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사는 집
"야, 두꺼비가 부엌 안으로 들어왔기에 밖으로 내몰았지."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2005. 8. 2. 웅천 고향 집에 갔다. 장마.
시골집 밭 주위에는 커다란, 정말로 큰 두꺼비가 산다. 두 손으로 감싸서 쥐어야 할 만큼 크다. 모양새가 끔직해서 천적이 없어서인지 무척 컸다. 장갑 끼고서 세숫대야에 몰아넣었다. 대야 밖으로 넘어 뛰려는 녀석이 도망가지 못하게 대야를 앞뒤로 흔들면서 집안으로 갔다.
"애들아, 두꺼비 봐라."
시골집에 온 대전 누나의 손녀들이 놀랬다. 누이들, 생질, 육십이 가까운 매제도 놀랐다.
"업(業)이야, 살려 두세요. 죽이면 안돼요."
나 역시 죽일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시골집 주변에는 온통 작은 생명체들이 산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 농약을 치지 않았기에 온통 풀과 나무만이 무성하였기에 집 주변에는 작은 곤충들과 개구리들이 살았다. 그 덕분에 작은 두꺼비도 자주 눈에 띄고, 사슴벌레(깍지벌레)도 자주 눈에 보였다.
덕분에 모기도 많다는 것은 이야기 안 했지?
긴 옷을 입고, 양말을 신어야 할 만큼 모기도 많아!
마당가에 심은 봉숭아 가지에 큰 애벌레. 새끼손가락만큼 굵고 가운데 손가락보다 더 긴 애벌레를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았다.
"애들아, 이거 보렴, 지금은 애벌레이지만 얼마 뒤에는 예쁜 나비가 된단다."
징그럽다고 기겁하는 늙은 누이들에 비하여 서너 살, 너댓 살 되는 계집아이들은 눈만 멀뚱 더 크게 떴다. 이 애벌레도 살려 두어야지. 무궁화와 비슷한 모양으로 핀 부용 가지에 살며시 얹혀 주었다.
생명, 모두 소중하다. 살아서 종족을 번식시킬 가치와 의무를 가진 생명체를 나는 소중히 여기고 있다. 내 시골집 주변에서 더불어 사는 작은 생명들을 소중히 지켜주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무더운 여름철에 모기한테도 팔뚝을 많이 물어뜯기겠지.
2005. 8. 8.
※ 예전에 쓴 글 퍼왔다. 산문집 내려고 준비한 것을 여기에 먼저...
오늘은 2018. 8. 12. 일요일.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올려다보는 하늘. 흰 뭉게구름 그 너머로 푸른 빛이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느낌이 도는 바람이 유리창문으로 스며든다.
일년 중 가장 무던운 8월 3~4일 지난 8월 12일인 오늘.
내 경험으로는 며칠 뒤인 8월 15일부터는 갯바람, 갯물 속에는 서늘한 느낌이 배어 있다.
이제 며칠만 참으면 그 미칠 것 같은 7월 말, 8월 초의 무더위가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촌늙은이가 서울에 올라와서는 더위를 많이 먹었나 보다.
참는 것을 또 배우다니...
고층아파트 단지 틈새로 불어오는 도시바람은 매연냄새 배고, 후덥지근했다.
시골 나무 숲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냄새가 아니라 매연냄새, 살벌한 경쟁이 빚은 인간냄새가 도시냄새였다.
이따금 잠실 석촌호수에 나가서 수면에 뜬 물빛을 바라보면서도 고개를 흔들었다. 물이 녹색이끼가 가뜩 끼어서... 물 흐름이 없이 가둬둔 수면에 드리운 도회지 인간군상들.
돌벤치 위에서 장기, 바둑을 두는 도시노인들... 정말로 무료한가 보다. 구경꾼들이 훨씬 더 많으니.
나는 이따금 고개를 내밀고는 잠깐 내려다보고는 이내 자리를 뜬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세계이기에.
더위에 지친 나무 아래 산책로에는 이따금 매미가 눈에 띄었다.
여름철 시끄럽게 며칠간 발악하듯 시끄럽게 굴면서 짝을 찾다가는 곧 죽어서 시멘트 위에 떨어진 사체.
밟을 세라 조심스럽게 피했다. 비록 죽은 미물이라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 매미는 죽었어도 알은 나무 속껍질에 까서 자손을 남겼을 게다. 몇 년 뒤, 아니면 10년 뒤에라도 그 후손이 성충이 되어 뜨거운 여름날에 땅 위로 나와서 자기존재를 알리고는. 알까고는 또 그렇게 죽고, 또 그렇게 후손을 남길 게다.
간밤에 어떤 분은 잠실 석초호수를 잘 알고 있다고 짧막한 글 썼다.
