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열린교육(한우리독서토론논술), 웅진싱크빅(웅진북클럽), 대교(솔루니), 교원(구몬, 빨간펜) 천재교육(해법독서논술) 등의 독서 사교육 업체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최근 독서 사교육업체 대부분이 콘텐츠를 구독형으로 전환하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저작물이 더 많이 이용된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일 수 있지만, 지나친 탐욕과 꼼수로 독서문화를 저질화하고 작가와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 종이책 대량납품을 빌미로 말도 안 되는 납품가를 요구하고, 터무니없이 적은 매절 비용으로 전자책을 공급받는 불공정거래를 자행하면서, 독서를 영리 추구의 도구로 전락시킨 독서 사교육업체의 불공정을 규탄한다.
독서 사교육업체 중에는 10만 명 이상의 회원 수를 자랑하며 실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의 추천도서나 필독서에 뽑히면, 적게는 500부에서 많게는 2만 부의 종이책이 한꺼번에 팔리기도 한다. 회원에게 재판매를 하는 업체에서 대량으로 책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워진 출판 시장에 대량 판매는 기뻐할 일이지만, 어린이청소년책 작가들에게는 오히려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서 사교육업체가 무리한 납품가(25-52%)를 출판사에 요구하고, 출판사는 작가에게 그 손해를 떠넘기기 때문이다. 정가가 1만 원인 책을 2천5백 원에 납품하면, 작가의 인세 역시 반에 반 토막으로 줄어든다. 독자들이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에게는 손해가 되는 구조다. 그렇다고 회원들에게 되파는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독서 사교육 업체가 필독서를 회원들에게 재판매하는 가격은 정가에서 10% 정도 할인되는 보통의 인터넷서점과 동일한 가격대다. 독서를 상업화하는 과정에 작가도 독자도 철저히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독서 사교육업체에 25%라는 납품가로 책을 보낸 출판사가 A작가에게 보고한 인세정산서를 검토했다. 본래 이 책의 인세는 7%로 정가 1만 원의 책이 한 권 팔리면 저작권료 700원이 지급되는 식이다. 그런데 2천5백 원의 납품가로 약 3천여 권 입고한 출판사는 업체로부터 총 8백여만 원의 금액을 받아 작가에게 3십여만 원을 지급하였다. 이미 25%까지 하향 조정된 공급가를 기준으로 7%의 절반인 3.5%의 인세를 적용한 것이다. 독서 사교육 업체와 거래 시, 작가의 인세를 절반으로 지급하는 것을 통상 인세 비율이라고 주장하는 출판사의 계산식 결과였다. 놀랍게도 A작가의 경험은 어린이청소년책 작가들에게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출판사가 위와 같지는 않다. 하향 조정한 납품가를 수용하면서도 작가의 인세를 그대로 지급하는 출판사도 있고, 아예 독서 사교육업체와의 불공정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출판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출판사는 그렇지 못하다. 불공정거래를 거절할 힘이 있는 대형 출판사라면 몰라도 판매 여건이 열악한 소규모 출판사와 영세한 출판사는 그럴 수 없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수고와 비용을 떠올리면서도 이를 거절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저작물을 이용하는 전자책의 경우는 더 심하다. 최근 한 독서 사교육업체는 터무니없이 적은 매절비용으로 전자책을 공급받아 이용하게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책 한 권을 3년간 사용하는 비용(매절)으로 80만 원을 제안했다. 이 80만 원의 매절료에는 글작가, 그림작가의 저작권료는 물론 출판사의 수익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경우 글작가에게 돌아오는 3년간 사용료는 고작 20~30만 원, 1년으로 하면 6~10만 원 선이다. 수천 혹은 수만 번 이용을 한 달에 1만 원도 안 되는 값으로 퉁친 것이다. 한 권의 저작물을 쓰고 내기까지 작가와 출판사가 들인 노력을 환산하는 독서 사교육업체의 저열함에 기가 막힌다.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업체들의 할인 경쟁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작가들의 저작권 사용료 희생을 전제한 대량납품이나 매절계약의 유행은 결국 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납품가에 맞추기 위해 제작비 단가를 낮추는 사교육업체용 책이 제작될 것이고, 처참한 납품가나 전자책 매절료에 반발하는 작가들은 사교육업체의 필독서 지정이나 계약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책책작가들은 어린이 독서문화의 저질화, 작가의 생존권 위협, 출판사의 이윤 갈취를 강요하는 독서 사교육업체와 그들의 갑질에 해당하는 대량납품 시 납품가 하향 조정, 싸구려 전자책 매절 계약 등을 비판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독서논술 교육을 핑계로 작가들의 저작재산권을 무시하고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2. 중소, 영세 출판사의 이윤을 갈취하는 불공정거래 강요를 즉각 중단하라. 3. 어린이독자들을 기만하고, 어린이독서문화의 저질화를 초래하는 불공정거래를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