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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2 03:00 | 수정 : 2016.08.22 04:15
"내 딸이 맞나 했어요."
박인비(28)의 어머니는 지난 한 달간 딸의 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외 언론과 도박사들은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 후보로 리디아 고(뉴질랜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브룩 헨더슨(캐나다) 등 최근 상승세를 타는 선수들을 꼽았다. 박인비는 그 안에
없었다.
손가락 부상이 그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우승을 한
차례도 하지 못한 채 중도 포기와 컷 탈락을 반복했다. 올림픽 직전 국내 대회에서도 컷 탈락했다. 국내에선 "너무 욕심낸다. 다른 선수에게
출전권을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박인비는 "욕을 먹지 않기 위해 포기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했다"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쳐 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박인비는 올림픽 무대에 당당히 서기 위해 혹독할 만큼 훈련했다. 7월 11일 올림픽 출전을 선언한 그는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장에서 오전 6시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연습했다.
바닷가에 자리 잡아 바람을 종잡을 수 없고, 러프에 긴 풀이 무성한 점이 리우올림픽 코스와 비슷해 선택한 특별 훈련장이었다. 집에 돌아와선 수백
번씩 빈 스윙을 했다. 스윙 코치인 남편과 남편의 선배에게 레슨도 받았다. 세계 최고였던 그가 초심으로 돌아가 스윙을 교정했다. 그는 "위축됐던
스윙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40여일의 훈련 과정에서 내 골프가 한 단계 발전한 걸 느꼈다"고
했다.
21일 대회 마지막 4라운드가 끝난 뒤 박인비는 "몸에 남아 있는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대신 그의
목에는 116년 만에 올림픽에 돌아온 여자 골프 금메달이 걸렸다. 박인비는 여러 시즌에 걸쳐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데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함으로써 '살아 있는 전설'이 될
자격을 갖췄다. 특히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이룬 '골든 슬램'을 달성한 최초의 골프 선수로 역사에
남았다.
여자 골프의 올림픽 복귀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박인비의 목표는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정상급 남자 골퍼들이 지카 바이러스 등을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지만, 박인비의 마음속에 지카는 전혀 없었다. 그는 "대회를 치를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문제였다"고 했다.
그토록 원했던 올림픽 무대였지만, 부상으로 올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하면서 출전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박인비는 "나가서 못하면 돌아올 비난이 뻔했다. '안 나가면 적어도 욕은 안
먹겠지'라는 생각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했다. 그때마다 가족이 그를 격려했다.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국내외 취재진은 박인비에게 "부상당했던 왼쪽 손의 상태가 어떤가" 하는 질문을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박인비는 마치 대답을
준비한 듯 "문제없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왼쪽 손의 통증은 여전했다. 박인비는 대신
자기 주문을 걸었다. "괜찮다. 괜찮아." 경기가 모두 끝난 후에야 박인비는 "통증이 없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대회 중간에 통증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인비의
손 상태는 정상의 80% 정도였다"며 "나머지 20%는 의지로 극복해낸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부족한 20%를 채워준 것으로 '태극마크의 힘'을 꼽았다. 그는 "가슴에 새겨진 태극마크가 내게 무한한 힘을 줬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의
질문에도 "나라를 대표한다는 게 특별한 힘(extra power)을 준다"고 했다.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왔다. 숱한 난관을 극복했기에 더 감격적이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올라선 박인비가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 /연합뉴스
대회 기간 내내 한식으로 삼시 세끼를 해결한 박인비는 대회 마지막 날 아침 식사로 감잣국을 먹었다. 현지에 함께 오지
못한 박인비의 엄마가 요리사를 자청한 매니지먼트사 부사장에게 특별히 요청한 메뉴였다. 감잣국은 지난 2013년 7월 US 오픈 우승으로 3연속
메이저 제패라는 금자탑을 세웠을 당시 박인비의 아침 식사 메뉴였다.
이날 400㎞ 정도 떨어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교민 600여
명이 대회 현장으로 왔다. 이들은 마지막 라운드 내내 박인비에게 응원을 보냈다. 박인비는 "함께 마지막
라운드를 했던 리디아 고가 '여기 한국인 줄 알았다'는 말을 했다"며 "교민들의 응원과 한식 파워가 뒷받침돼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박인비에게 "커리어 그랜드 슬램, 명예의 전당 입회, 이번 금메달 중 무엇이 가장 기뻤냐"고 물었다.
그는 "이번 금메달이 가장 기뻤다"며 "골프 선수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했다. "국가를 대표해서 나간 대회입니다. 스스로 한계를
이겨내고 나서 돌아온 보상이고요. 새벽에 주무시지 않고 응원해주신 국민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분간 이 금메달 목에 걸고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 계속 입고 다니려고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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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2 03:00
우리 해냈어! -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왼쪽)가 경기장을 나서며 남편 남기협씨와 포옹하는 모습. /연합뉴스
리우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리는 동안 박인비(28)는 매일 밤 남편과 함께 조용히
숙소를 빠져나왔다. 저녁 식사 후 두 사람이 드라이버 하나만 챙겨 들고 향한 곳은 숙소 옥상이었다. 부부는 같은 숙소에 머무는 매니지먼트사
임직원들도 모르는 둘만의 '비밀 훈련'을 하며 정상에 오를 준비를 했다고 한다. 박인비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정확한 훈련 내용은 우리도
모르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인비의 곁에는 그림자처럼 항상 묵묵히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해준 남편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35)씨가 있다. 박인비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남씨는 이번 대회에서도 '완벽한 외조(外助)'를 멈추지
않았다.
