 난 배춧잎 / 마늘 상처 / 냉장고 / 삶의 헛수고 / 세월 / 스승
제4부
바위 위에 씨앗을 심는다 / 그곳에 가면 / 희망의 꽃 자유의 꽃 ― 박관현 열사를 추모하며 / 벼랑 끝의 천사 ―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칩니다 /열사여! 평화의 사도여! ― 이정순 열사 추모시 / 지지 않는 꽃 ― 김남주 시인 20주기를 돌아보며 / 기나긴 잠 ― 오랜 잠에서 깨어나다 / 떠다니는 섬 ― 광주민중항쟁을 기리며
■ 발문
날자 한 번만 날자, 김기홍 너는 그렇게 가버렸구나 _ 김해화
■ 추모시
슬픈 희망 _ 나종영 / 무엇이 그리 고마웠던 것일까? _ 박두규 / 철근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_ 이승철 / 시인의 죽음 _ 김명환 / 기홍이 _ 안준철 / 늦게, 너무 늦게 당신을 응원하며 _ 이민숙 / 새는 보이지 않아도 _ 김인호 / 그리운 나라 _ 김종숙 / 철근공 김기홍 시형 _ 이상인 / 당신은 나의 첫 시인 _ 송태웅 / 공 안 친 날의 기홍 형을 생각하며 _ 박철영
■ 김기홍 시인 연보
■ 작품 세계 (발문)
김기홍은 다재다능했다. 내가 아는 세상의 온갖 재주 중 못 하는 것이 없었다. 축구나 배구 같은 스포츠는 물론 노래와 춤 같은 예능에도 뛰어났다. 기타도 잘 치고 작곡도 할 줄 알아서 내가 노랫말을 쓰고 김기홍이 곡을 붙여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당시에 크게 히트를 친 <난이야>라는 노래를 작곡가에게 직접 받아서 연습까지 했는데 취입을 할 돈이 없어서 이 아무개 가수에게 빼앗겼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기홍의 노래 실력은 아는 이들이 모두 인정을 할 만큼 뛰어났다. 트롯 경연을 하는 방송을 잠시 보았는데 내가 보기에 김기홍보다 더 노래를 잘하는 출연자들이 없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기 우리가 지역을 평정한 것은 술이었다. 막걸리 한 통개(스무 되들이 한 말) 들고는 못 와도 뱃속에 담아서는 온다는 말이 김기홍 중학교 1학년 때 내가 듣던 말이었으니. 내 주량이 막걸리는 배가 불러 못 마셔서 소주를 주로 마셨는데 당시 소주는 25도 아닌가? 술맛이 쓰다고 커다란 주전자에 콜라 한 병을 붓고 나머지는 소주로 채워서 소콜이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맥주잔에 따라 서너 주전자씩 마셔대면서 낮부터 밤까지 면소재지를 휩쓸고 다녔다. (중략)
1993년 마산 가톨릭 여성회관에서 열린 ‘마창노동문학교실’의 어느 강의인가, 아니면 마창노련이 만든 ‘들불문학상’ 심사인가가 끝나고 회관 건물 입구에서 서울에서 내려온 김명환 시인이 노동자 문학 동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마음을 합친 우리는 서둘러 동인 결성을 밀어붙였다. 손상렬, 서해남, 조태진, 김명환, 서정홍, 김용만, 김기홍, 김해화가 동인으로 참여했다. 일과 시가 따로가 아니라 하나라는 의미에서 동인 이름을 띄어 쓰지 않고 <일과시>로 쓰기로 했다.
