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의 함박눈
갑진년이 되었지만 설을 쇠지 않아선지 아직도 세모같은 기분이 드는 요즈음 이다. 하기야 입춘절(2월4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도 계묘년이기는 하다.
고교 동기생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4호선 전철 ‘대공원’ 역 출구를 나서니 탐스러운 함박눈이 펄펄 날리고 있다.
하얀 눈이 천천히 내리는 대공원 산책로를 걸으며 마치 어느 동화속 나라로 들어선 느낌이 든다. 눈송이가 땅과 나무에 부드럽게 얹히면서 온 세상이 순수하고 맑아지는 듯 한 환형이 떠오른다.
걸음마다 눈이 살랑거리며 발자국 소리가 바람에 스며든다.
드넓은 대공원 전체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듯 한 느낌이다.
길가에 설치된 각종 조형물에 비친 눈결은 작은 반짝임으로 동심을 부른다.
서늘한 공기와 함께 퍼지는 소리 없는 풍경이 마치 고요한 음악처럼 평온함을 선사하고 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은 마치 고요한 음악처럼 평온해지고 있다.
솜털같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눈송이들이 얼굴을 스치며 춤을 춘다.
광활한 대공원의 풍경은 눈이 내릴수록 고요하고 아름다워진다.
나뭇가지에 눈이 묻어 흰색 장식을 한 듯하고, 정원의 꽃나무들이 겨울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듯하다.
눈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들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것 같다.
함박눈 내리는 대공원 산책은 우리만의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 주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함박눈 속의 온 세상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이다.
눈길 산책은 고독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낭만적인 여행이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 날 때 혼자 왔고,
세상에서 죽어 갈 때도 나 혼자 가게 마련이다.”
세상에 올 때나 세상을 떠나갈 때 동행은 없었고, 같은 운명의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인간은 정신적 존재기 때문에 ‘사귐’을 갖는 특성이 있다.
가족, 이웃, 친구들이 사귐의 대상인 것이다.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걸으며 나도 고독한 존재라는 걸 실감한다.
모두들 눈에 취해 말을 잊은 듯 하고, 나는 나에게 묻고 내가 답하며 눈 속을 걷고 있었다.
“우정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의 친구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허물없고 가까이 사귈 수 있는 친구들은 중고등 학교 때의
벗들이다. 중고등학교 때의 벗들은 친히 사귀어 온 정이 통하기 때문이다.
우정이란 목적 없이 시작되며 계획 없이 커지는 것이다.
한 학교를 다녔다든가, 같은 직장에서 일을 했던가, 같은 마을에서 살았다는 우연한 조건이 우정의 시초가 된다.
친 구간 사귐이 계속되는 동안 같은 뜻과 생활태도를 발견하고,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깊고 튼튼한 우정이 쌓인다.
옛날부터 한솥밥을 먹고 자랐다는 말이 있다.
생활환경이 정으로 얽혔기 때문에 깊고 튼튼한 우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정은 부모자식 사이나 부부간의 본능적 애정과는 다르다.
가족이나 연인들 사이의 본능적 정과는 달리 우정은 정신적 목적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정이야 말로 자연스러운 본능과 정신적 기능성을 동반한 정과 이념의
사귐 이다. 우리들 일상을 살아가는데 우정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을까?
눈은 계속 내리고 일행은 공원 안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대공원의 함박눈이 오늘의 다섯 친구들에게 축복이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우정은 정신적 목적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정이야 말로 자연스러운 본능과 정신적 기능성을 동반한 정과 이념의
사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