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J9RraNFaWiU?si=q-dDavZQFUtpVIQU
Stanislav Bunin plays Mozart Piano Concerto no. 12, K. 414 - video 1990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브 부닌(1966--)
1985년 10월, 5년에 한번씩 열리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제11회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초로 소련인 피아니스트가 우승했다. 스타니슬라브 부닌이라는 19세의 청년이다.
50년이 넘는 긴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이 콩쿠르는 폴리니,아르헤리치, 올슨, 치머만, 당 타이 손 등 현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했음을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제11회 콩쿠르의 예선 단계에서부터 부닌에게는 이상의 선배들 못지않게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는 평가가 주어졌다.
그는 이미 17세 때 프랑스에서 열린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자이면서도 당당 제1위를 획득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이 쇼팽 콩쿠르는 독주에 의한 3차의 예선을 거쳐야만 비로소 본선에 나아가 협주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11회는 참가국 32, 총참가 인원 124명이라는 대성황이었다. 10월 19일,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에 진출한 여섯 명의 연주자 중 부닌은 압도적인 명연으로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 때의 실황이(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레코드로 출반되었다. 타데우슈 스투르가와 지휘,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니 교향악단 협연의 폴란드 무사(Musa)녹음 반이다.
여기서 듣게 되는 부닌 연주의 특징은 한마디로 뛰어난 피아노 음의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겠다. 최강음에서도 피아노가 결코 음이 깨어지거나 비명을 지르는 일이 없이 한껏 울려 퍼지는가 하면 약음에서는 풍부한 뉘앙스 속에 온갖 표현을 골고루 다 이끌어 내주고 있다.
최강음에서의 최약음에 이르는 넓은 폭과 어떤 어려운 악절에서도 전혀 애매함이 없는 뛰어난 기교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기교가 자칫 기교로만 치달리기 쉬운데 부닌은 깊은 음악적 통찰력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
도저히 19세의 젊은이의 연주라고 보기 어려운 노숙한, 아니 천재적인 역량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명확한 음향, 자재로운 테누토, 폭넓은 명암과 음색의 변화, 다채롭고 그지없이 맑은 악절과 화음, 그리고 날카로운 감성과 정확한 구성력을 지니고 있다.
1. 마음으로 연주하는 쇼팽의 음악
부닌은 오로지 피아노 연주에만 몰두할 뿐, 지휘나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다. 쇼팽 음악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가는 연주중에 너무 많은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됩니다. 감정은 항상 깊숙한 곳에 감추어 두고 있는데 청중이 그것을 느껴줄 것입니다. 예술이란 연주가가 아니라 청중의 눈물을 흘리게 하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쇼팽의 음악에 관해서만은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연주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니까요.>
콩쿠르에서 우승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연주는 바로 위와 같은 말의 실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음악가로서는 기제킹, 카라얀, 시바르츠코프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피아노를 통해 보다 폭넓은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폐쇄적인 소련인답지 않은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면무를 보여주는 부닌의 자기 견해이다.
스타니슬라브 부닌은 1966년 9월 25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소련의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리흐테르(Svjatosiav Richter)와 길렐스(Emil Gilels)의 스승이었던 겐리프 네이가우스이며 아버지도 명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이다. 또 어머니 역시 피아니스트로서 모스크바 음악원 출신이며 지금은 모교의 교수로 있다.
서양 속담에 부자집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을 두고 <은수저를 몰고 태어났다>고 하는데 부닌은 바로 피아노를 안고 태어났다고나 해야 할 것이다.
부닌은 네 살 때 어머니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1972년 여섯 살에 모스크바의 중앙음악학교에 입학했다. 여기서 엘레나 리흐테르 교수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아 1979년에 열셋의 나이로 콘체르티노 프라하 국제 콩쿠르에 출연, 디플로마를 획득했다.
그리고 1983년에 파리에서 개최된 롱-티보 콩쿠르에 나가 1위의 영광을 차지했음은 앞에서도 말한 바 있다.
부닌은 이듬해인 1984년에 모스크바의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 입학, 쇼팽 해석가로서 유명한 세르게이 드렌스키 교수에게 사사했다. 드렌스키 교수의 이 제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는 유명하다.