― 김해화(시인)
■ 추천의 글
『공친 날』과 『슬픈 희망』의 노래들로 1980년대 이후의 한국 노동시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김기홍 시인이 마침내 『뼈의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시가 밥도 못 되고 희망도 못 되고 무기도 못 된다고 아쉬워하던 목소리를 심화시켜 노동자의 주체성을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다. 노동자로서 겪은 절망과 고통과 울분을 허울 씌운 희망으로 타협하거나 체념으로 회피하지 않고 거대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탐욕과 개인주의와 근시안을 무기로 삼고 공격하는 자본주의에 쓰러지지 않고 일어서려는 시인의 의지는 가족과 동료와 자연을 곡진하게 사랑하는 것이기에 깊은 감동과 연대의 힘을 준다. 그리하여 “유배된 뼈들이 남은 뼈들에게/부서진 뼈들이 성한 뼈들에게/낡은 뼈들이 젊은 뼈들에게/잠들지 마라 잠들지 마라”(「뼈의 노래」)고 부르는 시인의 노래는 서늘하고도 뜨겁다. 한겨울 같은 고난을 품고 핀 진달래꽃이며,소금꽃 핀 철근에 걸린 등불이다. 시인이 불의의 시대에 매몰되지 않고 온몸으로 부른 뼈의 노래여, 원망과 증오를 껴안고 넘어서는 사랑이여. 노동의 길과 함께하는 잠언처럼 구호처럼 불리어라. 노동자를 위한 행진곡으로 영원히 불리어라.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 시집 속으로
드디어 오시는구나 정령들이여
거세게 때로는 부드럽게
따스한 바람 시원한 바람 앞세워
빗줄기 뒤세워 오시는 소리 너무나 커서
지상에 딛는 발자국 자국마다
연초록 생명들 쑥쑥 불러내고
풀포기 나뭇가지마다 천상의 꽃들 피워내는구나
마음으로 보라고 느끼라고
형형색색 색색의 향기 난장에 풀어놓는구나
정령들이여 이제는
꿈속에서도 님들 오는 향기 느끼나니
때로는 절망의 옷을 걸치고
때로는 좌절의 옷을 둘러쓰고
우그러지고 찌그러지고 문드러진 모습에도
우뚝우뚝 키운 나무에 사랑의 열매 키우고
으라샤 으라샤 산들도 세워
바람 풀고 물도 풀어
마른 가슴 죽은 강도 넉넉하게 살려내는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로 살려내
끝내 바다로 가는 길 일러주는 걸
마음마다 들어앉아 하나 되어 가는 길
늘 그 밑에 밑거름되신 이여
자애로운 빛이여 그대는
신명 나는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벗이여
희망이여 형체도 없는
우리 사랑의 씨앗이여
아빠 수건은 원래 하얀색
한 달 가면 누런색
석 달 가면 아예 검정색
세탁기는 아빠 옷을 빨지 않아요
검정물이 많이 나와 다른 옷까지 검게 되지요
제아무리 좋다는 세척제도 소용없지요
쇳가루를 많이 마셔서 그럴 거라는데요
검은 땀을 많이 닦아 그렇다는데요
아빠 속에는 검은 숯으로 가득할 텐데요
아빠 피부는 일 없을 땐 하얀빛
한두 달 일하면 구릿빛
몇 달을 일하면 아예 검은빛
― 뼈가 뼈에게
깊은 밤 잠 밖으로 나와
뼈들은 노래를 부른다.
어디론가 유배된 뼈들이 남은 뼈들에게
부서진 뼈들이 성한 뼈들에게
낡은 뼈들이 젊은 뼈들에게
잠들지 마라 잠들지 마라
의문을 꿰뚫어 본질을 보아라
싸우지 않고 빈 꿈만 채우려다
병신이 되고
침묵과 순종의 미덕으로
팔다리가 잘렸니라
우리들의 피 묻은 노래를 들어라
술상에서 밥상에서
순결한 꿈을 위해
망설임도 초조도 간단히 버리고
피에 젖은 작업복을 비벼대며
서로를 지켜라 지켜라
머리뼈는 목뼈에게
목뼈는 어깨뼈에게
어깨뼈는 갈비뼈에게
갈비뼈는 허리뼈에게
허리뼈는 엉치뼈에게
엉치뼈는 다리뼈에게
다리뼈는 발뼈에게
몸 밖의 뼈는 몸 안의 뼈에게
잠든 노래도 불러내 다시 부른다분류--문학(시)
김기홍 지음|푸른사상 시선 125|128×205×11 mm|186쪽|9,500원
ISBN 979-11-308-1675-3 03810 | 2020.6.15
■ 도서 소개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노동자의 애환
김기홍 시인의 유고시집 『뼈의 노래』가 <푸른사상 시선 125>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노동 현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1980년대 이후의 한국 노동시를 확장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시집에서 시인은 거대한 신자유주의의 횡포에 맞서는 노동자의 절망과 애환을 노래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폭력에 쓰러지지 않고 일어서려는 시인의 의지는 노동자는 물론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기에 깊은 감동과 연대의 힘을 준다. 김기홍 시인의 영전에 바치는 동료 시인들의 추모시도 실렸다.