한 바퀴 2,560 메타 정도. 열 바퀴도 달렸다고 하니 대단한 체력이다.
나는 고작 다섯 바퀴를 돈 것이 최고의 기록이다. 내가 그분보다는 체력으로 많이 밀린다는 뜻일 게다.
나이가 많아서 노인이 된 나는 이제는 천천히 걸어서 한 바퀴, 아니면 두 바퀴가 고작이다.
매미나 사람인 나나 다 제때가 있다.
예전 단거리선수였던 나는 시합/경기에서 지면 무척이나 속상해 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냥 웃는다. 그거 1등해서 무엇할 것인데. 그냥 즐기면 더 좋은 것을...
아내는 오늘도 작은딸이 퇴원준비하는 산후조리원으로 갔다.
태어나는 순간에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이물질이 코로 흡입되어서 그게 폐에 조금 들어갔다며 특별치료를 받았던 신생아는 이제는 건강해져서 조리원에 함께 있다가 오늘 퇴원하여 임대아파트 자기네 집으로 처음 간다고 한다.
내가 이 카페에 신생아가 태어난 이야기를 올렸는데 이 사실을 아는 어떤 네티즌이 '아이가 이쁘냐'는 뜻으로 물었다.
나는 아팠다가 겨우 회복된 외손주를 아직껏 보지 못해서 예쁜지 안 예쁜지는 모른다.
다만 작은딸이 전송한 한 아기 사진으로는 '이쁘냐'가 아니라 '잘 생겼다', 건강하다'라고 보았다.
손자의 친할아버지는 덩치가 무척이나 컸다. 예전 삼국시대 같으면 장군깜이다. 작은사위도 제 아비만큼은 아니어도 체격이 컸기에 사진 속의 외손자는 '이쁘다'가 아니라 '멋지다', '듬직하다'로 보여진다.
외손자네 친가는 경기도 인천사람인데도 감사원 공무원이었는데 깐깐한 성격때문에 미움받고는 직장을 접은 뒤에 지금은 서해안 태안반도의 작은 교회 목사이고, 외손자의 할머니는 시집을 여러 권 낸 유명시인이다.
심성이 올곧고, 인간성이 착한 그들 가족이다.
첫댓글 석촌호수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지금도 집에서 잠실쪽을 바라보니
100층짜리 큰 L빌딩이 눈앞에
잡힙니다.
좋은 글에 쉬어 갑니다.
어제 24시간 일하고 오늘 아침에
퇴근하고 잠을 잤습니다.
작성 중인 글인데도 댓글 달아주셨군요.
삶방에 오른 님의 댓글에 제가 댓글 달았다 하나인지 둘인지는 몰라도 삭제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요즘 댓글이 살벌해졌습니다. 지난 7월부터... 저도 목을 움추리고는 님한테 댓글 잘못 달았는가 싶어서 간밤에 삭제했습니다.
그냥 놔 둘 것을 하고 후회합니다.
잠실 지상 123층, 지하 6층의 롯데빌딩.
그거 나하고는 무슨 상관일까요? 하등...
시골 촌사람인 저는 오로지 그 빌딩 안에 있는 서점에서 책이나 고르지요.
돈이 겁나서 책을 사는 게 꺼려지고, 신간이 무엇인지를 알려고요.
정말로 홍수처럼 쏟아지대요.
간밤 일하느냐고 수고 많았겠군요.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을 또 준비해야겠지요.
@곰내 곰내님 편안한 시간이 되십시요.
맞아요. 어린시절 해수욕을 가면
여름, 8/15 광복절을 마지막으로
해수욕을 갔다 옵니다.
바닷물도 그 때부터 차게 느껴지거던요.
여름철, 위생 몸건강 잘 지키셔요.
곧 가을 가을 하겠네요.
덥지만, 그 때를 기다려 봅니다.
예.
댓글 고맙습니다.
님이 느낀 것처럼 8월 15일을 지나면 갯물, 바닷바람 속에는 가을이 들어 있지요.
나날이 기온은 낮아지고...
지금쯤 벌써 가을김장 채소 모종을 붓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성질 급한 농사꾼은 남보다 하루라도 먼저 씨앗 뿌리고, 모종을 내서 가을김장 채소를 팔려고 준비할 겁니다.
더위 속에 서늘한 가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이미 안 '콩꽃'님.
농부는 6월 중순 경에 콩씨, 팥씨 등을 뿌려서 키우지요. 지금쯤 콩 팥 넝쿨이 많이도 크고 자랐을 것 같습니다.
님의 닉네임으로도 글감 하나 떠올립니다.
콩꽃. 팥꽃...
댓글 달면서, 글감 하나 얻었기에 오랜 만에 빙그레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