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ky Way
감자탕을 끓였습니다.
연말이라서 조촐하게 술 한 잔 할 목적이었는데
제가 언제 감자탕을 끓여 봤겠습니까?
길곡님이 돼지 등뼈는 사 놨는데
어떻게 끓이는지, 양념은 또 어찌하는지 몰라서
전날 인터넷 뒤져서 레시피를 찾아 봤더니
기본 틀은 비슷한데 저마다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여러 장 복사해놓고는 적당히 끼워 맞춰서 감으로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마고 큰소리는 쳐놓고 은근히 걱정 되어
약속된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워낙 추운 날이라
전날 밤에 내 놓은 돼지등뼈에 잔 얼음이 서걱서걱 해서
쭈그리고 앉아 손으로 떼어 내어 물에 담갔습니다.
찬물에 돼지고기를 만졌더니 기름이 엉겨 끈적끈적합니다.
기본 준비는 해놓고
눈물 찔끔거리며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레시피대로라면
돼지등뼈는 3시간 동안 물에 담가 둬야 하지만
방을 데워야겠기에 불을 먼저 지핀 겁니다.
추운 날에는 아궁이 앞이 아주 제격이더군요.
그렇게 세 시간여 부산을 떤 뒤에
가마솥에 돼지등뼈를 넣고 나와 보니
하얀 눈송이가 하나 둘 날리고 있었습니다.
낮게 내려앉은 하늘이 눈 올 것 같다 했더니
정말 눈이 내리는 겁니다.
그냥 그렇게 멈추나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이 내리더군요.
내 고향에서는 지겹기까지 한 눈인데
남쪽에선 참 귀한 풍경이어서
금방 녹아 버릴 것 같은 조바심에
카메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어려서도 늙어서도 첫눈은 어찌 그리도 반갑던지요.
그렇게 한 시간의 짧은 풍경은 사라졌지만
길에 덮인 하얀 눈들이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부엌의 열기로 내린 눈은 금방 녹아버리고
지붕에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등뼈가 푸르르 한 번 끓은 뒤에 건져 내고
새물을 붓고 본격적으로 끓이기 시작해서
두 시간 쯤 푹 고았습니다.
그 사이 손님이 오시고
따로 삶아 놓은 시래기와 양념장을 넣고 작은 냄비로 끓여서 소주 한 잔 했습니다.
양념장은 길곡님 옆지기께서 해 주셨는데
먹기 바빠서 양념장 넣기도 전에 찍었더니 좀 허옇군요.
'파 넣었나?'
'고추는?'
'그거 땡초 맞나?'
'뭐 빠진 거 읍나?'
'가만, 간은 소금으로 하는 거라 캤는데...'
말로만 왁자했지
사다 놓은 감자도 넣지 않았고 들께도 깜빡했습니다.
일테면 감자 빠진 감자탕인 셈이지요.
왕 초보들이 둘러 앉아 입으로 만든 감자탕이이라
음식점에서 파는 것에는 못 미치지만 먹을 만했습니다.
아마, 만드는 즐거움이 곁들여 졌기에 좋았었나 봅니다.
그렇게 한 해의 끝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감자탕 잘 모릅니다.
이번에 조금 배웠으니 다시 하면 조금 더 나아질 테지요.
앞으로 번개 식사메뉴로 천거하기도 했으니
조만간 감자탕 번개 함 때리겠습니다.
제가 해봐야 얼마나 하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맛은 자신할 수 없습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재미가 맛을 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은 아주 어려운 레시피를 올리겠습니다.
- 2011 맛있는 통사공 만들기 -
1. 도우미 선정
년 초에 각 지역별로 1 명씩 4~5명 선정할 계획입니다.
2. 주 1회 공식체팅방 열기
목공예 관련 질문과 답, 그리고 경험담을 나눌 온라인 공간으로 체팅방을 이용하면 어떨까요?
때론 세상사는 이야기도 주고 받을 수 있겠지요.
3. 번개의 활성화
근년에 들어 번개모임이 뜸했습니다.
장소와 기술을 보유하신 분들께서 생업에 바쁜 이유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 침체로해서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우선 저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창원에 있는 길곡님께 부탁해서
소품 위주로 일단 시작해 보겠습니다.
참여와 소통이 카페활성화의 첩경이라 여기기에
회원들의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재미가 있으면 더 자주 모일 수도 있겠지요.
4. 년 1회 이상 이벤트 행사(회원자체이벤트, 대외이벤트)
이런저런 핑계꺼리를 만들어
회원들을 위한 이벤트도 가끔 열어보고 싶네요.
가령,
-아마츄어 회원의 작품 중 잘된 작품을 선정해서 작은 소재라도 하나 전해드리고
-세상사는 이야기방에 올라온 글 중에 선정해서 소품이나마 전해드리고
-꼬리글, 한줄글, 댓글 등 열심히 참여 하시는 님들께 소품이나마 감사함을 전해 드리고
-번개, 정모에서 열심히 봉사하시는 님들께도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나무로 할 수 있는 대외봉사는 어떨까요?
5. 여름정모
매년 열리는 여름정모도 좀 더 구체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이상은 대략적인 밑그림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운영계획을 세우고 싶은데
저 혼자 궁리하다보면 자칫 주관적으로 흘러 변질될 수도 있겠기에
가급적 많은 분들의 의견이 필요하지만 일일이 공론화 하기가 어려우니
대표적으로 몇 분을 도우미로 선정하려고 합니다.