■ 시인 소개
김기홍(金祈虹)
1957년 전남 순천시 주암면 구산리 금곡마을에서 태어났다. 주암초등학교, 주암중학교를 졸업한 뒤 순천농림전문학교(현 순천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승주문학회, 사계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1984년 『실천문학』에 시 「강선을 풀며」 외 4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해방시 동인, 순천 놀이패인 두엄자리, 주암문화연구회, 일과시 동인으로도 활동했다.
『월간 음악』 기자를 거쳐 임진강 파평교, 주암댐, 상사 조절지댐, 창원·진해·진주 아파트 공사 등 현장에서 일했다.
시집으로 『공친 날』 『슬픈 희망』이 있다. 1984년 농민신문사 주최 제1회 농민문학상을 수상했다. 2019년 7월 26일 타계했다.
■ 목차
■ 화보
■ 여는 시
제1부
민들레 찬가 1 / 저 들에 눈 내리고 / 강물 2 / 연초록 아이 / 꿈의 찬가 / 산을 오른다 / 벗 / 꿈에 만난 구산스님 / 봄이 온다 봄이 간다 / 숲에서 보낸 편지 1 ― 히어리 / 숲에서 보낸 편지 2 ― 숲속의 나무 / 숲에서 보낸 편지 3 / 숲에서 보낸 편지 5 / 숲에서 보낸 편지 6 / 숲에서 보낸 편지 7― 가을 단풍나무 / 숲에서 보낸 편지 ― 고로쇠단풍나무 / 숲에서 보낸 편지 ― 어머니
제2부
아빠 땀수건 / 일터에서 보낸 편지 1 / 꽃바다 / 눈보라 / 폭설 / 먼 하늘 향하여 / 유쾌한 일당 오천 원 / 철근 길들이기 / 버려진 우산 / 행렬 /뼈의 노래 ― 축하주 / 뼈의 노래 ― 뼈가 뼈에게 / 뼈의 노래 ― 눈 / 중심 / 철근쟁이 주머니 / 벌레들의 합창 / 이상한 쇠나무 85호 / 몸값 / 불통/ 산을 보았다고 산을 안다 말하지 마라
제3부
고개에 앉아서 / 거울 속의 주인 / 조각배 / 나를 버릴 때 / 발효 / 무릎을 펴며 / 대파를 다듬으며 / 구멍 난 배춧잎 / 마늘 상처 / 냉장고 / 삶의 헛수고 / 세월 / 스승
제4부
바위 위에 씨앗을 심는다 / 그곳에 가면 / 희망의 꽃 자유의 꽃 ― 박관현 열사를 추모하며 / 벼랑 끝의 천사 ―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칩니다 /열사여! 평화의 사도여! ― 이정순 열사 추모시 / 지지 않는 꽃 ― 김남주 시인 20주기를 돌아보며 / 기나긴 잠 ― 오랜 잠에서 깨어나다 / 떠다니는 섬 ― 광주민중항쟁을 기리며
■ 발문
날자 한 번만 날자, 김기홍 너는 그렇게 가버렸구나 _ 김해화
■ 추모시
슬픈 희망 _ 나종영 / 무엇이 그리 고마웠던 것일까? _ 박두규 / 철근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_ 이승철 / 시인의 죽음 _ 김명환 / 기홍이 _ 안준철 / 늦게, 너무 늦게 당신을 응원하며 _ 이민숙 / 새는 보이지 않아도 _ 김인호 / 그리운 나라 _ 김종숙 / 철근공 김기홍 시형 _ 이상인 / 당신은 나의 첫 시인 _ 송태웅 / 공 안 친 날의 기홍 형을 생각하며 _ 박철영
■ 김기홍 시인 연보
■ 작품 세계 (발문)
