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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가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2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을 선포하고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가 자체적으로 성지순례길을 개발해 선포한 것은 교구 설정 이래 처음이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강론에서 “신앙의 삶 자체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길이며, 동시에 순교의 길”이라고 순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순교정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신앙인 각자가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신앙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순교의 달에 많은 분들이 순례길을 걷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사에는 김태희 서울시의원과 박홍섭 마포구청장 등이 참석해 서울대교구의 순례길 선포를 축하했다. 앞서 교황 프란치스코도 서한을 통해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과 이 길을 순례하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렸다. 교황은 8월 26일 서울대교구에 보낸 서한을 통해 “순교자 성월 동안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을 순례하는 모든 이들이 순교자의 모범과 전구(轉求)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 깊은 친교를 이루고, ‘영원한 생명’이라는 확실한 선물을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미사 후에는 염 대주교와 신자 100여 명이 명동성당을 출발해 종로3가에 위치한 좌포도청 터를 거쳐 종로성당까지 약 2㎞를 순례했다. 종로성당에서는 염 대주교 집전으로 성당 지하 1층에 문을 연 ‘포도청 순교자 현양관’ 축복식을 열었다. 포도청 순교자 현양관에는 김대건 신부의 포도청 옥중 서한 등 포도청 순교자 및 증거자에 관한 자료와 포도청 순교자 명단, 형벌도구 등이 전시된다. 종로성당은 매월 마지막 주일 오후 3시에 순교자 현양 미사를 봉헌하고, 순례자들에게 포도청 도보순례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은 서울시내 천주교 성지와 성지기념성당 23곳을 잇는 순례길로, ‘말씀의 길’, ‘생명의 길’, ‘일치의 길’ 등 3개 코스다. 염 대주교는 교황청 내사원이 지난해 발표한 ‘신앙의 해 전대사 교령’에 따라 순교자 성월 동안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에 포함된 성지성당을 방문하는 모든 순례자들에게 전대사를 수여한다.
‘말씀의 길’은 광희문에서 종로성당, 좌포도청 터, 이벽의 집 터, 명례방을 거쳐 명동대성당에 이르는 코스다. 명동과 종로 일대에 남겨져 있는 천주교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으며, 거리는 7.2㎞다. ‘생명의 길’은 옥터를 중심으로 구성된 6㎞ 코스로, 가회동성당에서 의금부 터, 전옥서 터, 우포도청 터를 거쳐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중림동 약현성당을 들른 후 경기감영터에서 끝난다. ‘일치의 길’은 절두산 순교성지와 당고개 순교성지, 새남터 순교성지 등 유명 성지와 옛 용산 신학교 성당과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표석을 포함해 삼성산에서 종료하는 코스다. 33.5㎞에 달하는 도보코스로, 한국 천주교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할 수 있게 짜여 있다. 순례길과 각 성지에 관한 정보는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사이트(holyplace.catholic.kr)에서 얻을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조성위원회는 어르신들을 위한 간단한 리플릿을 제작해 서울대교구 각 성당에 100부를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페이스북(www.facebook.com/commu.seoul)에서는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사진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한편, 한국 천주교 주교단도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에 함께한다. 서울대교구는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와 공동으로 10일 ‘신앙의 해 순교자 성월 한국 주교단 도보 성지순례’를 연다. 염 대주교를 비롯해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등 22명의 주교들이 서울시내 주요 천주교 성지를 순례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