경북 경주 출신인 남씨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라 아내에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대회 마지막 날 아침
골프장으로 가는 차 안에선 "괜찮지?"라는 한마디만 했다. 필드에선 박인비에게 부담을 줄세라 멀찌감치 떨어진 데서 경기를 지켜봤다. 숨죽인 채
아내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남씨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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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2 03:00
경쟁자도 감탄의 박수 마지막 홀에서 박인비가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홀에 붙이자 스테이시 루이스가 박수를 치고 있다. /KBS
'인비 공포증'이 리우올림픽 골프 코스를 지배했다.
이렇다 할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박인비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상대를 주눅 들게 한다. 박인비와 자주 대결했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퍼팅을 성공하는 인비의 모습을 보면 좌절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했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는 손가락 부상 후유증으로 예전보다 비거리가 줄었다. 하지만 1라운드부터
'컴퓨터 퍼팅'이 부활했다. 10m 거리의 버디 퍼트도 홀컵으로 쏙쏙 들어갔다. 루이스는 2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며 박인비와 우승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박인비와 같은 조에 편성된 루이스는 박인비가 1언더파를 기록하는
동안 5오버파를 치며 무너졌다.
세계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마찬가지였다.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였던 리디아 고는 박인비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4라운드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 했다. 박인비가 더 먼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할 때마다 리디아 고는 짧은 거리 퍼트를 계속 놓쳤다.
박인비는 결국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리디아 고(11언더파)를 5타 차로 제쳤다.
리디아 고는 마지막 홀 버디 퍼트로
펑산산(10언더파)을 밀어내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희영이 공동 4위(9언더파), 전인지는 공동 13위(5언더파), 김세영은 공동
25위(1언더파)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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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2 03:00
박인비(28)가 금메달을 따낸 21일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최종일 경기에는 '명장면'이 많았다.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은 5번홀 롱 퍼트 성공, 평소에 비해 무척 화려했던 '두 팔 번쩍' 세리머니…. 그중에서도 이번 대회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 박세리(39)가
눈물을 흘리며 후배 박인비와 포옹하는 장면은 TV로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8년 전 골프가 온 국민의
가슴을 울린 '맨발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이던 스물한
살의 박세리가 US여자오픈 연장전 도중 골프화와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간 1998년 7월 7일. 시커멓게 탄 종아리 아래로 드러낸 새하얀
맨발이 지독한 훈련량을 짐작하게 했다. 볼을 성공적으로 빼낸 박세리는 두 홀 더 연장전을 치른 끝에 우승컵을 들었다. 외신들은 "여자 골프에 새
영웅이 탄생했다"며 흥분했지만 박세리는 "IMF 사태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용기를 드렸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박인비 빼고 모두가 울었다 - 박인비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박세리 감독과 선수들이 눈물을 쏟아냈다. 박세리는 선수 시절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철의 여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왼쪽부터 양희영, 김세영, 박세리, 전인지. /연합뉴스
박세리의 '맨발 샷'에 감동해 골프채를 손에 쥔 '세리키즈'들이 LPGA 투어를
점령했고 116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까지 일궈냈다. 이번 박인비의 금메달은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한국 골프 최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박인비가 부상과 부담감을 이겨내고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인 이번 올림픽이 18년 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맨발 투혼'과 마찬가지로 골프라는
스포츠의 매력과 감동을 대중에게 깊이 인식시킨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강풍과 폭우가 예보되면서
챔피언조의 티오프 시간이 한국 시각 기준 토요일 저녁으로 앞당겨져 더 많은 시청자가 골프 경기를 볼 수 있었다(지상파 3사 합계 시청률
23.9%). 경기 후 포털 인기 검색어 랭킹에는 '박인비'는 물론 '박세리'도 함께 상위에 올랐다. 인터넷에선 '박인비 만세 후 박세리 감독도
울고 나도 울고' '박인비 선수도 멋있었고 박세리 감독이 함께 있어 더 감동이었네요' '박세리 LPGA 25승 그 당시 거의 유일무이 한국
선수. 자기를 보고 자란 세리키즈 데리고 감독으로 금메달까지. 진짜 나라에서 교과서에 실어줘야 함' 같은 댓글이
쏟아졌다.
국내에서 골프는 소수만이 즐기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날 경기엔 골수 골프팬들만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 '골프 태어나서 처음 봤는데 재미있네요. 박세리는 선수일 때나 감독일 때나 우리 국민에게
감동과 힘을 준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 '골프의 '골'자도 모르지만 박인비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는 알 것 같아요' 같은 반응이
많았다.
일부 골프팬은 "김연경을 '배구계의 호날두'라고 하듯 박인비를 '골프계의 우사인 볼트'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2위를 5 타 차이로 따돌리며 우승한 건 볼트가 트랙에서 다른 선수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했다.
'박인비 표정 변화' 사진도 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박인비가 기쁠 때, 슬플 때, 초조할 때, 열 받을
때, 버디 성공, 벙커 빠짐 등 모든 경우 똑같은 무표정을 유지하다가 우승을 확정하고 난 뒤 아주 희미한 미소를 띠는
사진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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