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1.29 15:56 | 수정 : 2013.11.29 19:04
새누리당의 세 여자 이야기
세 여자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비슷한 곳에서 공부하고, 비슷한 시점에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세 여자의 희비 곡선은 비슷한 듯 달랐다. 서로를 경쟁 상대로 생각했기 때문인지 세 여자는 서로를 어려워했고, 때론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그랬던 세 여자가 최근 서울시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또 다시 경쟁을 시작했다.
나경원(50) 전 의원, 이혜훈(49) 새누리당 최고위원, 조윤선(47)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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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나경원 전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조윤선 여성부장관
나경원 VS 이혜훈2002년 9월, 대선을 앞두고 있던 한나라당 당사는 붐볐다. 임박한 대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당 전체가 달떠 있었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였는지 사소해 보이는 문제를 두고도 당내 논란이 벌어졌다. “이회창 후보를 수행할 여성 대변인을 누구를 시키느냐”는 문제였다. ‘나경원이 낫다’는 쪽과 ‘조윤선에게 맡기자는 의견’, ‘이혜훈이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렸다.
당시 이혜훈을 밀었던 한 관계자의 말. “이회창 후보의 약점인 ‘귀족’이미지를 커버하기 위해선 화려하기 보다는 수더분한 맏며느리 같은 여성이 수행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은 조윤선이 대변인을 맡아 이 총재를 수행하는 쪽이었다. 세 여자들의 경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물먹은’ 나경원과 이혜훈은 각각 여성 특보와 경제특보를 맡으며 한나라당사 한 켠의 특보실을 지켰다.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82학번 동기다. 법대와 경제학과로 전공은 달랐지만 ‘82학번의 재원(才媛)’으로 소문나 있던 두 사람은 학교에서 단짝같이 붙어 다녔다. 서로의 집에 놀러간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영역에 진출해 경쟁하는 처지가 되자 같은 방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한 관계자는 회고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나경원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외부 공천심사 위원이 된다. 비례대표 의원을 보장 받은 자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혜훈이 지역구(서울 서초갑)에 출마하겠다며 공천을 신청했다. “두 사람 사이에 본격적으로 금이 간 것이 이 때였다”고 당 관계자들은 기억한다. 당시 공천심사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2004년 총선 직전 이혜훈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다.
“기자=서울대 동기인 나경원 공천심사위원이 이 교수의 공천을 밀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혜훈=다른 사람들의 얘기는 다르다. 9 대1의 공심위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고 있다.”
나경원이 자신을 밀기는커녕 방해했다는 뉘앙스다.
나경원으로선 이런 이혜훈을 야속해 했다고 한다. ‘도와줬는데도 고마워하긴 커녕 방해했다고 생각하니….”
나경원은 “혜훈이가 나한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이혜훈은 “경원이가 나한테 그럴 수 있냐”고 했다.
그러던 두 사람은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을 계기로 친박(이혜훈)과 친이(나경원)로 갈라진다. 두 사람 사이 간극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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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7월 전당대회에서 이혜훈과 나경원은 날카롭게 부딪혔다.
2010년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 이혜훈이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하지 않을 것 같던 나경원은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날 선 비판이 오갔다. 이혜훈은 전당대회장에서 ‘며느리론’을 목놓아 외친다.
“여성 지도부는 집안으로 치면 종갓집 며느리다. 종갓집 며느리는 곳간 열쇠를 간수하고 알뜰살뜰 살림해야 한다. 그런데 일은 안 하고 꽃단장만 하는 사람, 콘텐츠는 뒷전이고 이미지만 챙기는 사람이 집안에 들어오면 그 집안은 망한다.”
‘꽃단장만 하는 사람’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나경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주류 친이계 지원을 받은 나경원은 최고위원에 당선됐고 이혜훈은 떨어졌다. 이혜훈은 무대 뒤에서 펑펑 소리 내 울었다.
조윤선 VS 나경원외교학과를 나온 조윤선은 나경원 보다 대학은 2년 후배지만 사법시험은 1년 먼저 됐다. 2002년 정계에 같이 입문한 두 사람은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누가 더 (미모가) 낫냐?’는 품평의 저울에 수시로 오르내려야 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신경전은 외모를 두고서만 벌어진 게 아니었다.
조윤선은 2002년 보수정당의 첫 여성 대변인을 맡으며 전국적 유명세를 얻는다. 반면 나경원은 특보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그 해 대선에서 패배한 뒤 상황이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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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대선때까지는 조윤선이 이회창 후보의 수행 대변인을 맡아 제일 잘 나갔다.
