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1월 28일은 정치적 사단이 많은 날이다. 안철수 의원은 예의 선문답 같은 성명을 통해 창당 의사를 확인했고 지난 1년 내내 국정원 여직원 댓글, 검찰인사 트집 잡기로 투쟁해 오던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단독 감사원장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빌미로 또 다시 정기국회를 보이콧했다. 한편 문재인 의원은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참석, 박근혜 정권 퇴진 주장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정당화 시키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천주교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에 대한 정부의 종북 몰이가 도를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발언, 실질적으로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자신의 속내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며칠 전 문재인 의원 측에서는 대선결과와 사초실종에 관한 문재인 의원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제 문재인 의원의 발언은 일반의 생각과는 동 떨어진 발언으로 한 가지 예측이 가능해졌다. 사실 박창신 신부의 발언은 통합진보당의 주장과 북한 조평통의 선동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문재인 의원이 이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과 정부를 비난한 것은 앞으로 문재인 의원은 정상적인 의정 활동보다는 친노를 비롯한 종북 집단의 왕초로 남겠다는 의사 표시였고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민주당이 안철수의 창당으로 인해 소수 정당으로 찢어지든 말든 옆구리에 끼고 반정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반면에 안철수의 신당 창당은 친노를 제외한 의원들의 일부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일반의 예측이 사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창당 계획에 구성인사 면면과 로드 맵은 빠져있었으나 의지는 확고했고 총선이 아직 멀어 당장 철새가 날지는 않겠지만 지방선거 출마 후보를 확보하려면 야권 영역에서의 차출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그럴 경우 지역과 정체성이 겹치는 민주당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차기 총선에 대비, 줄줄이 안철수 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 인사들 중에 국정을 외면하고 투쟁만 일삼는 지도부에 불만을 품은 사람도 꽤 많을 것이고 이들이 가망 없는 민주당을 떠나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구현사제단 미사에 문재인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이 30여명이나 참석한 것은 지난번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회 내에 종북 성향 의원이 40명가량 있다는 말을 확인해 준 결과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민주당 의원들 중 당 지도부를 빼고는 문재인 의원의 노선에 동조하는 숫자가 3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금의 민주당 정당 지지율 18%가 친노에 대한 지지율로 분석된다고 볼 때 친노를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 즉 호남지역 밖에서 당선되었던 의원들은 지금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민주당에 남아있어 봤자 다음 총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이 민주당이 찢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고 잘났건 못났던 간에 안철수 진영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런 견지에서 볼 때 민주당은 결국 제2의 통진당으로 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거행적이나 정체성에서 친노와 통진당이 다른 점이 별로 없고 지지율도 점점 예전의 통진당 수준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안철수가 창당을 하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정치집단이 민주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강경투쟁일변도로만 가는 문재인과 김한길의 비정상적인 정치행보다. 민주당은 지난 몇 달 간의 장외투쟁으로 얻은 것이 없고 앞으로도 지지율 회복은 연목구어다. 의원, 당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투쟁 동력마저 잃게 된다. 지금 당장은 정의구현사제단, 무슨 목회자 연합 법회 등의 종북단체가 받쳐주고 있지만 국민 호응이 없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얼마 안 가서 친노와 종교인을 위장한 종북 떨거지만 남을 것이고 문재인 김한길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정도 예측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왜 뻔히 보이는 낭떠러지를 향해 가고 있을까? 왜 문재인은 대선이 끝난 직후 승복 발언을 했다가 얼마 안 가서 말을 뒤집고 민주당을 조종해서 장외투쟁에 나서게 만들었을까? 지금 박근혜 정권을 굴복시키지 못하면 다시는 정권을 잡기가 불가능해진다고 판단해서일까? 그래서 욕먹을 것을 알면서도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반대하고 박창신 신부를 두둔하고 나섰다면 보통 바보짓이 아니다. 그렇다고 NLL 대화록과 사초 실종으로 인한 친노의 책임 때문도 아닐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문재인은 사초실종, 삭제 은폐 모두 노무현에게 뒤집어씌웠다. 때문에 문재인의 명예는 실추되었을지언정 처벌당할 염려는 없어졌다. 물론 첨부터 뒤집어씌울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나 검찰이 삭제한 초본을 복원하고 방대한 국가기록이 실종된 것까지 밝혀내자 살기 위해 뒤집어씌웠을 것이다.
경위야 어쨌든 문재인은 위기를 모면했고 책임논란에서도 벗어났다. 그런데도 투쟁일변도 행보를 선택한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일까? 무슨 짓이라도 해서 종북 조직을 보호하고 통진당도 재건한다는 지상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게 죽은 노무현의 유훈인가? 아니면 골수 종북 원탁회의에서 내린 결정인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어디에서인가 하달된 지령인가? 요즘 문재인만 보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의문 속에 문재인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는 민주당이 종착역인 제2 통진당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확신만큼은 변함이 없다. 다만 조경태 의원 같이 생각이 바른 정치인은 이참에 새누리당으로 옮기면 좋겠다는 게 불초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