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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진씽크빅 최봉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장이 23일 경기도 파주시 웅진씽크빅 본사에서 신규사업인 씽크U수학에 대해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씽크U수학은 웅진씽크빅이 중등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상품이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교육 시장 전망과 대응
―웅진씽크빅의 주고객층인 초등학생 수 감소가 심각하다. 지난해 초등학생 수는 교육 기본통계 조사가 시행된 1962년 이후 최저인 347만명을 기록했다.
▲최봉수=초등학생 수는 지난 10년 동안 100만명가량 줄었다. 경쟁이 치열해져 교육 시장도 대규모로 재편됐다. 학습지, 학원, 온라인 등 사업자별 영역 구분이 없어졌다. 대학교 입시 전문업체인 메가스터디가 중학교, 초등학교 등 저연령층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초등학생 대상의 학습지 강자들이 중등 교육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등 학원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특목고 향배가 결정된다'는 선전 문구를 내세워 초등학생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웅진씽크빅의 전략은?
▲최봉수=웅진씽크빅의 경쟁자는 더 이상 유아용 학습지업체인 구몬과 대교가 아니라 메가스터디나 청담러닝이다. 최대 격전지는 중학생 시장이다.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이 중등 시장을 겨냥한 '영어책 읽기' '씽크U 수학(고학년 온라인 수학 학습지)' '아이룰(PC공부방) 등을 개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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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씽크빅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최봉수=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메가스터디의 인터넷 강의에서도 완강률(처음부터 끝까지 강의를 듣는 것)이 17%밖에 되지 않는다. 멍강(멍하니 강의를 들음)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경우 집중력은 더 떨어진다. 웅진씽크빅이 오는 9월 출시하는 온라인 학습지 씽크U는 문제 풀이와 동영상 강의 길이가 7분을 넘지 않는다. '닭장집' 같은 스튜디오에서 엄청난 수의 교사들이 투입돼 14만개의 동영상 강의를 만들었다. 또 웅진씽크빅은 학습지 교사들이 주기적으로 아이들의 학습 상태를 관리해 준다. 7000명에 달하는 교사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동안 학습지를 마친 초등학생 고학년층과 중학생이 학원으로 흘러들어 갔다. 이들을 씽크U로 붙들겠다. 향후 웅진씽크빅의 주가는 씽크U가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렸다. 학습지 교사와 전집 판매 조직을 기반으로 온·오프 통합 교육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단행본 및 전자책 시장 전략
―랜덤하우스중앙에서 스카우트된 지 2년 남짓 만에 웅진씽크빅을 단행본 출판 시장 10위 업체에서 1위 업체로 만들었다.
▲최봉수=출판사가 2000종 이상 책을 보유하고 있으면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2005년 당시 웅진씽크빅의 보유종 수는 800종에 불과했다. 신간을 늘리기 위해 출판 기획자에게 별도의 브랜드를 내주고 인사 등 전권을 위임하는 '임프린트 제도'를 도입했다. 매출 상위 30% 기획자에게는 이익의 30%를 주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한 해에 500여종 이상의 신간이 쏟아졌고 '넛지' '경제학 콘서트' 등 베스트셀러도 나왔다. 연봉 1억원 기획자도 탄생했다.
―아이패드 등 각종 태블릿PC 출시에 따른 대응 전략은?
▲최봉수=화면 크기가 9.7인치인 아이패드보다 학습용으로 적당한 7인치인 태블릿PC를 눈여겨보고 있다. 단행본과 멀티미디어북보다는 학습시장에서 콘텐츠 산업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과 장기 비전
―3년간 총 100억원을 들여 10개 사내 벤처를 만드는 '이노밸리' 등 다양한 혁신에 몰두하고 있다.
▲최봉수=2030년까지 웅진씽크빅의 전략 고객인 14세 이하 인구 수가 약 30% 감소할 것이다. 향후 30년을 견인할 창조적 인력, 혁신적 기업 모델이 필요하다. 매출의 10%, 이익의 20%를 혁신 성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인수합병 계획은?
▲최봉수=교육 부분에서는 중등 학습 분야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M&A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특히 영어와 수학 분야 강의와 문제 데이터베이스(DB)를 갖고 있는 업체에 관심이 많다.
―그룹의 모태인 웅진씽크빅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장기 계획은 무엇인가.
▲최봉수=향후 30년을 준비하는 '3030 전략'을 준비 중이다. 2012년 매출 1.3조원, 2015년 매출 2.5조원, 2020년 매출 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30년을 위해 포털, 방송 등 미디어 사업 진출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웅진씽크빅'에 대한 공개 투자포럼의 조언]
순차입금 220억 달해 '사업 다각화' 좋지만 현금 흐름 신경써야
웅진씽크빅의 경쟁업체인 메가스터디와 대교는 2009년 말 기준으로 1490억원, 159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웅진씽크빅은 보유 현금보다 빌린 돈이 더 많다. 순차입금(기업이 진 실질적인 빚의 규모)이 220억원 정도 된다. 2007~2008년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최근까지 계속된 사업다각화로 쓴 돈이 많다는 뜻이다. 공개 투자포럼 패널단들도 신규 투자가 많은데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양한 사업 진출로 기존 웅진씽크빅의 브랜드 이미지가 초점을 잃는 것은 아닌가 등을 지적했다.
애널리스트 추산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의 올해 투자 규모는 평년 300억~400억원을 넘어서는 700억~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웅진씽크빅의 현금 흐름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적절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는 평가와 신규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위험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동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웅진씽크빅이 추진하는 신규사업들은 내년 이후 수익화하기 때문에 당장 투자 매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해 웅진씽크빅의 전자책 매출 규모는 10억원 정도로 영업이익은 1억원에 불과하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판단을 유보했다. 나 연구원은 "과거 웅진씽크빅이 시도한 신규사업 중 장난감이나 책을 빌려주는 '토이렌탈'이나 '북렌탈'은 실패했지만, 전집 사업이나 임프린트 제도를 활용한 단행본 사업은 크게 성공해 각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면서 "신규 사업이 본격적으로 매출과 이익에 기여하기까지 시간을 갖고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나 연구원은 "올해 배당 성향이 50%에서 40%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웅진씽크빅이 2020년 매출 5조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구 감소에 따른 학습지 부문의 매출 감소분을 메우고도 남을 신규 투자 부문의 대성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