2004년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된 나경원은 원내대변인에 이어 당대변인을 맡으며 지명도를 높여갔다. 18대 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한 나경원은 당 최고위원에 오르며 승승장구했고, 마침내 2011년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조윤선은 2004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조윤선과 나경원, 두 사람 사이가 멀어진 것도 2004년 공천 때문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관계자의 얘기다. “조 장관도 당시 공천을 받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안다. 당연히 공천심사위원이던 나 전 의원에게도 부탁했겠지. 그런데 나중에 조 장관이 나 전 의원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정치권 진입을 포기하고 한국시티은행 부행장을 하던 조윤선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정치 무대로 복귀한다. 조윤선은 곧장 대변인 보직을 받게 되는데 바통을 넘겨준 이가 바로 나경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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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과 조윤선이 2008년 3일 한나라당 대변인 바통을 주고 받은 뒤 함께 사진을 찍었다.
당시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은 전임(前任) 나 대변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현임(現任) 조 대변인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조윤선은 “나 대변인은 사진만 찍으면 잘 나오는데 조 대변인은 왠지 사진이 안 받는다”는 사진기자들의 평판에 민감해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미모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비교의 저울 위에 다시 올랐다. “후임자로선 여간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다보니 두 사람 간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마찰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경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급전직하(急轉直下) 하는 사이, 조윤선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대변인이이 되면서 새로운 날개를 단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첫 내각에 여성부장관으로 입성한다.
이혜훈 VS 조윤선2012년 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화여고 졸업식장에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났다. 이혜훈은 지역구 의원 자격으로, 조윤선은 동문회장 자격으로 세화여고를 찾은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례대표 의원인 조윤선이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자신의 모교가 있는 서초갑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지역구 의원인 이혜훈으로선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졸업식 축사 순서가 문제됐다. 조윤선이 먼저 축사를 했다. 이혜훈은 박수를 쳤지만 속내가 불편했다. 조윤선이 자신을 ‘물먹였다’고 느낀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이혜훈은 조윤선이 자신의 지역구를 노리고 ‘강남 지역에서 3선은 안된다’는 논리를 만들어 퍼뜨렸다고 생각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위야 어찌됐든 서초갑 지역구를 놓고 두 사람 사이에 첨예한 신경전이 펼쳐진 것만은 분명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을 유지하던 두 사람의 사이는 급격히 나빠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19대 총선에서 공천장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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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훈은 누가 뭐래도 친박계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이다.
이혜훈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대변인이었다. 이후 친박계의 대표적 여성 의원이 됐다. 그는 누가 뭐래도 친박 핵심 의원이었다. 이혜훈은 그 때문에 2008년 총선에서 낙천 1호로 찍혔다가 구사일생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물을 먹으면서도 곧 박근혜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를 품고 살았다.
2013년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면서 초대 내각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혜훈은 언론 하마평의 단골 인사였다. 하지만 하마평으로 끝이었다.
그러던 차, 이혜훈은 이명박 정권 내내 ‘중립성향’으로 분류되던 조윤선이 박근혜 정권의 첫 여성 장관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지역구를 두고 조윤선과 신경전을 펼쳤던 이혜훈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나경원 VS 이혜훈 VS 조윤선정치 입문 동기인 세 여자는 공교롭게도 19대 총선에서 모두 낙천의 고배를 마셨다. 낙천 이후 나경원은 스페셜올림픽 등 정치 바깥 일에 집중했고 이혜훈은 여당 최고위원으로, 조윤선은 여성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치열했던 세 여자간의 경쟁과 갈등도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세 여자 모두 서울시장 도전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결과가 어찌될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세 여자 모두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이 최고위원은 최근 “상당히 많이 긍정적으로 (생각이) 기울어가고 있다”며 사실상 서울시장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 조직책 공모에 응모하면서 정치 재개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 장관 역시 서울시장 도전을 타진하고 있다.
조만간 세 여자는 정치 무대의 전면에 다시 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에서 10년 넘게 연재되어 온 ‘여성 삼국지’도 후속편을 이어 갈 것이다. 제각각 그려온 세 여자의 희비곡선은 이번에는 어떤 모양새를 그리며 다시 만날까.
첫댓글 택도 않되는 구태 뺀질이가 감투 욕심은 있어 가지구
설라무네,
곳간지기 맡며느리 이혜훈최고위원이야말로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큰 정자나무같은 위인이다.
스마트한 인테리여인 맡은바 수행참모 잘하고 이제
맡은바 직무에 충실하고 있으니 이얼마나 보기가 좋은가!
단지 항시 염려스러운것은 시대 환경변화에따라 변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변하지 마이소, 충신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