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역자 註) 지난주 Science에는 재미있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내용인즉, "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것이다. 찬성측은 "실험동물의 '인격'을 존중하여 소중히 다루게 될 것이므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고, 반대측은 "동물을 쓸데없이 의인화하여 연구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독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는 퀴즈고, 두 번째는 여론조사다. 1. 당신은 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들을 아시나요? 퀴즈를 풀고, 정답을 확인해 보세요. ☞ 【퀴즈: 과학계의 동물스타들】 참고 2. 당신은 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신의 의견을 말해 주세요.
▶ 2000년 메사추세츠주 암허스트에 있는 새 보금자리에 도착했을 때, 수컷 붉은털원숭이 프레클(Freckle)은 동료 원숭이들의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동료 수컷의 양털담요를 강탈하고, 연구진이 새 담요를 건네주는 족족(무려 10개씩이나) 가로채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로부터 몇 달 후, 프페클은 이반(Ivan)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는데, 그것은 폭군 이반(Ivan the Terrible: 공포정치를 실시했던 러시아의 황제 이반 4세를 말함_역자)의 준말이었다.
지금은 매사추세츠 대학교 멜린다 노박 교수의 영장류연구실에 기거하고 있는 프레클/이반은 이름을 두 개나 갖고 있는, 드문 케이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의 이웃들은 모두 하나 이상의 이름을 갖고 있다. "만약 당신이 '케일라와 조가 오늘 말썽을 피웠어요'라고 말한다면, 모든 연구원들이 알아들을 것이다. 그러나 'ZA-56과 ZA-65가 오늘 말을 안 듣네요'라고 말한다면, 모든 연구원들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라고 노박은 말한다.
과학자들은 한때 실험동물에게 이름 붙이는 것을 꺼렸었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 실험에 사용되는 수백만 마리의 마우스와 랫트 중 상당수는 -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 이름이 없다. 그러나 많은 연구시설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 891,161마리의 다른 동물들(비인간영장류, 개, 돼지, 토끼, 양 등)은 상당수가 적절한 이름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랫트는 피아, 스플린터, 오프라, 퍼시몬 등의 이름을, 원숭이는 니아, 나디라, 타스, 도일 등의 이름을 갖고 있으며, 어떤 문어는 닉슨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암수 마우스 한 쌍은 톰과 케이티', 또는 '브래드와 안젤리나'라고 불리기도 한다. 도망 잘 치는 마우스라면 마이티마우스나 후디니라는 이름을, 성격과 행동이 나쁜 마우스라면 루시퍼나 루시피나라는 이름을 얻기 쉽다.
실험동물의 작명(作名)에 동원되는 사물과 인간은 - 샴푸, 캔디바, 위스키, 연구자의 가족, 영화배우, 슈퍼히어로에 이르기까지 - 다양하다. 러시아인(보리스, 블라디미르, 세르게이), 색깔, 심슨가족, 역사적 인물, 심지어 라이벌 과학자의 이름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런 이름들은 비공식적이어서 - 영장류 연구를 제외하면 - 논문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지만, 연구실에서는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과학계의 동물스타들】 다양한 동물들이 과학자들에게 이름을 얻어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있다. 왼쪽부터, 침팬지 프로이트(제인 구달이 알파메일로 자라는 과정을 관찰함), 어린 침팬지 햄(1961년 우주로 보내졌다가 생환함), 복제양 돌리(최초의 복제 포유류).

|
그렇다면 이상과 같은 관행이 연구에 득(得)이 될까, 아니면 실(失)이 될까? 어떤 과학자들은 "이름이 의인화와 연상으로 이어져, 바이어스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이반이라는 이름은 프레클이라는 이름보다 공격적이고 교활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어떤 과학자들은 "이름을 붙이게 되면 동물을 인격체로 간주하여 보다 신중하게 다루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럴 경우 동물의 복지가 향상되고 스트레스가 저하되어, 연구결과의 적합성과 신뢰성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미국 실험동물과학협회 회장으로 베일러 의대 비교의학센터 소장인 신디 벅마스터 박사는 후자의 입장이다.
실험동물에게 이름붙이기가 연구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이 관행적으로 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있다. "나와 마주치는 연구자들 중에서, '윗사람들이 동물에 이름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있다"라고 벅마스터 박사는 말한다.