김기홍은 다재다능했다. 내가 아는 세상의 온갖 재주 중 못 하는 것이 없었다. 축구나 배구 같은 스포츠는 물론 노래와 춤 같은 예능에도 뛰어났다. 기타도 잘 치고 작곡도 할 줄 알아서 내가 노랫말을 쓰고 김기홍이 곡을 붙여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당시에 크게 히트를 친 <난이야>라는 노래를 작곡가에게 직접 받아서 연습까지 했는데 취입을 할 돈이 없어서 이 아무개 가수에게 빼앗겼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기홍의 노래 실력은 아는 이들이 모두 인정을 할 만큼 뛰어났다. 트롯 경연을 하는 방송을 잠시 보았는데 내가 보기에 김기홍보다 더 노래를 잘하는 출연자들이 없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기 우리가 지역을 평정한 것은 술이었다. 막걸리 한 통개(스무 되들이 한 말) 들고는 못 와도 뱃속에 담아서는 온다는 말이 김기홍 중학교 1학년 때 내가 듣던 말이었으니. 내 주량이 막걸리는 배가 불러 못 마셔서 소주를 주로 마셨는데 당시 소주는 25도 아닌가? 술맛이 쓰다고 커다란 주전자에 콜라 한 병을 붓고 나머지는 소주로 채워서 소콜이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맥주잔에 따라 서너 주전자씩 마셔대면서 낮부터 밤까지 면소재지를 휩쓸고 다녔다. (중략)
1993년 마산 가톨릭 여성회관에서 열린 ‘마창노동문학교실’의 어느 강의인가, 아니면 마창노련이 만든 ‘들불문학상’ 심사인가가 끝나고 회관 건물 입구에서 서울에서 내려온 김명환 시인이 노동자 문학 동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마음을 합친 우리는 서둘러 동인 결성을 밀어붙였다. 손상렬, 서해남, 조태진, 김명환, 서정홍, 김용만, 김기홍, 김해화가 동인으로 참여했다. 일과 시가 따로가 아니라 하나라는 의미에서 동인 이름을 띄어 쓰지 않고 <일과시>로 쓰기로 했다.
― 김해화(시인)
■ 추천의 글
『공친 날』과 『슬픈 희망』의 노래들로 1980년대 이후의 한국 노동시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김기홍 시인이 마침내 『뼈의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시가 밥도 못 되고 희망도 못 되고 무기도 못 된다고 아쉬워하던 목소리를 심화시켜 노동자의 주체성을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다. 노동자로서 겪은 절망과 고통과 울분을 허울 씌운 희망으로 타협하거나 체념으로 회피하지 않고 거대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탐욕과 개인주의와 근시안을 무기로 삼고 공격하는 자본주의에 쓰러지지 않고 일어서려는 시인의 의지는 가족과 동료와 자연을 곡진하게 사랑하는 것이기에 깊은 감동과 연대의 힘을 준다. 그리하여 “유배된 뼈들이 남은 뼈들에게/부서진 뼈들이 성한 뼈들에게/낡은 뼈들이 젊은 뼈들에게/잠들지 마라 잠들지 마라”(「뼈의 노래」)고 부르는 시인의 노래는 서늘하고도 뜨겁다. 한겨울 같은 고난을 품고 핀 진달래꽃이며,소금꽃 핀 철근에 걸린 등불이다. 시인이 불의의 시대에 매몰되지 않고 온몸으로 부른 뼈의 노래여, 원망과 증오를 껴안고 넘어서는 사랑이여. 노동의 길과 함께하는 잠언처럼 구호처럼 불리어라. 노동자를 위한 행진곡으로 영원히 불리어라.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 시집 속으로
