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표정 / 곽해룡

[소심]

꽃의 표정

곽해룡


한강 코스모스길
꽃가루 얻으러 온 벌 한 마리
꽃들의 표정 살핀다

감궂게 생긴 꽃 위에 앉으려다
말고
꼼바르게 생긴 꽃 위에 앉으려다
말고
가즈럽게 생긴 꽃 위에 앉으려다
말고
태없는 꽃 위에
앉았다

태없는 꽃이 반갑다고
꾸벅
고개 숙인다

- 곽해룡, <동시마중> 87호/2024년 9.10월호 -

*감궂다: 음충맞게 험상궂다.
*꼼바르다: 도량이 좁고 인색하여 박하다.
*가즈럽다: 아무것도 없이 다 갖춘 듯 뻐기는 태도가 있다.
*태없다: 뽐낼 만한 지위에 있으면서도 조금도 뽐내는 빛이 안 보인

[이상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