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소기점도 대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5개 작은 섬들로 연결된 섬티아고 12사도의 집 순례 후 길을 떠난다.
먼저 다녀온 친구가 강력히 추천하는 섬 안좌도로 이동한다.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건너 안좌도의 퍼플교 보라섬을 찾는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온 퍼플 옷으로 무료 입장해 보랏빛 향기에 흠뻑 취한다. 이섬엔 절절한 스님들 사랑의 민담이 흐른다. 작은 섬 박지도의 한 스님과 마주 보는 반월도의 비구니스님이 바닷물에 길이 막혀 애태우는 사랑이야기. 사모친 정에 양쪽에서 하나 둘씩 던진 돌이 어느새 길을 만들자 썰물일 때 바다 한가운데에서 단 한 번의 사랑을 나눈다. 그만 밀물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끝내 물 속에서 하나되어 극락세계로 떠나는 애절한 사랑에 눈물꽃이 핀다.
TV에 소개됐던 동백꽃나무를 머리에 쓴 할아버지 할머니 벽화마을을 지나 자은도의 1004섬 '무한의 다리' 를 건넌다. 맞잡은 쌍둥이 동행의 손길, 5월의 연두빛 싱그러움 속 쏟아지는 햇살은 칠십인생 축복의 선물이리라. 병풍도의 맨드라미 동산엔 제철이 아니어서인지 맨드라미는 흔적도 없다. 이국적인 새빨간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마을을 수호하고 있는 날개 단 천사들만이 12사도의 이름을 달고 동상으로 서있다. 맨드라미 꽃이 붉게 필 때면 바다 풍경은 절정이리라.
유람선을 타고 염전 사업으로 성공한 증도로 넘어간다. 증도는 넓고 화려한 태평염전부터 우리에게 많은 체험거리를 안긴다. 소금향 카페에서부터 소금박물관, 소금밭을 지나 모네 화가 풍경을 방불케하는 연꽃 호수, 소금 낙조 전망대에 올라 소금아이스크림을 맛보게 한다. 소금밭에서 '소금이 바다의 상처, 바다의 눈물' 이라 말하는 류시화 시인의 시를 낭송한다. 세상 살아오는 동안 과연 나는 얼마나 소금 역할을 했을까 생각해본다.
증도에 다시 어둠이 내린다. 짱뚱어다리를 건너고 짱뚱어탕으로 저녁을 한 후, 바닷가 민박집에 묵는다. 커튼을 젖히니 그대로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3박 4일의 마지막 밤은 2대의 기타로 트윈 플라워즈의 듀엣이다. 그간 떨어져 얼마나 불러보고팠던 화음들이었을까. 차례로 히트곡을 부른다.
''이 빗속을 걸어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
화음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천둥번개 요란하더니 굵은 비가 쏟아진다. 마구 퍼붓는 빗소리. 왜 비 노래를 불러 저 큰 장대비를 불렀느냐며 둘이 웃었다. 기타를 접어 넣고 나란히 누웠다. 파도소리, 쏟아지는 비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에 여행의 마지막 밤은 쉬이 잠들 수가 없다. 소롯이 잡은 손끝에 칠순 이후 서로를 더 크게 위해주려는 마음들이 포도송이로 매달린다. 세월이 흘러도 걸음 속도며 먹는 음식,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게 상당히 같음을 새삼 느낀 시간들이다. 남은 날들에 반쪽의 합체로 함께 할 것들이 참으로 많다. 앞으로 자주 동행할 기대감에 그간의 미안함과 고마움을 고리로 묶는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군산의 내 둘째아들과 만나 좋아하는 이성당 빵을 산다. 군산꽂게장 정식을 셋이서 먹으니 아들이 기분좋아한다. 아들이 운전해주는 차 뒤편에 나란히 앉아 여행 후담을 나누며 손을 잡는다. 반쪽들의 정이 소금향처럼 간간하다. 아이스크림 파도소리처럼 달콤하고 시원하다.
*퍼플 보라 섬은 보라빛 옷이 Free!
*안좌도 보라섬의 반월도 조형물
* 보라섬 박지도의 조형물
*동백나무 할아버지 할머니 벽화마을
*자은도 1004섬 무한의 다리
* 신안 증도 태평염전 소금거울 포토존
*소금 낙조 전망대에 올라본 태평염전 풍경
* 중도 짱뚱어다리 입구에서
첫댓글 ㅎㅎ
언니~보라돌이^^
고맙네.
들어와 보구
이쁜 마음두
뿌려놓구 갔네.
언제 한 번 함께
풍경 좋은 곳에
같이 사진 찍으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