드디어 오시는구나 정령들이여
거세게 때로는 부드럽게
따스한 바람 시원한 바람 앞세워
빗줄기 뒤세워 오시는 소리 너무나 커서
지상에 딛는 발자국 자국마다
연초록 생명들 쑥쑥 불러내고
풀포기 나뭇가지마다 천상의 꽃들 피워내는구나
마음으로 보라고 느끼라고
형형색색 색색의 향기 난장에 풀어놓는구나
정령들이여 이제는
꿈속에서도 님들 오는 향기 느끼나니
때로는 절망의 옷을 걸치고
때로는 좌절의 옷을 둘러쓰고
우그러지고 찌그러지고 문드러진 모습에도
우뚝우뚝 키운 나무에 사랑의 열매 키우고
으라샤 으라샤 산들도 세워
바람 풀고 물도 풀어
마른 가슴 죽은 강도 넉넉하게 살려내는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로 살려내
끝내 바다로 가는 길 일러주는 걸
마음마다 들어앉아 하나 되어 가는 길
늘 그 밑에 밑거름되신 이여
자애로운 빛이여 그대는
신명 나는 세상을 향해 함께 가는 벗이여
희망이여 형체도 없는
우리 사랑의 씨앗이여
아빠 수건은 원래 하얀색
한 달 가면 누런색
석 달 가면 아예 검정색
세탁기는 아빠 옷을 빨지 않아요
검정물이 많이 나와 다른 옷까지 검게 되지요
제아무리 좋다는 세척제도 소용없지요
쇳가루를 많이 마셔서 그럴 거라는데요
검은 땀을 많이 닦아 그렇다는데요
아빠 속에는 검은 숯으로 가득할 텐데요
아빠 피부는 일 없을 땐 하얀빛
한두 달 일하면 구릿빛
몇 달을 일하면 아예 검은빛
― 뼈가 뼈에게
깊은 밤 잠 밖으로 나와
뼈들은 노래를 부른다.
어디론가 유배된 뼈들이 남은 뼈들에게
부서진 뼈들이 성한 뼈들에게
낡은 뼈들이 젊은 뼈들에게
잠들지 마라 잠들지 마라
의문을 꿰뚫어 본질을 보아라
싸우지 않고 빈 꿈만 채우려다
병신이 되고
침묵과 순종의 미덕으로
팔다리가 잘렸니라
우리들의 피 묻은 노래를 들어라
술상에서 밥상에서
순결한 꿈을 위해
망설임도 초조도 간단히 버리고
피에 젖은 작업복을 비벼대며
서로를 지켜라 지켜라
머리뼈는 목뼈에게
목뼈는 어깨뼈에게
어깨뼈는 갈비뼈에게
갈비뼈는 허리뼈에게
허리뼈는 엉치뼈에게
엉치뼈는 다리뼈에게
다리뼈는 발뼈에게
몸 밖의 뼈는 몸 안의 뼈에게
잠든 노래도 불러내 다시 부른다
가난이 굴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눈물이 값싼 인내의 습성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옵건대
공장에서 공사장에서 농토에서 시장에서
거대 자본의 올가미에 매여 끌려가지 않기 위해
흔들리는 나와 싸워라
흡입하는 자본주의 횡포에 맞서 싸워라
쓰러지지 마라
쓰러지지 마라
상처 속에 피어나는 싱싱한 노래여
푸른 꽃이여
가난이 굴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눈물이 값싼 인내의 습성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바라옵건대
공장에서 공사장에서 농토에서 시장에서
거대 자본의 올가미에 매여 끌려가지 않기 위해
흔들리는 나와 싸워라
흡입하는 자본주의 횡포에 맞서 싸워라
쓰러지지 마라
쓰러지지 마라
상처 속에 피어나는 싱싱한 노래여
푸른 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