▶ 대학원생이던 1970년대에, 동물행동학자인 마크 베코프 박사는 고양이 한 마리를 연구했었다. 그 고양이는 시각시스템의 일부가 제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색깔인식 방법을 빠르게 배웠는데, 베코프 박사는 이를 기특하게 여겨 스피도라는 이름을 붙여줬었다. 그러나 선배 연구자들은 이에 반대했다. "나는 '그 고양이를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여 이름을 붙여줬을 뿐입니다. 스피도는 쿨하고 매우 빠릅니다'라고 항변했지만, 많은 교수들에게 무시당했다"라고 베코프 박사는 회고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구대상과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미덕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어서, 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관행을 분석한 연구결과는 거의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메리 필립스라는 사회학과 대학원생이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던) 23개의 연구실들을 3년간 조사하여, 그 결과를 1994년 《Qualitative Sociology》에 발표했다. 그녀에 의하면, 실험동물에 이름을 붙이는 연구실은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실험동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확인된 연구실이 두 군데 있기는 했지만, 한 곳에서는 그냥 농담으로, 다른 한 곳에서는 - 정식 연구원이 아니라 - 연구를 돕는 학생들끼리만 실험동물에 이름을 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실험동물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필립스의 질문에 이렇게 응답했다고 한다. 첫째, 다루는 동물의 수가 너무 많다. 둘째, 동물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동물에게서 나오는 데이터가 중요할 뿐이다. 면담에 응한 27명의 연구자 중 6명은 "실험동물을 죽여야 하므로, 실험동물과 정서적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실험동물과 정서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한때 과학자들이 갖고 있던 전형적인 태도였다. 그들은 '실험동물에게 감정이 이입되면 객관적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라고 벅마스터 박사는 말했다. 1960년대 초 제인 구달이 탄자니아에서 카사켈라 집단 침팬지들을 처음 연구할 때, 베어범(Bare Bum), 페일페이스(Paleface), 프로이드(Freud), 피피(Fifi)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두고 말이 많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제인 구달은 당시 "모든 침팬지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각각 독특하다"라는 관찰결과를 발표하여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일부 연구소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실험동물에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1950년대 말, 위스콘신 대학교의 해리 할로라는 심리학자는 유명한(종종 비난받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이 실험에서 아기 원숭이를 어미로부터 떼어놓고, 각각의 원숭이들에게 번호와 이름을 붙였다. 첫 번째 아기 원숭이들에게는 스톤이라는 성을 붙였는데(Mill Stone, Grind Stone, Sand Stone, Moon Stone), 그 이유는 원숭이를 사람의 손으로 기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톤 부인】 스톤 부인은 1950년대에 해리 할로의 연구실에서 살았던 암컷 붉은털원숭이로, 여러 마리의 입양아들을 키웠다. 
|
할로는 이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자신이 유대인으로 오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성(姓)을 '이스라엘'에서 '할로'로 바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는 실제로 유대인이 아니었다). "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였다는 것 자체가 할로의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할로의 제자로 현재 미 국립 어린이 건강 및 인간개발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Human Development)의 소장으로 있는 스티브 수오미 박사(비교동물학)는 말한다.
할로가 이끄는 연구진은 "개별 원숭이들의 차이는 과학적으로 유의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떤 원숭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고, 어떤 원숭이들은 놀기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우리는 원숭이들이 똑같이 반응할 거라 예상하고 특정한 조작을 가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원숭이들 사이에는 늘 (예측가능한 수준의) 차이가 존재했다. 이 같은 개체차(individual difference)를 인식하면 원숭이의 성격을 유전학적·후성유전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인간을 연구하는 데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원숭이의 개체차를 인식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통찰력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수오미 박사는 술회했다.
현재 수오미 박사는 '이름붙이기'를 「개체차를 연구하는 과학(science of individual differences)」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자신이 이끌고 있는 연구소에서도 이를 중요한 연구수단으로 장려하고 있다. "개성을 지니고 있는 원숭이를 면밀히 연구하려면, 그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이름을 붙이지 않을 수 없다"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름붙이기는 원숭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벅마스터 박사가 연구자, 테크니션, 수의사들에게 '설치류들에게도 이름을 붙이자'는 내용의 단체메일을 보내자 수십 통의 답장이 왔는데, 그 속에는 코페르니쿠스(영리한 랫트), 해롤드(해롤드라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랫트), 스노 앤 블리자드(폭설경보가 발령됐을 때 태어난 알비노 랫트), 더들리(새끼를 낳지 못하는 랫트) 등의 다양한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한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설치류를 안락사시킬 때마다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이름을 지어 준다."
