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시작은 타자와의 대화이다. 내가 바라보는 관심사나 발화하고자 하는 시적 지향점은 여기서부터이다. 형식적인 대화로 난무한 현실, 속 깊은 대화의 단절을 절절하게 느낀다. 사람들의 겉모습만 만나고 올 때, 내면과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허감만 쌓이기도 한다. "우리의 대화는 왜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 같을까"에서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난다. 획일적이고 피상적인 대화들로 가득한 그런 대화들을 하고 돌아온 날이면 속이 텅 빈 것 같은 마음이 든 것이다. 빈 껍데기 같은 것이다.
현대인의 마음 열기에 인색한 시대에 열려있는 관계에 대한 깊은 기대와 실망, 우리의 관계망은 비단 사람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