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울지마라)-03
"지향아~”
"예”
"동생에게 전화하고 싶지?”
"네.하고는 싶지만… 당신이 아무런 말... 없어서…”
“그래. 알아. 궁금하고 걱정되어서 전화하고 싶겠지. 그러나 조금만 더 참아. 이미 그쪽에서 알도록 정보를 흘려 놓았어. 그리고 지향이는 내일 낮12시 전에 동생을 만나게 될테니까. 응”
"네. 당신이 하라는대로 하겠어요”
그 때 군복을 입은 세명의 남자가 들어왔고 그 중의 나이 든 한사람이 그사람에게로 왔다.
그 사람은 일어나서 그를 보고 웃으며 손을내밀었다. 악수하고 반가워 껴안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Hello. General Evertanya! Long time no seeyou, and I’m pretty happy to see you now."
"제너럴 에버타냐. 오랫만입니다. 건강하시지요?”
“제임스! 당신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그 둘은 영어로 인사를 하고는 곧 인도네시아어로 말하였다.
“내일 아침 반둥에 도착하면 필요한 정보와 상황을 알게 될겁니다. 이곳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오전11시 전에 도착 할겁니다. 쟈카르타행 오전 8시30분입니다. 제임스. 이번에는 내가 진 빚을 제대로 갚게 해주십시요. 계시는 동안 무엇이든 필요하면 부관 ‘다나’에게 말하십시요. 그는 4개월 전까지는 KJ International Pratama 에서 운전수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7시에 호텔 앞에서 차가 기다릴겁니다. 우리는 반둥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말을 마치며 그는 입구에서 기다리고있는 사람을 불렀다.
“만나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제임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요.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다나’ 그는30세 중반으로 보였으며, 인도네시아인 치고는 핸섬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적당한 키에 옷걸이도 괜찮았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첫인상에서 그사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그사람과 지향이 호텔방으로 돌아왔을 때는밤12시가 가까웠다.
“지향아”
“네”
“아직 자지않고 있을테니 반둥으로 전화해서 우리가 도착했으며 내일 정오쯤에는 만날 수 있을거라 알려 주어도 돼. 전화하고 싶으면 지금해”
그러면서 그사람은 지향을 가볍게 안고 키스를 한 후 베란다로 나갔다.
지향은 동생에게 전화를 한후 베란다로 나가서 그사람곁에 섰다.
"배려해줘서 고마워요”
“배려라니? 진작에 하도록 권하지 못한 내가 미안한데…”
“여보~ 이제 그런 이야기 그만해요. 우리 들어가요. 밤이 깊었고, 일찍 일어나야 되잖아요. 소향인 이 전무에게 알리고 바로 눈 좀 붙혀야 겠다고 했어요. 많이 피곤한가 봐요”
다음날 아침 7시 정각에 다나가 혼다 시빅을 타고 와 문 밖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버타냐 장군이 인도네시아에 체재하는 동안 사용하라고 하였다 한다. 그 사람은 20년 전에 호주에서 면허를 취득했으므로 우측 핸들의 차도 운전할 수 있었고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우측 핸들 차를사용했었지만 다나가 반둥까지 함께 가 줄 것을 에버타냐 장군에게 전화로 부탁했다. 씨빅은 배편으로 쟈카르타로 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반둥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그들이 수카르노 하타 (Soekarno-Hatta)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정확히 오전 8시20분이었다. 다나가 앞서서 입국절차를 대신했다. 그는 아마도 지금 없는 에버타냐를 앞세우는 것 같았다. 다나가 두번이나 제너랄 에버타냐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쉽게 절차가 끝나고, 그들은 다른 도착 승객보다 앞서 공항출구를 나와 공항밖으로 나갔다. 쟈카르타 역시 출근시간대는 온통 러시아워였다. 지향은 공항을 나서자 밀어닥치는 후끈한 열대기후와 두리안과 파파야 등 전통적인 동남아 특유의 냄새가 먼저 환영하자 두번 숨쉬기 전에 코를 잡고 눈을 찌푸렸다.
“으아악~ 제임스! 이게 무슨 냄새예요? 이렇게 숨을 못쉬게 하네요.”
“지향아. 이제부터 시작이야. 동남아의 어느나라에 가도 이런 같은 냄새를 맡을 수 있어. 그들 고유의 냄새야. 많이 맡아서 익숙해져라~”
옆에서 지향을 바라보든 다나도 재미있는지 웃고 있었다. 지향의 그런 모습은 오히려 신선한 매력의 바디랭귀지로 다나에게 전해졌다. 그는 제임스를 보고 싱긋 웃으며 영어로 말하였다.
“I heard most Korean ladies are so beautiful, I agree that by Mrs. Chang. Awesome! Isn’t it?”
“You right. And this lady is more beautiful than... You know?”
옆에서 코를 막고 듣고 있던 지향이 궁금하여 물었다.
“제임스! 저 사람이 뭐라고 그러는지 알고 싶어요”
“아~. 당신을 보니 한국여인들은 모두 다 아름답다고 하는 말이 진실이 맞다 고 해서, 내가 당신은 그 아름다운 여인들 보다 더 아름답다고 했다. 잘했지?”
