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안한 쉼터 / 유용선
이웃이란 말 참 좋지요?
나를 참아주는 당신, 당신을 참아 주는 그 사람
사랑이라는 게 / 김대식
사랑이라는 게 말이다
사람을 참 우습게 하지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고
사랑이라는 게 말이다
이상하게도
사람의 운명도 좌우하지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하고
때론 생명까지도 앗아가지
사랑이라는 게 말이다
이상하게도
기죽은 이에게 활력을 주기도 하고
생기 넘치던 사람을 무기력하게
초라한 등신으로 만들기도 하지
사랑이라는 게 말이야
좋은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
사랑이라는 게
흔들리는 美人圖 / 최성아
이백 년 거슬러 올라 조선 미인을 만났다
복스런 얼굴 윤곽 크지 않은 외까풀 눈
당당히 제 자리 지키며 꾸밈없이 앉았다
반듯이 자리잡은 더뷰티 로얄성형
달덩이 아가씨 둘 층층 계단 오른다
얼짱 꿈 칼날에 실은 아픈 그림 봤을까
무슨 라인이라야 제대로 대접받는
짜맞춘 미를 찾아 내면이 흐려지는
버리고 다시 그려야할 흔들리는 미인도
기둥과 언덕 / 윤수천
만원 전철 안에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서 있을 수 없다
내 옆사람 또 옆사람들이
기둥이 되어 줄 때
나도 하나의 기둥으로 설 수 있다
어찌 전철 안에서뿐이랴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내 이웃 또 이웃들이
보이지 않는 언덕이 되어 줄 때
나도 하나의 언덕으로 설 수 있다
인생 / 이기철
인생이란 사람이 살았다는 말
눈 맞는 돌멩이처럼 오래 견뎠다는 말
견디며 숟가락으로 시간을 되질했다는 말
되질한 시간이 가랑잎으로 쌓였다는 말
글 읽고 시험 치고 직업을 가졌다는 말
연애도 했다는 말
여자를 안고 집을 이루고
자식을 얻었다는 말
그러나 마지막엔 혼자라는 말
그래서 산노루처럼 쓸쓸하다는 말
어떤 결심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한가위 풍경 / 고은영
플라타너스 나무는 살아 있는 내내
몇천 번의 수피를 벗을까
나이만큼 벗어내는 걸까
높아진 담청색 하늘에 구름 들은
흩어졌다 다시 모인다
만월의 밤이면 소곤거림에
점점 무르익어 비워내야 할 것이
무엇임을 아는 자연의 소리
고통을 지나온 걸음은
비로소 행복에 근접하는 것이다
거기 말할 수 없는 진실로 엎딘 풍경도
마지막 고단한 열매를 달고 고열로 헉헉거리다
한가위 보름달에 그리움을 풀어내며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한 종을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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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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