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등 불가항력 조항 포함 안 돼
'베이징보다 더 나쁜 것 같은데요?'
최근 베이징 시노보 궈안으로 이적한 한국 수비수 김민재는
5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1차전 경기를 하루 앞두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훈련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실이었다.
경기가 열린 6일 경기 오후 전주의 미세먼지 지수는 139마이크로/m3, 초미세먼지는 104마이크로/m3로 나란히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 지수는 25마이크로/m3로 '좋음'이었다.
한국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수치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라 국내에서 경각심이 심화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4월 미세먼지 수치에 따라 K리그 경기의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경기 감독관은 경기규정 29조 3항에 따라 경기 개최 3시간 전부터 경기 종료까지 개최 지역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인해 경보가 발령되거나 경보(미세먼지 300마이크로m3, 초미세먼지 150마이크로/m3)를 초과하는 경우
취소 혹은 연기할 수 있다.
선수와 관중 보호를 우선 가치로 내세운 결과다.
ACL 규정 중 경기 취소가 가능한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에 포함된 사항은 혹한의 날씨와
홍수, 낙뢰, 폭동, 화재, 폭발, 지진, 건물 피해, 전염병, 기타 자연 재해, 경기장 전력공급 이상 전쟁, 테러, 군사 작전, 폭동 등이다.
미세먼지 불가항력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타 자연 재해에 미세먼지가 포함될 경우 경기 취소를 논의 할 수 있겠지만 확률은 희박하다.
다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주관하는 대회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에 참고하고 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대기오염지수가 200마이크로m3를 넘을 경우 대회 메디컬 오피서가 감독관과 상의해 경기를 취소할 수는 있다.
그러나 AFC에서 파견하는 메디컬 오피서가 ACL에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시안컵이나 연령대 대표팀 챔피온십처럼 한 장소에 모여 경기를 하는 대회에는 AFC 공식 매디컬 오피서가 있지만
ACL은 아시아 전 지역에서 비슷한 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파견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대신 경기를 개최하는 구단에 제반 사항을 일임한다.
여기에 K리그에서 미세먼지(Fine Dust)를 특정하는 것과 달리 AFC는 대기오염지수를 규정한다.
국제적인 기준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추가로 ACL은 다른 대회에 비해 취소하기 어렵다.
국내 팀 간의 경기가 아니라 다시 일정을 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한국 못지 않게 대기오염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자주 경기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ACL 감독관으로 활동하는 연맹의 장호관 경영기획팀 과장은 '현실적으로 ACL 경기가 미세먼지로 인해 취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를 다녀보면
아직 한국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주/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