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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무책임과 무능
윤 경 희
설날 연휴, 어제가 설날이고 오늘이 음력 정월 초이틀. 공식적인 연휴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지만 토, 일요일이 연달아 있으니 아직 이틀이 더 휴일인 셈이다. 설 연휴를 5일로 계산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이 붐비고 고향을 찾고, 돌아오는 사람들과 차량상황을 알리는 뉴스가 시시각각 매스컴을 장식한다.
이번 주의 인간극장--설 명절이 있는 주라서 그런지 방영되는 내용이 피붙이를 찾는 해외입양자의 사연이다. 우리 나라의 근대사가 비극을 겪어오다 보니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구체적이고 절절한 사연을 깊이 알지 못했기에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루크 맥퀸(44세) 과 제인 트렌카(43세)” 부부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 다 40 여년전에 미국으로 입양이 되어 좋은 양부모들을 만나 성장을 했고, 교육도 제대로 받아 나름대로 안정된 직업도 있었지만 진정한 조국과 핏줄에 대한 갈증 때문에 우리 나라를 찾게 되었고, 국내에서 ‘해외 입양인의 집’ 이라는 단체를 통해 서로 만나게 되어, 같은 아픔과 처지를 교감하다 결혼을 하고 충북 제천에 자리를 잡아 살게 되었고 3개월 남짓 된 딸을 두고 있다. 이 부부가 하는 일은 거의 매일 사람들이 붐비는 장터나 경로당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어릴 때의 사진과 사연이 담긴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친부모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다. 루크가 제천에서 40 여년전에 버려졌고 또 이 지역에서 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이 된 기록이 있어서 조그마한 연결고리라도 찾고자 2년 가까이 살고 있다. 한국에서 직장도 없이 미국에서 가져온 돈으로 생활을 하며 매일을 친부모 찾기 활동을 하는데 다행히 아내인 제인은 한국말도 어느 정도 하고 친 어머니도 만났지만 돌아가셨다는 사연.
루크가 KBS 의 장수프로그램인 “전국 노래자랑” 의 시청자가 자기가 찾는 어머니의 나이또래인 60대 중반인 것에 착안해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자신을 알리고자 현수막과 전단지를 가지고 서울의 방송국에 찾아가, 발음도 어눌하고 가사의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고향이 좋아” 라는 노래로 도전을 하고 자신의 사연을 알리며 1차 예심을 통과하고 결국 2차에서 떨어져 본선에는 진출을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그리고 보건소에서 검진을 통해 "B형 간염“ 보균자 라는 사실이 밝혀져 그 나이 또래의 여성보균자를 찾아서 범위를 좁히기도 하고 심지어는 최면치료까지 받아 가면서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리고자 노력하는 모습엔 눈물이 나왔다.
도대체 어떤 어머니가 무슨 사연으로 자식들을 버렸으며, 또 국가에서는 왜 유기된 아이들을 수용을 못해 해외입양까지 시켜야 했는지?? 정말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부끄럽고 할 말이 없다. 우리 나라에서 해외로 입양된 숫자가 통계상 자그마치 20 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개개인의 아픔과 고통들을 어떻게 달래줄 수가 있을까? 1950년 6.25 사변 이후부터 시작된 해외 입양은 해외 곳곳으로 퍼져 우리 나라의 이미지에 크게 먹칠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완전히 근절은 되지 않은 듯하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출산율이 줄어들어 걱정들을 하고있고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니 정부의 대책이 어떻게 변하나? 지켜봐야 할 상황....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세례명을 따라 “줄리아” 라고 이름 붙여진 딸의 100일 잔치에 미국의 콜로라도에 거주하는 양부모를 초청하여 한국식 100일 잔치의 모습도 보여주고 서울 관광도 시키면서 양부모님께 감사를 전하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식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던 부모님에게 부득이한 사연이 있었겠죠.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냥 얼굴 한 번만이라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하는 루크의 말에 숙연함이 느껴졌다.
닷새 동안 방영되는 내용을 보며 루크 가족이 친부모를 만날 수 있기를 빌었건만 결국은 만나지 못하고 “뿌리의 집” 에 등록해서 계속 사연을 전하는 수 백명의 이름과 사진을 보고 또 유럽 각국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지원으로 집을 마련해 주고 생활비를 준다” 는 방송 내용을 들으며 ‘현재 우리 나라에서 집행하는 복지 정책이 과연 바르게 운용이 되고는 있나?’ 또, 해외 입양아들을 도와 줄 길은 없는가? 저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저렇게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일주일이었다. 지금은 별로 들먹이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단일민족” 이라는 말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했는가? 그 단일 민족이 우리의 피붙이 수십만명을 해외로 입양을 보내고 내팽겨쳤으니,그 무책임함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가 없는데 무슨 잘못으로 저렇게 버려져서 낯설고 생김새가 다른 나라에서 백안시 당하며 자라고, 수 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피붙이를 찾아 헤매는 입양아들을 볼 때, 자식을 버린 부모와 해외로 입양을 보내야만 했던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에 치가 떨림과 동시에 부모님의 품에서 고이 자란 자신의 행운에 감사를 드렸다.
수 십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조국과 피붙이를 찾아 헤매는 해외입양아들의 고통과 아픔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설을 맞아 조상과 부모를 만나고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인구가 3000 만이 넘는다는 방송이 무색하고 세월과 시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운 일주일이다.
2015. 2. 20
첫댓글 미국 입양아가 성장하여 고국에 돌아와 친부모를 찾는 "인간극장"의 사연을 보고 저도 유사한 느낌을 가졌기에 더욱 관심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경상록자원봉사단 최상순드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이야기이기에 글을 올려봤네요. 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드물지만 힘겨운 삶을 꾸려가려다 보니 부득이하게 자녀를 고아원에 맡긴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후일 생활이 웬만큼 안정이 되어 다시 데려간 이들도 있을 겁니다. 생활이 나아지면 다시 찾아가려 했지만 영영 찾지 못하게 된 부모도 있었을 겁니다.부모가 사망한 경우입니다. 이런 부모의 자녀라면 고아원에서 기르는 것보다 해외에 입양하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문제는 나이 어린 여성들이 출산하여 양육할 여력이 없어서 자식을 버린 경우 가장 챙피하겠지요. 그런 부모에서 태어나 입양된 자녀라도 부모를 찾으려 한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개개인의 사정을 다 살필 수 야 없겠지만 원체 많은 사람들의 아픔이고 고통이니.... 국가에서 수용하는 방법을 제고 해 보는 ---유럽에서 시행 중--- 시책도 복지정책의 일환이 아닐까요?
잘 읽었습니다.
정초부터 우울한 사연을 올려서 쬐깨 신경이 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