UC 데이비스 산하 캘리포니아 국립 영장류연구소에서 5,000마리의 원숭이들에 대한 행동충실화프로그램(behavioral enrichment program)을 관리하고 있는 브렌다 맥코원 박사에 의하면, 이름붙이기가 동물의 삶을 개선해 준다고 한다. "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여 주면 인간과 동물 간의 상호작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이는 동물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벅마스터 박사에 의하면, 연구자들이 스트레스 없는 동물(stress-free animal)의 가치를 인식하면서 이름붙이기가 더욱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실험동물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로부터 얻는 정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나 벅마스터 박사를 비롯한 찬성론자들은 이름붙이기의 효과를 직접 분석한 대조연구 결과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있을 뿐이다. 2009년 『Anthrozoos』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영국의 516개 젖소농장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즉, 소의 이름을 부르는 농장의 우유 생산량이 그렇지 않은 농장의 우유 생산량보다 3%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소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양호한 사육환경'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저자인 영국 뉴캐슬대학교 농업/식품/농촌개발학과의 캐더린 더글러스 교수에 의하면, 한 농부가 이런 '영업비밀'을 공개했다고 한다. "장모의 이름을 따서 소의 이름을 짓지 말라.")
"실험돌물들은 환경요인에 매우 민감하다"라고 앨라배마 대학교의 로버트 소지 교수(심리학)는 말한다. 그러나 모든 동물들이 자신의 이름에 반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메릴랜즈주 풀스빌에 있는 미 국립보건원 시설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기 원숭이들을 이름이 적혀 있는 새 우리에 수용하고 있지만, 사육사인 미셸 밀러에 의하면, 원숭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학습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름부르기는 동물보다는 인간에게 더 적합한 방법인 것 같아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 티포(Teefour)라는 수컷 붉은털원숭이는 성격이 유별나, 천박하고 못된 짓을 도맡아 했다. 그는 서열이 낮은 암컷 원숭이들에게 자기 털을 다듬게 하고, 일이 끝나면 암컷의 털을 잡아뜯는 횡포를 저질렀다. "티포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으로 간주되었어요"라고 노박은 회상했다. 그녀의 연구실에 있는 원숭이들은 모두 적당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티포만큼은 예외다. 그에게는 어떤 이름도 - 다스(스타워즈에 나오는 악당_역자)도, 호러블도 - 붙여진 적이 없으며, 그의 가슴에 새겨진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T-4)이 전부였다.
T-4에게 이름이 없는 것이 연구자들의 관찰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연구의 성격에 따라 구체적인 영향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라고 센트럴오리건 커뮤니티 칼리지의 매튜 노박(멜린다 노박과는 아무런 관계 없음) 교수는 말한다. 그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미 국립보건원 산하 붉은털원숭이 연구소에 근무할 때, 원숭이에게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만약에 이름이 붙은 원숭이와 마주칠 경우, 그는 원숭이의 이름을 애써 외면했다. 왜냐하면 원숭이의 이름이 연구결과를 왜곡시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당신이 무스와 피치라는 아기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뻗치기 행동(reaching behavior)을 연구한다고 치자. 두 원숭이는 모두 무작위 근육운동을 하지만, 당신은 피치의 운동만을 신중하게 기록하고 무스에게는 그러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피치(복숭아)라는 이름은 '작고 섬세한 운동'을, 무스(덩치 큰 사슴)라는 이름은 '과장되고 무의미한 행동'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름붙이기는 연구자의 기대를 바꿀 뿐만 아니라, 동물의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변화시킨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이름붙이기의 장점과 마찬가지로, 이름붙이기의 단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결과는 발표된 적이 없다. "내가 아는 한, 인간에 관한 연구와 동물에 관한 연구를 모두 포함하여, '연구대상에게 이름을 붙일 경우 연구 데이터가 편향될 위험이 있다'는 가설을 증명한 연구는 단 한 건도 발표된 적이 없다"라고 수의사이자 워싱턴 소재 동물복지연구소의 과학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빅토르 라인하르트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튜 노박을 비롯한 반대론자들은 사회심리학 문헌을 들이대며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한다. 