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을단풍이 하도 고와서 모처럼 나들이 나서는 이들로 붐벼서
관광명소 자영업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네요.
00일보 기사인데, 아무래도 이 기자는 '비명'의 뜻을 모르고 기사를 쓴 겁니다.
아니면 흔히 남들도 쓰기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썼거나...
'비명'은 슬플 비(悲) 자에 울 명(鳴) 자를 써서,
"슬피 욺, 또는 그런 울음소리, 일이 매우 위급하거나 몹시 두려움을 느낄 때 지르는 외마디 소리."라는 뜻입니다.
놀라거나 슬플 때 지르는 소리지 기뻐서 지르는 소리가 아닙니다.
기뻐서 지르는 소리는, 환성(歡聲)이나 환호성(歡呼聲)입니다.
환성이 기뻐할 환(歡) 자에 소리 성(歡) 자를 쓰잖아요.
'즐거운 비명'은 '즐겁다'와 '비명'이 어울리지 않아서 틀린 말이고,
'즐거운 환호성'이라고 해도, 즐겁다와 환호성의 뜻이 겹쳐서 틀린 말입니다.
그냥 '환호성을 지른다'고 하면 됩니다.
괜히 글을 쓰면서 멋을 부리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는 겁니다.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납골당'입니다.
예전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해 드렸듯이,
'납골당'이 아니라 '봉안묘'입니다.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그런 것도 확인하지 않고 쓰나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라고 해서 다 옳은 게 아니고,
또 그 말들이 다 사전에 오르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잘못 쓰는 단어는 학자들이나 언론에서 바로잡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기자는 단 한 줄의 기사를 쓰더라도 고민을 하면서 써야 합니다.
몇 번 강조하지만,
학자나 기자들은 자기들만의 전문용어로 '밀담'을 나누고,
전문학회에서는 어려운 말로 범벅이 된 논문을 발표하는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부류의 인간이 아닙니다.
내가 배운 것은 남과 함께 나누고,
사회에 있는 잘못된 곳을 꼬집을 줄 알아야 합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어디선가 한 대 얻어맞더라도,
옳은 길이라면 꿋꿋하게 갈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학자이고 언론인입니다.
조금 더 나가면 전해오는 사자성어조차 멋대로 해석하는
정치인들의 수준이 더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학자 언론인 정치인 할 것 없이 우리말과 글이라도 옳게 썼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