1985년 7월 11일부터 8월 19일까지 일본 전국 수회 공연(19회) 때도 그의 과보호는 화제 거리가 되었다. 최근 일본의 <아사히 그래프>지의 특집 기사 제목은 <스타니슬라브 부닌-천재 피아니스트의 무대와 프로필>이었다.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부닌을 만나기란 지극히 어렵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드렌스키 교수가 언제나 지키며 보물처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공연 때에도 변함없이 시종 꼭 붙어다니고 있다. 이같은 철저한 보호는 팬들의 부닌에 대한 <환상>적인 면을 증폭하기 위한 계책이 아니냐고 따져 보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19세의 청년이기 때문에>라고 드렌스키 교수는 변명한다. (중략) 하지만 부닌에게는 19세라고는 볼 수 없는 노숙한 분위기가 있다. 사흘째 밤의 연주에서 들려준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1을 예를 들어 본다면, 과거에 어느 누구가 그처럼 연주할 수가 있었는가! 헤블러, 하스킬, 피리스 같은 <모짜르트 연주가>라든가 굴다, 브렌델, 아쉬케나지와도 다른 날카로운 칼날같은 데가 있는 연주 현대의 젊은이다운 스피드와 에너지로 자기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연주로 쏟아 붓는 열정이 있어 클래식 음악 팬을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모양이다.
2. 세계 콩쿠르를 석권한 소련의 우상
<젊은이들이 클래식에서 떠나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애석한 일이다. 고전의 아름다움을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어필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부닌은 어느 모로 보나 이미 소년은 아니다. 소련에서의 부닌에 대한 인기도 대단하다. 아직 그가 쇼팽 콩쿠르에 입상하기 전인 1985년 여름에 이미 소련의 유일한 국가 레코드 제작 회사(멜로디아 레코드)와 계약하여, 그의 첫 레코들로서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와 <토카타>, <꽃의 곡>을 녹음했다. 이 사실은 참으로 이례적인 것으로 그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 후 제11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곧 모스크바 필하모니의 독주자로 계약을 맺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제11회 쇼팽 콩쿠르 본선 연주 때의 실황 레코드 외에 이 콩쿠르 3차에 걸친 예선 독주 실황 녹음도 레코드로 제작되었다.
제1차, 2차 예선 때의 연주 실황 레코드에는 쇼팽의 녹턴 제5번, 연습곡 제12번, 제8번, 스게르쪼 제4번, 전주곡 제13, 14, 15, 16, 17, 18번, 발라드 제4번, 왈츠 제4번, <화려한 왈츠>, 폴로네이즈 제6번 등이 수록되어 있고 3차 예선 때의 레코드에는 역시 쇼팽의 마주르카 제22, 23, 24, 25번 및 피아노 소나타 제3번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상 세 장(전부 연주회 실황)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레코드의 전부인데 필자는 아직 본선 실황 레코드 밖에 듣지 못했으므로 1, 2, 3차 예선 연주에 대한 평을 일본 레코드 전문지(<레코드 예술> 7월호)에서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부닌의 피아노는 미리부터 사람들이 예측할 수 있는 어떤 정해진 표현이 아니다. 때로는 부분적으로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대담한 방법도 볼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전체적으로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아무런 위화감도 주지 않는다. 매우 자연스러워서 당연한 표현이라고 납득하게 만든다.
그것은 스케르쪼 제4번이라든가 마주르카 등에서 특히 그런 경향이 현저하다. 가령 스케르쪼의 중간부분은 일반적으로 템포를 떨구어서 연주하기 마련이지만 부닌은 매우 빠른 템포로 연주하고 있다. 이런 빠른 템포로 어떻게 서정적인 부분을 노래할 수 있을까 하고 으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처음 한동안뿐이고 불과 8소절도 안가서 그것이 아주 타당하다는 사실을 청중들은 깨닫게 된다. 소나타나 협주곡 같은 대곡이라면 구성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런 특이한 연주를 하지 않겠지만 곡 전체의 템포의 배분, 어떤 강조할 부분으로 옮겨 갈 때 템포를 자유자제로 소화해 나가면서도 결코 규칙에 어긋남이 없는 점 등이 뛰어나다...
출처-안동림의 이 한장의 명반
요즘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한 음반중에서 "안동림 교수의 이 한장의 명반"시리즈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음반 들을 라이선스로 재발매되고 있는데요.. 저렴한 가격에 구입을 할 수 있습니다. 위의 글에서 느꼈듯이 과거 LP시대에 나온 책입니다. 요즘 시대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음반은 그대로 이기에 소개합니다.
글쓴이 : 베토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