사회심리학 문헌에는, 이름이 인간에게 미치는 미묘한 심리적 효과를 인정하는 실험결과들이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어떤 시에 유명한 시인의 이름을 붙였더니, 독자들의 시적 감성을 더욱 유발하더라'든가, '매력적인 형용사를 이용하여 식품을 설명했더니, 소비자들이 영양가가 더 높을 거라고 판단하더라'든가, '인물사진에 이국적인 이름을 붙여 놨더니, 많은 사람들이 사진 속의 인물을 혼혈로 판단하더라'는 등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특정 상황(에: 교도소, 군대)에서는 구성원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화하기 위해 일부러 이름 대신 숫자나 기호로 부르기도 한다. 어떤 연구자들은 의학 분야에서도 이 같은 관행이 발견된다고 한다(병원에서는 환자를 생년월일, 건강보험증 번호, 진료카드 번호, 질병명 등으로 표시한다). "이 같은 몰개성화(deindividuating) 관행은 의사를 환자의 고통에 둔감하게 만들어, 전반적인 공감능력을 떨어뜨린다"라고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애덤 웨이츠 교수(사회심리학)와 하버드 대학교의 오마르 술탄 헤이크 교수(사회심리학)는 2012년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에 기고한 논문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되는 주장도 있다. '로봇이나 무인자동차에 이름을 붙이면, 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웨이츠는 2014년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무인자동차에 인간적 요소(예: 음성, 이름, 성별)를 도입하면 좀 더 안전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인간성을 느끼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음성이지만, 이름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이 웨이츠의 생각이다.
문제의 근원은 뇌(腦)인 것으로 보인다. "당신이 로봇이나 기계장치나 동물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때, 당신의 뇌 안에서는 사회적 인식(social cognition)에 관여하는 영역이 활성화된다"라고 웨이츠는 말한다. 인간이 타자(他者)의 생각을 추론할 때, 즉 '그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생각한다'고 인식할 때, 뇌에서는 내측전전두피질(mPFC: 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본인이 의인화(anthropomorphizing)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동물의 이름을 부를 때는 무의식적으로 그 동물을 인격화하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그렇다면 장점만을 취하고 단점은 버리는 방법은 없을까? 연구자의 인식을 왜곡시키지 않는 선에서 실험동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묘안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지금껏 과학자들은 적절한 실험설계를 통해 다양한 편향의 원천을 배제해 왔지만, 동물의 이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한 가지 방법은, 동물의 성격이나 외모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이름을 할당하는 것이다. 동물의 이름에서 특정한 의미를 배제할 수 있도록 연구자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앞에서 언급한) 티포라는 이름도 괜찮은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매튜 노박은 말했다.
【퀴즈: 과학계의 동물스타들】
과학자들은 많은 실험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줬는데, 그중에는 스타덤에 오른 동물들도 있다. 그들은 - 세포에서부터 생태계, 우주에 이르기까지 - 자연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중에서 당신이 기억하는 동물스타들은 얼마나 될까? ☞ http://newsquiz.sciencemag.org/animals/?intcmp=animal_news | 1. 거북이 론섬 조지(Lonesome George)가 외로웠던 이유는?
① 종족 중에서 마지막 생존자였으므로 ② 알 수 없는 이유로, 교미를 할 수 없었으므로 ③ 숲속에 혼자 살았으므로 | 해설: 19세기 말,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타 섬(에콰도르 영토)에 살던 코끼리거북은 멸종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었다. 그런데 1971년 마지막 생존자인 론섬 조지가 발견되었다. 친척뻘 되는 거북들과 교미시키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그는 2012년 사망했다. 그의 몸은 뉴욕에 있는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잠시 전시됐었다.
| 2. 숫자를 여섯까지 세고, 주인에게 질문까지 할 수 있었던 앵무새의 이름은?
① 필 ② 알렉스 ③ 다든 | 해설: 알렉스는 아프리카산 회색 앵무새로, 호두 크기만 한 뇌를 갖고 있었다. 숫자를 여섯까지 세고, '같음'과 '다름'이라는 개념을 이해했으며, 질문도 할 수 있었다. 2007년 사망할 때까지, 동울 인지기능 전문가인 아이린 페퍼버그와 30년간 동고동락했다. | 3. 제인 구달이 1960년대 곰베 국립공원에서 관찰한 아기 침팬지 중 하나로, 아홉 마리의 새끼의 엄마로 성장한 것은?
① 코코 ② 플로 ③ 피피 | 해설: 제인 구달이 관찰한 곰베강 침팬지 집단에서, 피피는 플로의 딸이었다. 피피는 서열 높은 암컷으로 성장하여 성공적인 엄마가 되었고, 나중에는 손자를 보아 할머니가 되었다고 한다. 첨부사진에 나오는 새끼는 그녀의 아들 프로도다. | 4. 1997년 사이언스의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복제양은?
