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민련 문재인 대표는 6일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부족하다. 400명은 돼야 한다"고 말해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의 300명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재인의 이 발언은 새민련이 국회에서 개최한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에 서 나온 발언이다. 이에 앞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현재의 국회의원 정원 300명을 36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문재인의 발언은 황당하다 못해 참으로 생뚱맞은 발언이다. 문재인과 심상정의 눈에는 국회의원 정원 300명이 적은 수로 보이는지 몰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300명도 많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이 절대다수일 것이다. 제1야당 대표의 인식이 이렇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정치인의 자질과 수준으로 볼 때 국회의원 숫자가 400명으로 늘어난다면 국회는 아귀다툼의 장이 되어 희한한 별종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작년 10월 30일,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법 개정을 요청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24일 현행 선거제도와 관련하여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국회에 공식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4년 불법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폐지됐던 지구당 제도의 부활도 제안했고, 오픈프라이머리 실시 등도 국회에 제안했다. 중앙선관위의 제안을 보면 도대체 중앙선관위는 국민을 위한 존재인지, 아니면 정치권을 위한 존재인지 그 존재 이유마저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이 언급한 국회의원 정원 400명 발언은 선관위의 선거법 개정 제안에 그 배경을 깔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앙선관위는 자신들이 제안한 방안은 정당정치를 활성화 하고,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하게 반영하며, 지역주의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선관위의 주장은 다수의 국민여론과는 매우 동떨어질 뿐 아니라 정치권 비위를 맞추는 제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선관위가 제안한 석폐율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일부 헌법학자들로부터 여전히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고 지적된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치 못한 제안이다. 만약 중앙선관위의 제안대로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지역구 의원은 줄어들고, 비례대표 의원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구 의원은 246명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54명이다. 선관위의 제안은 비례대표를 100명 안팎까지 늘리고 지역구 의원은 200명 안팎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지만 자신들의 기득권 집착에는 귀재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줄인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으로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이런 꼼수와 저런 묘수를 총동원하여 의원 정수를 늘리는데 야합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일이다. 따라서 선거구 조정문제를 국회에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되어 지금까지는 전혀 구경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게리멘더링이 속출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선거구역 획정을 절대 국회에 맡겨서는 안 될 일이다.
이밖에도 선관위가 제안한 석패율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패율제란 애초 총선후보자가 지역과 비례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 중 당선자와의 득표 차이가 가장 적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해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구제하는 제도라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석패율제는 지역주의 완화라는 본래의 명분을 전혀 지킬 수 없고 오히려 퇴출 위기에 몰린 중진의원들의 안전한 당선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치신인이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 또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할 비례대표 후보자 자리까지 지역구에 출마하여 낙선한 중진급 후보자가 차지하도록 보장해주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어 결국 지역에서 심판을 받은 낙선자가 석패율로 인해 다시 당선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기득권을 가진 중진급 정치인을 구제하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가 있어 우리 실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그만큼 큰 제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에도 문제점이 상존한다, 이 또한 비례대표후보자를 국민이 선정하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당의 지도부가 임의로 선정할 것이 틀림없으므로 각 당의 지도부가 후보 선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여 또 다른 형태의 공천 전횡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권역별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되어도 당의 지도부가 당에 대한 기여도나 동질의 이념의식을 가진 운동권 출신 후보를 임의로 추천하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상존할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후보자 선정에 있어 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개입될 소지가 다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와 현재의 비례대표와는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도 이해난망이다. 특히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다당제 체제를 갖춘 국가에서는 통용이 되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양당제 아래서는 실효가 거의 없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문재인의 국회의원 400명 발언의 기저에는 석패율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속어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 문재인의 발언대로 백번 양보하여 굳이 정원을 400명으로 늘리겠다면 국회의원이 지닌 모든 특권은 전부 다 내려놓겠다고 해야 함은 물론, 보좌관 수도 절반 이상으로 축소시키겠다고 해야 하며, 일을 하거나 말거나 국민의 세금으로 매월 꼬박꼬박 받아가는 세비도 현재의 정원 300명에 한정된 예산총량제를 도입하여 의원수가 늘어나는 숫자만큼 받아가는 세비를 대폭 축소한다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현재의 특권은 특권대로 다 누리고 받아가는 세비는 그대로 다 받아가는 증원(增員)이라면 도둑놈 심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절대 받아드릴 수가 없는 일이다. 만약 무보수 명예직으로 한다면야 400명이 아니라 4000명까지 늘여도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 보다 차라리 국회선진화법을 폐기시키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인 국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문재인의 발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다. 증원 400명 발언이 문제가 되자 문재인은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더욱더 큰일이다. 제1야당의 대표이자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유력정치인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가볍게 입을 놀렸다니 참으로 황당무계하여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