더우기
시력도 예전만 못해서 컴을 장시간 볼 수 없다보니
회원관리도 자꾸 늦어지고
꼬리글이나 댓글 다는 것도 게을러 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하루빨리 도우미 선정해서 머리 맞대고 의논하여
[통사공]이라는 누구나 먹고 싶은 맛난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감자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요리지만
순정한 마음으로 정성을 깃들인다면 비슷한 맛은 나오리라 믿습니다.
님들이 계시기에 만들고 싶은 통사공이고
님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요리입니다.
함께 만들고 함께 먹으면 더 맛나겠지요?
님들의 응원이 어느때보다 필요합니다.
지난 한 해 마음 내 주신 우리 님들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내 만복이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1 새해에 강바람 드림-
마지막으로
제가 참고 했던 감자탕레시피를 복사해 올립니다.
1. 돼지 뼈 핏물 빼기 돼지 뼈는 6cm 길이로 자르고 찬물에 3시간쯤 담가 핏물을 완전히 뺀다. 2. 채소 썰기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씻어 큼직하게 썰고, 얼갈이배추는 5cm 길이로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깻잎은 씻어 물기를 빼고 큼직하게 썬다. 고추는 송송 썬다. 3. 향신채 준비하기 파는 다듬은 다음 씻어 1대는 큼직하게 자르고, 나머지는 어슷 썬다. 양파와 마늘,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 큼직하게 썬다. 4. 돼지 뼈 삶기 끓는 물을 넉넉하게 준비해 돼지 뼈를 삶는다. 한 번 끓으면 돼지 뼈를 건져내고 국물은 버린다. 다시 돼지 뼈를 냄비에 담고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큼직하게 썬 굵은 파, 양파, 마늘, 생강을 넣고 통후추와 함께 끓인다.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이고 2시간쯤 푹 삶는다. 5. 양념장 풀어 끓이기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면 뼈는 건지고 국물은 면포에 걸러 기름기와 불순물을 없앤다. 국물을 다시 냄비에 부어 뼈를 담고 분량의 양념장을 풀어 끓인다. 6. 채소 넣고 끓이기 ④의 국물에 감자, 얼갈이배추를 넣고 끓이다가 감자가 거의 익으면 들깨가루를 뿌린다. 마지막에 깻잎과 어슷 썬 굵은 파, 붉은 고추를 올리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첫댓글 지리?로 끓이는 감자탕 어떤 맛이 날지...ㅎ
다른건 몰긋고 창원에서 하는 번개는 한번씩 가긋슴다.ㅎ
지리산을 통째로 끓이면 어떤 맛이 날까?
새벽님 오신다면 까이꺼 매일이라도 번개 때리지요...^^
여러모로 궁리 하시는 선생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내매기님 흔적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지요...^^
멋진 강바람님....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멋진 사람이 멋지다고 추켜세워 주시니 그 역시 힘이 솟내요...^^
잘이루어지도록 기도 드림니다..
기도 해 주신다니 그 역시 힘이 솟고요...^^
강바람님의 감자탕 맛 처럼 늘 사랑 넘치는 통방이 될것을 믿습니다..
양념 버무리는 것 좀 가르쳐 주세요...^^
열씨미 참여하겠습니다. 동안 소홀해서 죄송합니다.
만들기만 해 주시면 설거지는 제가 하께요...^^
레시피 보니 제대로 끓이셨습니다...
한번 끓여내고 그 물을 버리는 것이 뽀인트였거등요...
신혼시절엔 꽤 많이 끓여먹었는데 지금은 집에서 안 해 먹은 지 오년은 넘은 듯요...
생강같은 걸 넣으면 잡내가 잡히고
씨레기 같은 것도 된장이나 마늘을 넣고 팍팍 문질러서 넣으면 훨씬 낫습니다...담부턴 제가 함 끓이지요...^.~
새해 복 많이 맏으시길요...ㅋ
생강도 넣었고 된장도 풀었습니다.
그래도 전문가가 하시는 것과는 많이 모자랄 겁니다.
통사공 레시피도 간 좀 봐 주이소...^^
감자탕레시피라...저보다 많이 잘 하십니다.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음식 때문에 긴장하는 건 저도 처음입니다. 건강하세요...^^
마음이 있으면 되겠지요...복 많이 받으세요..
마음....
저도 그것만 믿고 있답니다...우리 오래 보자구요...^^
기 불어 넣어 드립니다...야~~~~~압!!! ^^
휘~청~~! ^^
감자탕 끓이는것 배워서 울 마눌님께 점수도 따고,, 까이껏 통사공도 든든한
응원군이 있응께 잘 되리라 봅니다, 항상 건강 챙기시고요 ~
더 좋은 걸로 점수 따이소, 그라몬 감자탕은 고맙다고 끓여 주실긴데...
마이 응원해 주이소...^^
시래기 빠지면 거시기 하더라는...
시.래.기 같은? 쓰.레.기 같은?...^^*
그렇지요. 감자탕에서 시래기 빠지면 거시기하지요.
좋은 시래기를 잘 골라야겠지요...^^
그 어려운 감자탕 작업을 하셨군요,전 고구마 감자는 잘굽습니다,ㅎㅎ
첨이라서 좀 헤맸는데 담에 또한다면 조금 더 잘 할수 있지 싶습니다.
참고로 고구마, 감자, 밤 굽는 건 이미 졸업했고요.....^^
그렇지유~...뭐든~ 은근한 끈기가 맛나지유~...올해는 맛나겠어유~...
맛난게 잘 맹글어야 맛나게 잘 묵을긴데...^^
이번 기회에 감자탕집 한번 열어 보면 어떨런지요..
ㅎㅎ 동업하시려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