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들렌 과자
우리 과거도 마찬가지이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 과거는 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있으며,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전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어떤 사물 안에(또는 그 사물이 주는 감각의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렸다.
이처럼 콩브레에서 내 잠자리에 비극과 무대만이 존재하고 있던 오랜 어느 겨울 날에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추워서 떨고 있는 나를 본 어머니는 평소의 내 습관과는 다르게 홍차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했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웬지 마음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했다. 나는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 있었다.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습관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작 놀랐다. 내 몸 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 기쁨은 사랑이 그러하듯이 귀중한 물질이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천에 무관심하게 만들었다ㅣ.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본질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 하는 존재로 느끼지 않았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의 맛과 연관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면서도 맛과는 같은 감미로움이라고 생각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디서 그것을 포착해야 할까?
두 번 째 모금을 마셨다. 첫 번 째 모금이 가져다 준 감미로움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세 번 째 모금은 두 번 째보다 못했다. 멈춰야 할 때다. 차의 효력이 줄어든 것 같았다. 내가 찾는 진실은 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차가 내 안에 있는 진실을 일깨웠지만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점점 힘이 빠졌다. 무한히 같은 증언만을 되풀이 했다. 내가 그 증언이 무엇이니지 해석할 줄 몰랐다.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정신 쪽으로 향한다. 정신이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 생략 --
분명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팔딱거리는 것은 그 맛과 연결되어 맛을 뒤를 따라 냐게로까지 올라온다. 시각적인 추억임이 분명하다.
(기쁨의 원인을 찾았다. 추억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그 맛은 내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일요일에는 미사 시간 전에는 외출할 수 없었다.)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면 아주머니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 차에 적셔서 주던 마들렌 과자 조각의 맛이었다. 실제로 프티트 마들렌을 눈으로 보기만 하였을 때는 아무런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것이 레오니 아주머니가 주던 보리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이 맛이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아주머니 방이 있던,. 길쪽으로 난 오래 된 회색 집 이 무대장치처럼 다가와서 우리 부모님을 위해 뒤편에 지은 집의 정원쪽으로 이어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마을 모습이 떠올랐다.
(마들렌 과자 맛이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려 주면서 행복감에 젖게 해주었다. 그는 유년의 콩브레 마을 속으로 들어가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게 된다.)
* 이 부분은 내가 옮기면서 중간에 생략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부분이므로 여기에 소개한다. 소설의 주인공을 추억 속으로 데리고 가는 마들렌 과자의 향기 ------ 여기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
첫댓글 2014년 킹덤오피스텔 1111호에서 이 작품을 독해하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마들렌 한 조각에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던 신비함~~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디서 그것을 포착해야 할까?
그 기쁨의 원인은 추억이었군요.
추억을 찾는 여행은 늘 감미롭죠. 그렇습니다.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