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낮은 좀 따뜻할 거라고 하네요.
어제 손녀 치료를 끝내고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막내가
인연이 닿은 몇몇 동료들과 회식을 한다고 외출했습니다.
얼마전에 무슨 기능사 시허 함격했다고 한턱 쏜다네요.^*^
흔히 사람을 만나면서 하는 말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데...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뭐 이런 말입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죠?
그런데 이 말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옷깃은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입니다.
옷깃을 세우다, 옷깃을 바로잡다...처럼 씁니다.
쉽게, 고개 뒤와 귀밑에 있는 게 옷깃입니다.
그럼 언제 이 옷깃이 스칠 수 있죠? 그냥 지나가다 이 옷깃이 스칠 수 있나요?
지나가다 누군가 제 옷깃을 스치면 저는 막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삐리리가 있냐면서...
우리가 지나다니면서 복잡한 길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 스칠 수 있는 것은,
옷깃이 아니라 옷자락이나 소매입니다.
옷자락은 "옷의 아래로 드리운 부분"으로
옷자락이 길다, 아이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떼를 쓴다...처럼 씁니다.
소매는 "윗옷의 좌우에 있는 두 팔을 꿰는 부분"으로
짧은 소매, 소매 달린 옷, 손등까지 덮은 긴 소매, 소매로 눈물을 닦다...처럼 씁니다.
곧, 옷 끝에서 나풀대는 곳이 소맵니다.
따라서, 우연히 부딪칠 수 있는 곳은 옷자락이나 소매지 결코 옷깃이 아닙니다.
옷깃은......
남녀가 어떻게 하면 옷깃을 스치게 할 수 있죠? 거 참......^^*
아마도 우리 조상님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시면서 이런 익은말(속담)을 만드셨는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남여가 '옷깃을 스친' 뒤,(그게 그리 쉽지 않지만...)
이제는 '인연'이 되어 버렸으니,(어쩔 수 없이...)
잘 알아서 하라는 말을 에둘러 그렇게 한 게 아닐는지......
그냥 웃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는 저와 옷깃을 스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조선시대
진묵(震默)스님의 게송이 생각나네요.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개로 삼으며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를 술동이로 만들어
크게 취해 옷깃을 떨쳐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리지나 않겠는가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진묵 스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마셔서 정신이 몽롱해지면 '술'이요, 마셔서 정신이 맑아지면 '차'라.
저는 차를 좋아합니다.
술은 싫어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읽고 나니 옷자락이 바른 표현이네요.
무심코 옷깃만 스쳐도...라고 했습니다.
인연이란 스치지 않으면 맺어질 수 없고,
만남 없이 생겨나지 않는 게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옷자락과 옷깃의 차이를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