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호(趙載浩)-중추일조왕송추(中秋日朝往松楸)(중추일 아침에 성묘를 다녀오며)(변화의 물결 앞에서)
草樹風高露未晞(초수풍고노미희) 초목에 바람 세차고 이슬은 마르지 않았으니
朝寒中體欲重衣(조한중체욕중의) 아침 추위 스며들어 옷을 껴입게 되네
誰家墓祭鳶鴉閙(수가묘제연아요) 뉘 집 묘제인지 까마귀들 시끄럽고
近渚田荒鴈鶩饑(근저전황안목기) 물가 근처 논은 묵어 물새들 굶주리네
餘日此行終有盡(여일차행종유진) 남은 여생 이 걸음도 그칠 날 있으리니
生時躬省莫敎稀(생시궁성막교희) 살았을 때 성묘를 게을리 하지 않으려네
輕鞍十里松楸路(경안십리송추로) 가벼운 차림 말 타고 십리 남짓 선영 길을
猶自遅遅再拜歸(유자지지재배귀) 짐짓 더디더디 재배하고 돌아오네
*위 시는 “한시 감상 景경, 자연을 노래하다(한국고전번역원 엮음)”(손재집損齋集)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권경열님은 “창작은 시인의 몫이지만, 해석은 독자의 권리이다.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평범함도 감동이 된다.
예전부터 제례는 전통 예절 중에서도 매우 일상적이면서 중요한 의식이었다. 그런데 요 근래 명절이나 벌초, 혹은 성묘 때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제사를 줄이고 산소를 한 곳으로 모으자는 주장들이 부쩍 잦아졌다. 숨 가쁘게 변해가는 세태 속에서, 전통 예절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라는 말을 굳이 들먹이며 전통은 형식이 아닌 정신의 계승이 중요하다고 쉽게들 말하지만, 결국 그 무거운 선택의 짐을 지는 이들은 평생 전통을 계승하고 조상을 모시는 일에 성심을 다한 세대들이다.
시인은 성묘를 다녀오는 길 말 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나마 성묘를 거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묘소에서 멀어지는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발걸음을 더디 옮기는 늙은 시인의 모습에서, 저승에 가서 조상께 호된 꾸지람을 듣더라도 자손들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으려고 고뇌하는 우리 부모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제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큰 물결이다. 이런 물결 속에서 지켜야할 전통은 단순히 옛것이 아니라 현대에도 살아 있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의 우리들이 공감할 수 없다면 전통은 박물관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입던 심의深衣는 중국 고대 의복으로, 송나라 때 이미 그 실물 원형이 전해지지 않았다. 송나라 학자 사마광이 ‘예기’에 의거해 심의를 만들어 독락원獨樂園에 은거할 때 입었는데, 언젠가 자신이 만든 심의를 당대의 대학자였던 소옹에게 자랑하고 싶어졌다.
‘선생께서는 이것을 입으실 수 있겠습니까?’
소옹이 고개를 저의며 답하였다.
‘나는 요즘 사람이므로, 요즘 사람의 모자와 요즘 사람의 옷을 입겠습니다’
우쭐했던 사마광은 그 대답을 듣고 이치에 맞는 말이라고 크게 탄복했다고 한다.
조선 성종조으이 문신인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도 ‘오현금의 뒤에 적다書五絃背’라는 글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나는 밖으로는 지금의 문화를 따르고, 내면으로는 옛날의 정신을 지키려고 한다/
전통을 지키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지침으로 삼아야 할 자세를 잘 정리한 말이라 하겠다.”라고 감상평을 하셨습니다.
*조재호[趙載浩, 1702년(숙종 28) ~ 1762년(영조 38), 본관은 풍양(豊壤). 자는 경대(景大), 호는 손재(損齋).]-조선 후기의 문신
아버지는 좌의정 풍릉부원군(豊陵府院君)조문명(趙文命)이며, 어머니는 안동김씨(安東金氏)로 교관 김창업(金昌業)의 딸이다. 영의정 조현명(趙顯命)의 조카이며, 효순왕후(孝純王后)의 오빠이다.
1739년(영조 15) 우의정 송인명(宋寅明)의 천거로 세자시강원에 등용되었다. 그 뒤 홍산현감(鴻山縣監)으로 있으면서 춘당대시(春塘臺試)에 병과로 급제, 승정원승지로 특진되었고, 이어 경상도관찰사·이조판서 등을 거쳐 1752년 우의정이 되어 『천의소감(闡義昭鑑)』의 편찬을 주장(主掌)하기도 하였다.
1759년 돈녕부영사로 있으면서 계비(繼妃)의 책립을 반대한 죄로 임천으로 귀양갔다가 이듬해에 풀려나 춘천에 은거하였다. 1762년 장헌세자(莊獻世子)가 화를 입게 되자 그를 구하려고 서울로 올라왔으나, 오히려 역모로 몰려 종성으로 유배, 사사되었다가 1775년 신원(伸寃: 억울하게 입은 죄를 풀어줌)되었다. 저서로 『손재집』 15권이 있다.
*晞(희) : 마를 희, 1.마르다, 2.말리다, 3.밝다, 烯(동자)
*鳶(연) : 솔개 연, 1.솔개(수릿과의 새), 2.연(공중에 높이 날리는 장난감), 3.나무 연, 鸢(간체자), 𩾭(동자), 𩾢(동자), 䲻(동자), 𪀝(동자), 䳒(동자), 䳣(동자), 𪃘(동자)
*鴉(아) : 갈까마귀 아, 1. 갈까마귀, 2.큰부리까마귀, 3.검다鸦(간체자), 𩿗(동자), 𪀨(동자), 𪀹(동자), 鵶(동자)
*閙(요) : 시끄러울 뇨(요), 1.시끄럽다, 2.지껄이다, 3.흐트러지다, 鬧(뇨)의 와자(訛字). 鬧(본자)
*鶩(목) : 집오리 목, 1.집오리(오릿과의 새), 2.순일하다(純---: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순수하다), 3.달리다, 鹜(간체자), 𨾣(속자), 䳱(속자), 䨁(동자)
*躬(궁) : 몸 궁, 1.몸, 신체(身體), 2. 자기(自己), 자신(自身), 3.팔, 팔뚝, 躳(본자)
*楸(추) : 가래나무 추, 1. 가래나무(가래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2.호두나무(胡桃--: 가래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3.개오동나무(능소화과의 낙엽 활엽 교목)
첫댓글 세시풍속중 제례가 가장 빠르게 변한 듯 합니다...
전통을 지켜가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며
조상을 사랑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네, 말씀처럼 복잡한 사회에서 장묘 문화가 많이 변해가네요,
지기님의 좋은 말씀에 감사드리고,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