“예. 맞아요. 잘하셨어요”
지향은 그 말을 하며 웃지 않았다. 다나를 보면서도 웃지 않았다. 당연한 말에 웃을 이유는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나가 한국말을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지향을 보며 오른 손을 들어 엄지 손가락을 높이 치켜세웠다. 지향이 그제서야 냄새를 잊은 듯 화사하게 웃었다.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웃고 있을 때, 바로 옆으로 검정색 씨빅이 소리없이 와서 멈췄다. 운전수는 다나에게 경례를 하였다. 그리고는 다가와서 자동차 키를 주었다. 검정색 씨빅은 번호판이 D0302SUA였다. 그것은 반둥0302남 쟈카르타 세단 정부기관 중간급 간부용임을 의미하였다. 다나가 뒷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 사이 제임스는 지향을 먼저 타게하고 자리를 잡았다.
“제임스. 쟈카르타는 구경하지도 못하고 바로 반둥으로 가는거예요?”
“미안해. 지향아. 지금은 바로 반둥에 가야하고… 이 일을 마치면 쟈카르타와 발리를 여행하고 돌아가도록 하자”
“정말! 그렇게해 주실거죠. 아이~ 좋아라. 모든 것들이 다 잘되길 바라네요. 저 지향은. 그래서 이 남자하고 넋놓고 비틀거리고 싶네요”
정말 그러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되길 지향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랬다. 어쩧든 인도네시아는 지향에게 정겨운 기대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제임스 일행이 반둥의 소고호텔에 도착하자 그사람은 내리면서 다나에게 지향을 KJ 회사 사장집까지 잘 모실 것을 부탁하고 지향과 헤어져 라비의 카운터에 체크 인을 하는데 방금 도착한 에버타냐 장군이 급히 닥아왔다.
"제임스. 방금 반둥경찰 강력반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박은정이라고 KJ회사의 한국사람이 타살체로 발견되었답니다”
“박은정이라면 여자이름같은데, 언제 살해되었답니까? 타살이라는게 확인되었답니까?”
“아니요.아직은… 그 쪽은 과거 부하들 여러명이 근무하고 있어서 KJ 회사에 관한 모든 정보를 보고하라고 하였는데 조금 전 확인이 아직 안된 보고를 받았습니다. 가 보시겠습니까?”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반둥경찰 변사체 과학 조사팀이 나와서 사체검사와 사진 촬영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향은 그 사람의 전화를 받고 먼저와서 주변을 조사하며 메모를 하고 있었다.
"James! 제가 먼저 와서 이것 저것 살피고 있었어요”
"어떻게 먼저 왔어?”
“예. 뱍샹 부장에게서 전화연락을 받고 택시타고 왔어요. 잘 했지요ㅎㅎㅎ.”
“아니야 . 잘 한게 아니야.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여자 혼자 택시를 타면 큰일 당 할 수도 있으니 다음부터는 절대 혼자 움직이지마. 그래. 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말해 줄 수 있을까?"
머석해진 지향이 그 사람의 마지막 말에 희죽미소지으며 먼저 와서 서툰 영어로 이것 저것 경찰들을 귀찮게하며 묻고 나름대로 취득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박은정의 사체는 침대위에 반듯하게 누워있었으며 목을 손으로 조른 흔적이 목에 검은 선으로 좌우 양쪽으로 두개 그리고 목젖이 있는 중심부에 엄지 손가락 형태의 자욱이 깊게 패여 나 있었으며 브라쟈는 하지 않은 채였고 팬티는 입은 채였다. 사체 아래 하얀 면시트가 심하게 구겨져 있고 반항한 흔적이 있는걸로 봐서 침대 위에서 안면있는 사람에 의하여 목이 졸려 죽었는걸로 추정된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얇은 병원용 고무장갑이 화장실 세면대 바닥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쓰레기 통에서는 애액을 닦은 화장지와 콘돔이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조사한 것인데 당신이 한번 더 살펴 봐 주시겠어요? 또 다른 흔적이나 결정적 단서같은 것들을 찾을 수 있게요.”
“그래. 이것은 주머니에 넣고 다시 새로 함께 시작해 보는게 좋겠어. 그리고 크로스 체크를 하면 뭔가 단서를 확보 할 수도 있을거야. 그 전에 화장지 좀 줄래?”
"화장지는 뭐하시게요. 잠깐 기다리세요. 차 안에서 가져다 드릴께요."
"어휴~아줌마! 그 화장지 아니고 요~ 지금 그 주머니에 들어간 애액이 묻은 화장지!"
지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단서가 들어있는 주머니에서 비닐 봉지에 넣어 둔 화장지를 꺼내어 제임스에게 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기 무섭게 두 손으로 귀한 향수인양 꼭 싸서 쥐고는 코에다 바짝 같다 대었다. 그리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중지 한 손가락을 손바닥으로 감싸여진 화장지 사이를 뚫고 쑤셔 넣었다가는 가만히 그대로 눈을 먼하늘로 향한 채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