① 돌리 ② 샐리 ③ 메리 | 해설: 돌리는 양의 성체 유선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와 융합하여 탄생했다. 사이언스는 돌리를 1997년 과학계의 획기적인 성과로 선정했다. | 5. 미국의 우주계획에 따라 우주선에 실려 최초로 우주로 보내졌다가, 살아서 귀환한 원숭이 한 쌍의 이름은?
① 알레프와 베타 ② 에이블과 베이커 ③ 조지와 마서 | 해설: 에이블(붉은털원숭이)과 베이커(다람쥐원숭이)는 모두 암컷이며, 1959년 5월 28일 우주선을 타고 480km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 에이블은 그로부터 4일 후 사망했지만, 베이커는 1971년까지 살아, 가장 오래 산 다람쥐원숭이로 기록되었다. | 6. 20세기 초기에 살았던 클레버 한스라는 말(馬)은 숫자를 세고, 산수 계산을 할 줄 알며, 독일어를 이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과학자들에게 남긴 교훈은?
① 말의 지능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뛰어나다. ② 말은 훈련자의 미묘한 움직이나 표정에서 단서를 포착한다. ③ 사육 환경의 스트레스가 말의 발육에 영향을 미친다. | 해설: 심리학자인 오스카 풍스트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한스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에서만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첫째, 출제자가 답을 알고 있을 경우. 둘째, 출제자의 행동거지를 관찰할 수 있는 경우. 즉, 한스는 실제로 산수 계산을 하지 못했지만, 출제자의 제스처를 읽어 답을 맞혔다고 한다. | 7. 과학자들에 의해 인간 어린이처럼 양육된 최초의 침팬지는?
① 이브 ② 바렛 ③ 구아 | 해설: 1930년대에 루엘라 & 윈스롭 켈로그는 자신들의 아들 도널드와 함께 생후 7개월짜리 침팬지 구아를 길렀다. 9개월 후, 켈로그 부부는 실험을 취소했는데, 그 이유는 - 자신들의 기대와 정반대로 - 도널드가 구아처럼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8.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함으로써 자아인식 테스트를 통과한 돌고래는?
① 탭과 프레슬리 ② 윈터와 호프 ③ 플리퍼와 미스 플리퍼 | 해설: 과학자들은 거울을 이용하여 동물의 자아인식을 테스트한다. 2001년 뉴욕 아쿠아리움에 있는 프레슬리와 탭은 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 9. 뉴칼레도니아의 베티라는 까마귀는 무슨 일로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을까?
① 도구를 사용하여 먹이를 얻었다. ② 먹이를 얻기 위해 새로운 도구를 발명했다. ③ 도구 사용에 적당한 위치를 잘 찾아냈다. | 해설: 한때 과학자들은 인간만이 도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오늘날에는 일부 영장류와 새들도 도구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베티는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를 만든 다음, 그것을 이용하여 튜브 속에 있는 고기 바구니를 꺼냈다고 한다. | 10. 개코원숭이 댄은 무엇으로 유명한가?
① 시지각 능력(visual discrimination ability)을 검사하는 테스트에서, 4글자로 된 단어 308개를 학습했다. ② 우주선을 타고 준괴도 공간(suborbital space)에 오른 최초의 고등 영장류다. ③ 1990년대에 실시된 연구에서, 야생 개코원숭이 집단에서 알파 지위에 오른 젊은 수컷 원숭이다. | 해설: 프랑스의 연구진은 2012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댄을 포함한) 여섯 마리의 개코원숭이들이 학습을 통해 의미있는 단어와 의미없는 단어(철자의 조합)를 구별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읽기(reading)는 인간 특유의 기술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 11. 보더콜리인 체이서가 알고 있는 단어는 모두 몇 개일까?
① 약 250개 ② 약 800개 ③ 1,000개 이상 | 해설: 체이서는 고도로 훈련된 보더콜리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개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1,000개 이상의 물건의 이름을 알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은 봉제완구라고 한다. |
※ 이 글을 쓴 마이클 에라드는 『언어의 천재들(Babel No More) -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 학습자들을 찾아서』의 저자다. ※ 출처: http://news.sciencemag.org/plants-animals/2015/02/should-research-animals-be-nam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